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41) 조선백자 재현 평생외길 걸어온 장인 진종만옹

[클릭이사람] (241) 조선백자 재현 평생외길 걸어온 장인 진종만옹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변하는 세월에 살아남기 위해 발 빠르게 변해야 산다면서 발버둥을 친다. 변하지 않으면 마치 뒤떨어진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     © 피플코리아

그러나 여기 이 사람을 보면 세월이 정지된 느낌이다. 흐르는 세월을 꽁꽁 붙들어 매두기라도 한 듯 변하지 않는 사람. 10년도 아니고 20년도 아니고 5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단 한치 흔들림 없이 오직 한 가지 일에 몰두해 온 자체만으로도 그는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조선백자 재현의 외길을 걸어온 곡우 진종만옹(72)은 그런 사람이다. 도예의 고장인 경남에서 한평생을 도예와 더불어 살아온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이자 도예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창작도예의 활발한 국내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조선백자의 재현에만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경남 마산시 산호2동 337의 80 문화빌딩 6층에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한 곡우도예전시관(관장 최길복56)이 있다.

지난 7월30일 오픈한 도예전시관은 곡우의 제자이면서 평소 그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최길복 관장이 마련해 줬다.

자신이 건물주로 있는 최관장이 이 건물의 6층 60여평을 곡우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상설 전시관으로 선뜻 내준 것이다.

전시실에는 곡우가 빚은 60여점의 도예작품을 전시해 놓고 있으며 일정기간을 두고 문양별로 새로운 작품으로 바꿔 교체 전시를 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들이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작가의 초벌 도자기 등이 전시실 내에 마련돼 있다.

도예의 고장 경남 마산 곡우 도예상설 전시관에 가면 수백년 세월을 뛰어넘어 장인의 손길로 되살려낸 조선백자의 진수를 접할 수 있다.

▲     ©피플코리아

흙을 빚어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 도공의 후예로써 흙 속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고 불 속에서 한 점의 도자기를 완성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살아왔다는 데서 그는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힘들고 어려운 도공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평생 도자기를 빚으며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도예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그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31년생. 경남 김해시 진례면 고모리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자라면서 어깨너머로 옹기를 배웠다. 그렇게 배운 실력으로 소학교 2학년이던 1942년 세계아동미술전람회에서 그가 출품한 옹기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목화 따는 여인을 찰흙으로 만들어 옹기촌에서 구워낸 작품으로 한국인으로써는 유일하게 12살의 어린 그가 당선된 것이다.

오직 한길을 걸어온 그는 6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20～30회 개인전을 열었다. 일본 초대전도 여러 차례 열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다.

그런가 하면 전승공예전에 출품해서 80～90년대까지 입선 13점과 두 번의 장려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선백자 재현에만 매달려 살아온 이유가 뭘까. 무엇이 그의 인생을 이토록 도예세계에 푹 빠지게 했을까.

▲     © 피플코리아

그것은 다름아닌 조선백자의 순수함과 소박성이다. 백자는 결코 화려하거나 호화롭지 않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한 마력이 있다.

고요의 빛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담하고 순박한 세계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욕망 자체를 벗어버린 무욕의 빛깔이라고나 할까.   

곡우의 도예는 장인의 예술혼과 숨결을 느끼게 한다. 전통 도예를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회화적인 요소와 장식성을 조화시킨 걸작들을 내놓고 있다.

도예의 전통과 회화적 요소의 절묘한 조화. 오랜 체험과 경륜으로 빚어내는 그의 백자는 보는 이의 마음을 청정의 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미술 선생님 출신. 55년 4월 창원시 도립 창덕중학교 미술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77년까지 22년간 교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22년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오로지 공작시범학교에서 미술 도예만 해왔다는 사실이다.

창덕중학교에 근무하면서 진영 한얼중고등학교로 겸무 발령받아 66년까지 두학교에서 공작시범 도예부분을 지도해 왔다.

그러다가 마산공업고등학교와 중앙중학교로 발령받아 공작시범학교인 중앙중학교에서 공작지도를 하면서 마산공고 요업과를 창설지도 해왔다.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그는 두개학교씩 맡는 1인2역의 교사가 된다.

그 후에도 마산여상, 무학여중, 제일여중고 등 부임하는 곳마다 미술 도예만 맡았다. 마산제일여중고를 끝으로 22년동안 몸담아온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77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조선백자 재현에만 몰두해왔다.

▲     © 피플코리아

그때부터 창원시 동읍 무성리에 곡우예요(가마터)를 설립하고 도자기에만 전념해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자양성은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다.

그의 본격 도자기 입문은 월주 원덕문 선생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1948년부터 55년까지 인간문화재 48호 원덕문선생으로부터 사사받아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다. 도자기에 입문해서 54년째 오로지 조선백자 재현의 외길을 걷고 있다.

지금 그는 인간문화재 백자부문 후보자로 계류 중에 있다. 인간문화재로 하루 빨리 올라야 될 분이라고 제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는 백자부문 가장 원로로 그동안 배출한 제자만 해도 홍익대 미술대 조각과 김영원교수를 비롯해서 한국교원대 이성도 교수(조각), 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조교로 활동하는 김용우씨, 성낙우 창원전문대교수(마산미술협회장) 등 수없이 많다. 

지금도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네 아들중 장남 진경환(46)씨와 막내 경백(37)씨 등 두 아들이 그의 대를 이어 전수를 받고 있다. 아버지인 그와 두 아들이 함께 도자기 재현의 길을 가고 있는 아름다운 장인 가족이다. 

조상의 빛난 얼을 한 점의 백자기에 담아 일생을 엮어가고 있는 진종만옹. 자신의 인생에서 도자기를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그는 이시대의 진정한 장인이자 도예사의 산증인이었다.

평생 조선백자를 빚어온 사람이라서 그럴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뜩 그 자신도 조선백자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2년11월24일 11시20분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인물뉴스닷컴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0-4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