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90) 김인남 "나는 기인이로소이다"

[클릭이사람] (90) 김인남 "나는 기인이로소이다"
 
김인남(40). 의정부에서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다. 버스를 끌고 있다. 때로는 운전대가 아닌 양쪽귀로 그 커다란 버스를 끌기도 한다. 160cm 키에 78kg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그의 별명은 고릴라 킹콩. 입이 튀어나와서 얻은 별명이다. 목이 눈깜빡 할 사이 쑥 들어가기도 하고 전후좌우 360도로 흔들흔들 하기도 해서 자라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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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난 묘기와 기이한 몸짓을 보고 있노라며 웃음이 절로 튀어 나온다. 각박한 세상속에 청량제 같은 웃음이…

캔맥주 한병쯤이야 입안대고 단숨에 마신다. 얼굴을 뒤로 제끼고 왼팔을 공중으로 쭉 뻗어 올린채 손에 들고 있는 캔맥주를 그대로 쏟아 부어 흘리지도 않고 마신다.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면 목탁소리가 난다. 스님이 두들기는 목탁소리보다도 더 맑고 경쾌하다. 속이 텅빈 목탁을 두드릴때 나오는 소리가 어떻게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굵은 철근을 목에 대고 구부린다. 철근 한쪽을 벽에 고정시킨채 다른 한쪽끝을 명치에 대고 그대로 기합소리와 함께 힘을 주어 엿가락 처럼 휘어 버린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괴력이다.

지하철역 1호선 역을 모두 순서대로 외운다. 의정부에서 인천까지 자주 다니다 보니까 일어나서 확인하기가 귀찮다는 생각에 아예 외워버렸다.

귀로 버스를 끈다. 양쪽 귀에 준비한 밧줄을 걸고 버스 앞부분 고리에 고정시켜 기합소리와 함께 힘을 주어 당기면 버스가 끌려온다. 육중한 시내버스가 그의 귀에 술술 끌려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운전대로만 버스를 끄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끌다니 세상에 저런 재주를 가진 운전기사는 오직 그 하나밖에 없을 듯 싶다.

옛날에는 뒤로 달리기를 많이 했다. 한참 때에는 뒤로 달려서 100M를 18초대에 들어오기도 했다.

양쪽귀로 100kg이 나가는 물건을 거뜬히 들어 올린다. 양쪽귀에 줄을 걸고 물건을 땅에 놓은 상태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힘을 주어 가뿐하게 들어 올린다.

올해 3월 TV에 방영된 21세기위원회 100회특집에서 20KG 짜리 쌀자루 5개를 양쪽 귀에 줄을 걸어 번쩍들어올려 시청자들을 깜짝놀라게 만들었다.

5살짜리 귀여운 딸 경애를 귀로 줄을 걸어 그네를 만들어 태워주기도 한다. 경애는 아빠보고 그네를 태워달라고 가끔씩 졸라대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아빠는 귀그네를 태워준다.

6년전 전유성을 웃겨라라는 프로에 나와서 배꼽 빠지게 웃겨 25인치 칼라 TV를 타오기도 했다.

우유 많이 마시기도 그의 특기. 13년전 건국대 학우회 주최 대회에서 4분에 무려 4천7백 CC의 우유를 들이마셔 우승하였다.

공중으로 높이 던져서 받아먹는 재주를 지녔다. 금귤같은 작은 과일을 건물 2층정도 높이로 던져 올렸다가 입으로 냉큼냉큼 받아 먹는다. 입안으로 골인하는 적중률은 10개 중에 7개. 물론 평소에 많은 연습을 해온 때문이다.

얼굴모양을 변형시켜 돼지가 코로 담배 피는 흉내를 낸다. 외계인 ET가 담배피는 모습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다. 사람을 닮은 원숭이가 담배피는 모습 흉내는 기본.

성대묘사로 다른사람들의 흉내를 잘낸다.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면 듣는 사람들이 진짜로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흉내를 낸다.

어려서부터 특색있는 것을 하고 싶어 하다 보니까 그런 재주가 하나 둘 늘어갔다.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기술을 키우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귀로 버스를 끄는 재주는 7∼8년쯤 되었다.

운동신경은 천부적으로 타고 났다. 권투는 선수생활까지 했다. 77년부터 84년까지 꾸준히 했다. 제11회 전국권투선수권대회 우승권대회에 밴텀급으로 참가하여 우승을 했다. 제 1회 고 김명복복서배 밴텀급에 출전하여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한때 유망주였던 그가 권투를 접었다. 시합중에 얻어맞아 어깨를 다친 뒤로 권투가 싫어져 더이상 하지 않았다.

그는 버스운전기사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최근에 표창을 받기도 했다. 2년 무사고 운전으로 상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더욱 안전하게 손님을 모시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열심히 그리고 친절한 버스기사가 되려고 한다.

파주가 고향. 8살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왔다. 부모님은 슈퍼마켓 장사를 했다. 초등학교때부터 끼가 있었다.

마라톤을 완주한 기록도 있다. 조선일보배 마라톤 대회와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최고기록은 2시간57분. 인간한계에 도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데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91년도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네스대회에도 참가했다. 계단오르기 종목에 출전해서 31층까지 계단으로 뛰어서 3분대에 들어왔다.

평소에 등산을 즐긴다. 운전기사는 건강한 몸이 재산.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동안에는 가능한한 산에 오른다. 의정부 시청뒤에 있는 사패산을 자주 찾는다. 코스는 두시간 정도.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일상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고 삶이 재충전되는 기분이다.

학창시절 친구들사이에서 괴짜로 불렸다. 중고등학교때 있었던 이야기 한토막. 동전을 한주먹씩 가지고 다녔다. 여학생들이 있으면 소리가 나도록 동전을 던진다.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에 동전을 휙소리가 나게 던지곤 하였다. 동전소리에 여학생이 되돌아 보면 그것을 인연삼아 말을 걸었다. 마음에 꼭 드는 여학생이 지나가면 동전 몇개를 한꺼번에 던져 소리가 요란하게 나게 한다. 그소리를 듣고 여학생이 돌아보면 말을 걸어 사귀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때는 유도와 권투를 주로 했다. 각종 묘기는 20대 후반에 시작했다. 그때부터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다. 89년도에 뒤로 달리기와 자장면 빨리먹기로 처음출연했다. 그뒤로 여러가지 묘기를 보이면서 자주 방송을 탔다. 지금까지 33번 출연하여 그만의 묘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요즘 그는 바쁘다. 운전하고 남는 시간은 창일(9·의정부 서초등학교 2학년) 창진(7·1학년) 두아들과 5살짜리 딸 경애등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한다. 별난 재주를 가진 그의 별난 인생살이는 아내(원유순·39)가 많이 이해를 해준다.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은 국도극장. 극장에서 걸어나오는 아가씨를 보고 장난 삼아 다리를 걸어서 만났다. "뭐 저런 남자가 있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걸며 사귀기 시작하여 1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버지가 결혼자금을 안줘서 목걸이 반지등 결혼패물을 몽땅 팔아서 월세 5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다. 아내는 결혼 초기 7년동안 붕어빵 장사를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결혼전에 초상화 강사로 활동했던 아내. 결혼한 이후로 너무 고생을 시킨 것 같아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묘기를 부리는 재주가 있기에 세상을 사는 재미가 있다는 김인남씨. 요즘도 그는 꾸준한 훈련으로 계속 묘기를 키우고 개발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그를 괴력의 사나이 기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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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0/26 10: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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