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48호> 한장남은 달력을 넘기며

오늘은 한치 앞도 안보일정도로 사방이 뿌연 안개로 뒤 덮혀 아침이라기보다는
꼭 저녁으로 향해 기울어 가는  일몰이 지는 시간대를 연상케하는
그런 날 인 것 같습니다.

어제와 특별히 다른 것도 없이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났고 늘 하듯이 예약해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갖다 널고 냉장고 뒤져 찌개거리 다듬고 하는 대도 눈은 자꾸만 안개로
뒤덮힌 베란다 쪽으로 가고 있으니 웬일인지요?...

뭐랄까요?
아침준비를 하면서도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예감....기분....

워낙에 안개낀 날을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날은 그저 기분이 좋아지고
평소에 신경써지지 않던 출근때 입을 옷에 대해서도 어떤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니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난쟁이처럼 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이나 아이나 둘 다 어제의 모습 그대로 출근준비 등교 준비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내 기분만 이런건가? 싶어 잠깐 멈추고 있던 손을 움직여
뽀글뽀글 된장찌개를 준비합니다.

12월.....
달랑 한 장 남은 올해의 마지막 달력을 넘기면서....항상 느끼는 거지만 올해도
참 많은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제 한 장 남은 이 달력마저 넘겨버리고 나면 또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짧은 한달이지만 일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12월을 더 알차게
의미있게 보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네요.

12월......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달.....

사람도 그 자리에 있고 풍경도 모두  그 자리에 있지만 약속으로 정해놓은 달력에
의해서 어쩔수 없이 한해를 마감해야만 하는 12월.....

하루사이로 "작년에" 라는 추억의  창고속으로 숨어버리는 12월을 생각하면
12월은 어쩌면 과거와 미래사이를 연결해주는 어떤 고리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불과 한달 사이로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나고...줄고....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한장 매달려있는 12월의 달력을 보며 문득 작년 이맘때엔 무슨생각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아마 작년 이맘때도 난 올해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군요.

그렇게 모든것이 그대로인데 ....
세월이 간다는것은 어쩌면 겉모습만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듬에 따라 늘어나는 주름살의 숫자와 조금씩 넉넉해지고 중후해지는
그런 외모의 변화...

한땐 시간이 ...세월이 빨리 흘러 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적도 있는데
이젠 너무빨리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드니 나이가 들면
변덕도 심해지나 봅니다.

 
자운영
 
2002년12월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