[클릭이사람] (92) 인간 컴퓨터 문성열

김명수기자 | 입력 : 2000/11/03 [20:15]

[클릭이사람] (92) 인간 컴퓨터 문성열

“최종학력이 어디냐구요? 그런걸 왜 묻지요? 기자양반께 역으로 묻겠습니다. 학력이 밥먹여 주나요? 저는 실력만 믿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 고등학교밖에 안나왔어요. 상고 말입니다. 그러나 내인생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아시겠습니까?"

 


문성열(50)은 그런 사람이다. 71년 군산상고를 졸업하였다. 건대 영문과에 지원했다가 미역국을 먹은 뒤로 미련없이 대학꿈을 접었다. 상고밖에 안나온 그는 학력이 판치는 세속의 잣대로 보면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는 학력의 벽을 실력으로 뛰어넘어 누구보다도 유능한 영어강사가 되었다.

외국어고등학생들에게 영어와 일어를 가르친다. 대학 영문과 학생들에게 전문영어를 가르친다. 경영자들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전문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친다. 전문영어와 일본어 만큼은 어느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학원한번 안다니고 순전히 독학으로만 외국어를 배운 상고출신이 외고생이나 영문과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칠수가 있을까?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 인생 역정을 들어 보았다.

대학 영문과에 낙방을 하면서 영어에 한을 품었다. 대학은 그자리서 미련없이 포기하고 영어와 싸우기 시작한다. 자기방식대로 영어의 바다에 푹 빠져 버린다. 치열하게 도전하다가도 안된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방향전환을 하는 빠른 결단력의 소유자.

"영어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며 이를 갈았지요. 그뒤로 지금까지 영어와의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토록 어려워 보이던 영어를 이제는 알것 같아요. 절반의 승리는 따놓은 셈이지요"

그렇다. 그의 말대로 그는 대학에 떨어진 이후로 영어공부를 하루라도 쉰적이 없다. 철저하게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 이순간까지 인간 컴퓨터 처럼 준비된 삶을 살아왔다.

71년 중소기업은행에 입사. 72년 군대 입대하여 공병대 메뉴병으로 복무한다. 하루 종일 메뉴 짜고 부식 납품 전담하는 특이한 주특기. 유유상종이라고 괴짜로 불리는 특이한 상사가 특이한 신병인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메뉴병이라는 특이한 자리에 갔다 심어놨다. 어느 구석에도 뇌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군대서 처음 알았다. 75년 제대. 병장이 아닌 상병으로 만기제대를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제대후 곧바로 중소기업은행에 복직하여 대출, 당좌, 일반저축 업무등을 맡았다. 초창기때 금고청소를 담당하다가 소책자를 발견했다. 일본 생산성본부에서 발행된 책이었다. 들춰보니 직장인들이 앞으로 뭘 갖추어 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내용의 책이었다.

내용을 보면 외국어를 두개국어 이상 할 것. 서재가 있을 것 등이었다. 책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도 그렇게 준비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때부터 외국어에 더욱 매달렸다.

76년당시 중소기업은행을 나와 한국투자신탁에 들어간다. 머지 않아 증권바람이 강하게 불것으로 내다보고 투신사를 택했다. 입사하고 얼마 안되어 마침 한국투신에서 미국연수희망자를 모집했다. 첫째 조건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 두말않고 응시했다. 그런데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가 기가 막혔다.

"테스트를 하면 내가 일등인데 대졸이 아니라고 보내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5년연속 영어테스트에서 1등을 했어요. 그제서야 다른 직원들도 나의 영어실력을 인정해 주더군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1980년 결국 그는 미국 연수를 가게 된다. LA, 뉴욕, 워싱턴 등 3곳을 돌아다니며 3개월동안 영어연수를 받았다. 현지에 가서 직접 두눈으로 보니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영어수준, 금융구조 등이 낙후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미국에 남아서 불법 체류 할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 나를 유혹하는 교포들도 있더군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불법 체류자가 되느니 차라리 고국에 돌아가서 노력하면 멋진 인생을 살지 않겠나 싶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지요"

연수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영어에 더욱 매달린다. 은행에서 외국인 고객이 오면 그가 맡아서 안내하고 처리했다. 사원들도 영어하면 그를 꼽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내가 하는 영어는 돈에 관계되는 쪽으로 특화시켰어요. 경제, 무역, 금융 등 돈에 관계되는 영어만큼은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악물고 파고 들었습니다"

승진시험이 있을 때마다 뛰어난 영어실력을 업고 가장 선두 주자가 되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지 3년만에 다시 영국 연수를 2개월코스로 갔다왔다. 그때가 83년. 그때 또한번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온다.

"영국인들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웃나라 일본어를 공부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지요"

물론 일본어도 경제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기로 했다. 영국을 다녀온 이후로 그는 영어와 일본어에 죽어라 매달렸다.

 


학원은 문앞에도 가지 않고 완전히 독학으로 공부했다. 책, 영어신문, 일본어신문, 유선방송, 국내 신문 등을 보면서 영어가 단 한줄이라도 붙어 있는 것은 모두 섭렵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영국 BBC, 미국 CNN, ABC 등을 시청한다. 7시에 일본 NHK 등 항상 듣고 모니터 한다. 특히 그중에서 경제뉴스를 철저하게 챙긴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체크한다. 고등학교 출신도 얼마든지 외국어를 잘 할수 있다는 희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오기를 17년. 혼자배우고 익힌 외국어지만 누구 못지 않은 전문가가 되었다.

투자신탁 명예퇴직 1호. 이유가 있다. '45세 정년론' 이라는 일본책을 10년전에 읽었다. 그때 그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그런 일이 닥칠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날을 대비해서 노후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그런데 그날이 사실로 오고 말았다. 1996년 투자신탁에서 국내 금융기관중 처음으로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자청해서 신청했다. 준비된 명퇴였기에 당당하게 신청했다. 직급은 차장. 군대도 만기 상병제대를 하더니 투신사도 20년넘는 근무경력에 차장으로 명예퇴직을 하다니 이례적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직급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소신대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관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부터 철저하게 퇴직 이후를 준비해 놓았다. 농장도 마련해 두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현장가이드 역할도 해주었다.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요즘 그는 영어강의를 많이 한다. 특수 목적에 맞는 영어를 가르친다. 유학 갈 아이에게는 유학영어를 가르친다. 해외관광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관광영어를 가르친다. 종교, 경제, 경영, 성공학, 방송, 노후대책, 외국어신문 등 희망하는 분야에 맞춰서 주문식 영어를 가르친다.

학생, 직장인, 전도사, 목사 등이 주로 찾아온다. 누구라도 외국어를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게 잘할수는 없다. 특정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서 실력을 쌓다 보니 주문 영어 전문가가 되었다. 특히 관심이 많은 노후 대책 분야는 많은 관련정보와 전문서적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에게는 경영서적을 읽어주고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 내용을 가지고 영어나 일본어로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회사를 경영하고 있거나 자녀를 경영자로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거기에 맞는 교육법을 활용하고 있다. 자기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의는 주로 구의동에 마련해 놓은 오피스텔에서 한다. 그러나 출장강의도 가능하다.

모두 개인 수업이다. 입에서 입으로 아름아름 알려져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돈을 떠나서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가르쳐 준다는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하려고 한다. 자연속으로 자꾸 들어가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진짜 성공이 무엇인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하루같이 새벽 출근하여 두시간 동안 외국어 공부를 하고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는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 요즘도 하루에 신문을 8개나 본다. 정보가 재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학력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당당하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는 그가 오늘 따라 더욱 크고 빛나 보인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


2000/11/03 20:15:13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e메일 people365@korea.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