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6) 그대이름은 괴짜 이수봉 (2)

[클릭이사람] (66) 그대이름은 괴짜 이수봉 (2)
 
남들이 기피하는 직업인 보조사회자로 십년을 보냈다. 일종의 가방모찌. 강산이 바뀌는 긴 세월을 한마디 마이크도 잡아보지 못하고 옆에서 춤만 추고 바람잽이 역할만 했다. 업소 사장과의 정식 계약이 아닌 사회자의 눈치와 수단으로 일당을 챙겨간다. 말하자면 사회자 개인의 소속이다. 참으로 실속없는 삶이다. 자기 인생은 없다.

사람에게는 세가지의 형태가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사람을 집으로 치면 1층과 지하 그리고 2층의 형태로 나눈다.

1층은 구멍가게 형태. 슈퍼 연탄가게 부동산 쌀가게 등 1차산업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다. 2층은 유통판매 금융 돈놀이 사기꾼들이 사는 사람들이다. 지하는 술집 깡패 건달 양아치들이 판치는 무대라고나 할까?

지금은 3단계로 구분되던 형태가 와르르 무너졌다. 왜 무너졌는가? 맥주회사 직원의 아이디어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들이 1층에 호프집을 개업함으로 인해서 산업형태가 다 중복되어 버렸단다.

그는 한국의 직업형태도 3가지로 나눈다. 체인점 부동산 생물분양사업으로… 생물 분양은 영지버섯 지렁이분양 당두충 등이 있다.

아버지가 38세때 태어난 외아들. 그러나 그는 19살 때 결혼. 당시 아내는 17살. 십대의 불장난 같은 결혼이었다. 왜 그렇게 결혼을 빨리 했을까? 아버지가 며느리감을 보고 와서는 앞뒤 가릴것 없이 무조건 결혼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번갯불에 콩튀기듯 얼떨결에 결혼했다. 아내될 사람 얼굴한번 보지 못하고 결혼을 한 꼴이 되었다.

신랑이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는 커녕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움직인 꼭둑각시로 전락해버렸다는 생각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아내는 아버지가 잘나고 똑똑해 보이니까 아들도 당연히 일등신랑감으로 알았단다.

그러나 신혼 첫날 남편인 그를 보고 아내는 크게 실망했다. 결혼하자마자 아내는 얼굴도 못생겼고 인물도 못났다면서 남편인 그를 구박했다. 결혼전에는 아버지에게 시달려온 그는 장가간 후에 아내로부터까지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 일년에 서너번은 서울로 도망을 갔다. 농사짓기 싫고 집에서도 재미가 없으니까… 음악 틀어놓고 국수 삶아먹고 색시 데리고 노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남편을 아내가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계속 빗나갔다. 빗나가는 인생. 그에게는 그것이 운명이었다. 결국은 30대 중반에 완전히 가출을 하고 말았다. 가정은 파탄.

20대에 경비원생활을 4년간 했다. 후배와 둘이서 동업으로 한때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직함은 상무. 그때 밤마다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결국 나이트 클럽은 망하고 말았다. 그가 바로 꼬인 인생이니까. 되는 일이 없었다. 가구세일을 했다. 그때는 좋았다. 웬일인지 돈이 벌렸다. 5백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지렁이 분양을 했다. 잘됐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왔다.

1985년에 손가락장단으로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방송국으로 달려갔다. 손가락 장단으로 일생을 걸었다. 손가락 장단을 죽는날 까지 하겠다고 맹세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손바닥을 마주치면 치매를 방지하고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오래 살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는 손가락 장단 손바닥 치기를 국민 운동으로 홍보한다. 그가 이세상에 태어나서 남에게 베풀 것은 손가락 장단 밖에 없으니까… 그는 남은 인생을 손가락 장단으로 마무리 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손가락 장단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손가락 장단이라는 별난 재주 하나로 각종 축제나 행사에 단골로 참석하여 자신의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방송도 많이 탔다. 방송출연과 함께 CF문의 까지 들어온다.

음악을 틀어놓고 반주에 맞춰 손가락끼리 마주 튕겨 탁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거리며 춤을 춘다. 손가락 장단을 잘하려고 아령과 역기를 많이 한다. 상체 힘을 길러 손가락이 마주칠 때 나는 소리를 키우고 파워를 기르기 위해서다. 손가락 장단이 음악소리보다 더 커야 옳은 연주라고 생각한다.

온몸을 비틀거리고 양발로 탭댄스를 하면서 손가락 장단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혼신을 다해 무대공연을 하는 비틀스를 연상시킨다. 그를 보는 관중들도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그는 그렇게 살아간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엿장수도 3년간 했다. 엿장사에 음악을 처음으로 도입한 장본인이다. 하루에 엿을 백만원까지 팔아본적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는 따로 있다. 그밑에서 흔들이로 일당을 받았다. 그러니까 재주는 그가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겨갔다. 엿을 신나게 팔고도 그는 빈털털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도 무대에 서면 노래를 20여곡 이상씩 부른다. 옛날 산에서 연습한 실력으로… 그러나 박자는 신경안쓴다. 박자와 상관없이 노래는 따로 논다. 그것이 바로 그의 주특기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니까. 한마디로 튀는 인생이다.

그는 지질이도 안풀리는 인생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돈도 백도 없는 사람이다. 세상사람들이 가는 길을 일부러 피해가듯 정반대로 살아간다. 평생을 괴짜로 살아온 그가 세상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과 같은 인생처럼 절대로 살아가지 말라고… 아버지와 자녀사이에 대화를 많이하라고… 그래서 부모 자식간의 사랑을 키워나가야 한다. 내성적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살아온 길을 후회한다. 잘못 살았다고 생각한다. 부친말씀을 잘들었으면 이렇게 까지 꼬인 인생으로 살아오지는 않았을텐데…

그래도 자랑할만한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손가락 장단. 손가락 문화를 일으켰다고 자부한다. 손가락 장단이야말로 그가 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건강에 좋으니까…

그는 세상사람들에게 말한다. 평생을 어긋나기만 한 그가 살아온 길을 반대로만 걸어간다면 그 인생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그가 살아온 인생은 결국 다른사람이 올바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거울이 되는 셈이다.

그처럼 살면 실패한 인생이 되고 반대로 살면 성공한 인생이 된다는 교훈을 그는 몸으로 보여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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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8 10: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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