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89) 유도마 여기수 김효경

[클릭이사람] (89) 유도마 여기수 김효경
 
백마 탄 여인 김효경. 우리나라에서 단 두명밖에 없는 유도마 여기수다. 경마가 열리는 날 과천경마공원에 가면 아름다운 그녀를 만날수 있다.

말과 함께 지내다 보니까 유도마 기수가 되었다. 말과 함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길없는 길이라도 뛰어들 만큼 좋아한다.

유도마란 경주 출주전 예시장에서 발주지점까지 경주마들을 안전하게 유도 해주는 마필. 나이지긋한 유도마가 맨앞에 서서 힘이 넘치는 경주마들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경주마들은 유도마가 이끄는 대로 순한 양이 되어 졸졸졸 따라간다. 유도마 코스는 예시장부터 지하차도를 통해 직선주로 끝부분 4코너 지점까지 어림잡아 800m.

경마장에서 이미 그녀는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가 되었다. 경마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예시장에 유도마를 타고 그녀가 나타나면 주변은 온통 환호물결로 술렁인다.

박수를 보내고 휘파람을 불어대고 손을 흔들어주기도 한다. 멋진 복장의 그녀가 경주마들을 이끌고 주로에 나서면 팬들의 환호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자신이 등장한 이후로 예시장 분위기가 한층더 밝아졌다는 소리를 팬들로부터 들을때마다 그녀는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유도마 기수에게 승마실력은 기본. 그녀도 예외가 아니다. 10년넘게 승마를 즐기고 있다. 생긴 모습은 여성스러워도 와일드한 성격이다.

정적이고 차분한 것보다 동적이고 와일드한 것을 좋아한다. 학창시절부터 서부영화를 좋아했다. 여주인공이 말타고 나오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자신도 꼭 말을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혼후 마사회 승마강습에 신청해서 말과의 첫 인연을 맺는다. 그뒤로 말과 함께하는 인생이 되었다. 경마공원에 주부로서 금녀의 벽을 허물고 유도마 기수로 당당히 입성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말타는 재미 못지 않게 말을 수장(샤워)시키고 함께 놀아주는 것을 좋아 한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듯 말의 꼬리와 갈기를 샤워할때 빗질하면서 손질해주면 말이 그렇게 좋아할수가 없다.

그런식으로 정성스럽게 샤워를 시키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도마 운동은 30분인데 말관리는 한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말을 아끼고 좋아한다.

그녀가 타는 유도마는 백마 '말라카이'. 정이 흠뻑 들었다. 애마 말라카이도 그녀를 알아볼 만큼.

▲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수(이미숙분)의 대역으로 열연하는 유도마 여기수 김효경(가운데).     ©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는 법. 그녀도 관중들 앞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하필 골인지점에서. 경주마를 안전하게 이끌어야 할 유도마 기수가 떨어지니까 관중들이 야유하며 함성을 질러댔다.

순간 얼마나 부끄럽던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으로는 분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을 잘듣던 애마가 하필 수많은 관람객들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는 생각때문에…

말을 잘탄다는 이유로 영화에도 출연하였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단적비연수에서 추장으로 나오는 이미숙씨 대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미숙씨가 말타는 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대역했다. 촬영지는 안면도 신두리 해수욕장. 하늘과 모래와 산과 바다만 보이는 곳이었다.

장소를 이동하면서 하루에 여덟장면이나 찍었는데도 NG를 안낼정도로 말타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경주마를 타고 차 속력보다 더 빨리 그것도 항상 선두에 서서 전력질주하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다 보니 그녀는 대역이 아니라 진짜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가 영화속의 주인공 추장이 되어 탄 말은 금강목장에서 제공한 '썬'. 말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10년을 넘었지만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려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남자들을 제치고 가장 선두에 서서 진두지휘하는 대장역을 하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대역을 하려고 허리사이즈를 줄이는 고통도 감수했다.

건강한 남자도 하기 힘든 역을 주부인 그녀가 거뜬히 해내니까 스텝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인마일체. 호흡이 척척 맞았다. 말이 말을 기가막히게 알아들었다.

스텝이 스탠바이, 캇, 액션 등 촬영지시를 내리니까 그말을 말이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말타는 역을 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하고 싶다.

밀레오레 CF에도 출연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신세대 모델의 말타는 장면을 그가 대신했다.

유도마 여기수도 일종의 전문직이라고 자부한다.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마사회의 추천으로 유도마 기수가 되었다.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유도마 기수를 할 작정이다. 조금이라도 더 멋있게 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항상 노력한다.

특히 신경쓰는 것은 의상. 팬들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웬만큼 비가 쏟아져도 우의를 입지 않는다.

아무리 말을 잘타도 옷을 잘못 입으면 폼이 안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수들처럼 몸관리도 철저히 한다. 특히 날씬한 몸매 유지를 위해 꾸준히 조깅을 한다.

팬들에게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도 필수. 앞으로는 더욱더 표정에 신경써야겠다.

예시장에서 부드럽게 웃으면서 손이라도 흔들어주면 더욱 좋을텐데 어떤때는 얼굴이 너무 굳어 있다는 소리를 팬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말을 오래 타다 보니까 하루종일 뛰어도 숨이 안찰 정도로 폐활량이 좋아졌다. 병원에 가본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는 자신있다.

영화촬영하는 3박4일동안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밤 9시까지 계속 말을 탔는데도 지치지 않을만큼 튼튼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말타는 데에는 많은 돈을 썼지만 아파서 돈을 쓴적은 없다.

만능 스포츠 우먼. 조깅, 헬스, 웨이트 트레이닝을 특히 즐긴다. 볼링도 10년 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은 말조교 시키고 말타기 바빠서 그 좋아하던 볼링을 못한다. 체력보강을 위해서 웨이트와 조깅은 꾸준히 하고 있다.

일이건 운동이건 한번 좋아하면 최소 10년이상은 매달릴 정도로 고집이 세고 집요하다.

경마가 열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개인시간을 전혀 내지 못한다. 말타는 데에 시간이 뺏겨 주말이 아예 없다.

그러나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런 생활에는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다.

수목금은 조교차원에서 경마장에 온다. 경주일 말을 잘타려면 수목금에 조교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승마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힘든줄 모른다.

그의 승마예찬론은 끝이 없다. 여성건강 특히 주부들에게는 승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허리를 부드럽게 해줄뿐만 아니라 골반과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변비도 없어지고 소화도 잘된다.

몸매관리와 자세도 예쁘게 바로 잡아 준다. 말이 뛰면서 시원하게 흔들어 주니까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게다가 스릴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싶다.

앞으로 희망사항은 승마선수로 대회에 나가보는 것이다. 종목은 마장마술. 잘아는 개인마장에서 그녀가 승마대회에 나가면 언제라도 독일에서 수입한 좋은 말을 대여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이미 받아놓았다. 승마교관 자격증도 딸 계획이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유도마 기수가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관중석에서 멋있다고 환호하며 손을 흔들어줄때 큰 보람을 느낀다.

유도마 기수야말로 진정한 경마장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유도마를 탄다는 모습을 보려고 경마장에 오는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에 더욱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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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2000/10/20 10: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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