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28호> * 남편의 생일

한해가 시작되면 늘 습관처럼 제일먼저 달력에 집안의 행사날에 동그라미를 그리게
된다.

시댁의 행사일과 친정의 행사일 그리고 결혼기념일 아이의 생일 그리고 남편의
생일까지 모두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면 달력은 처음의 숫자만 새겨진 달력이 아니라
울긋 불긋해지고 거기에 딸아이가 그려넣는 시험발표날에 방학식 개학식까지
더해지면 정말로 우리집 달력의 역할은 한사람의 몫을 톡톡히 하는 가족같다.

남편의 생일...

봄에 있는 내생일과 아이의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까지 지나고 나면 우리 세 식구에겐
기념일이 다 지나가버린 것 처럼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없을거 같아 간혹 무심히 지나버리게
되는 남편의 생일....

더구나 중복을 지나고 한창 더울시기에 있는 남편의 생일은 매년 소홀하게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달력을 보며 몇일전부터 근사한곳에 가서 저녁식사라도 할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면
꼭 생일날인 당일은 남편의 친구들과 약속이있거나 아예 친구를 불러들여 같이
식사를 하게되고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나면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버리게 되니
다른날보다도 더 허무하게 지나가버리는게 남편의 생일날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딸애가 잊지 않고 남편한테 줄 작은 손수건 한 장과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한장을 준비해서 남편을 감동시키는바람에 그나마도  그날이 남편에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일이나 기념일은 유독 여자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내일 남편의 생일엔 오랜만에 삼폐인도 터트리고 케익도
자르며 한해동안 건강하게 우리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줘야겠다.

 
자운영
 
2002년 0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