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 詩산책] (23) 봄꽃앤딩 by 장지연

[김명수의 詩산책] (23) 봄꽃앤딩 by 장지연

은재 장지연 시인의 시는 섬세한 감성과 번뜩이는 지혜를 압축한 엑기스 같다.

천 마디의 말을 몇 글자로 담아내는 저력이 무섭다.

기자가 2023년 6월 14일 만난 시 '봄꽃 앤딩'도 예외가 아니다. 시작부분(꽃 지느라 꽃이 지느라 안타까워 운다) 부터 끝부분(숱한 네 안의 상처들도)까지 불과 몇 마디 안에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넘쳐나고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시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다.

봄여름이 바뀌면서 꽃이 피고지고 열매를 맺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봄꽃 앤딩

      ---장지연

꽃 지느라

꽃이 지느라 안타까워 운다

움트느라

움이 트느라 아파서 흔들린다

바람도 햇살도 몇 차례 기승부리며

여름 오라고 실금 긋는다

모든 아픔에는 이유가 있고

그 뒤에 돋는 푸른 성숙이 있다

꽃 지느라 추운 봄날

꽃 진 자리 덮는 초록 딱지들은

잎이 되고 열매가 되겠지

숱한 네 안의 상처들도

<김명수/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