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9) 참교사 이주영

[클릭이사람] (49) 참교사 이주영
 
초등학교 교사로 외길을 걸어온지 벌써 23년. 아직도 첫발령 순간 초심으로 교단을 지키고 있다. 촌지안받고 안주기 운동을 지켜 나가고 있다.

이주영(45). 본업 초등학교 교사. 보직 6학년부장. 그는 하는 일이 많다. 학교안에서도 학교밖에서도 쉴틈이 없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더 바빠진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뛰고 뛰어도 시간이 모자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한국글쓰기연구회 이사. 초원장학재단 이사. 초원봉사회 부회장. 전교조 서울초등강남동지회 부회장. 공동육아연구원 전문위원. 남북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프로그램 개발위원. 이교사가 학교밖에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 고생길을 가고 있다. 스스로 힘든일을 떠안고 살아가는 이교사.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든 만큼 얻는 보람도 크다. 언제부턴가 그의 이름앞에는 참교사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이교사. 중학교때 꿈은 노동자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공고 화공과에 진학. 그러나 막상 공부해 보니까 적성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기계에 소질이 없었다. 그러다 대형사고를 친다. 고1때 우연히 일본 불교의 한종파인 일련정종(남묘호랑계교)을 알았다. 권희로후원회 활동을 하다가 일련정종이 일본의 극우 국수적인 종교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런 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땅에 그런 종교가 발붙여선 안된다는 일종의 의협심에 젊은피가 끓었다. 자신의 손으로 응징하겠다고 결심하였다.

결단의 날. 불을 질러 흔적도 없이 모두 태워 없애버릴 셈으로 일본검(니폰도) 도끼 칼 휘발유를 소지하고 일련정종 한국본부에 들어갔다. 현장에 있는 교인들이 그를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불을 지르려는 소년 주영과 그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교인들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뒤엉켜 싸우다가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게 현장에서 붙들렸다.

유치장에 갇혀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유치장에 갇혀있는 피의자들을 포함하여 면회오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서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사가 되어서 올바른 교육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생각한 올바른 교육은 백범선생의 뜻에 따라서 민족과 국가경제를 바르게 잡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교육을 통해서 민족통일로 이어질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이야 말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그리고 인류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확신했다. 군사강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침략을 지킬만한 정도의 힘을 기르면 된다. 경제대국도 바라지 않는다. 배고프지 않고 먹고 살수만 있으면 된다. 오직 하나 바라는 소원은 문화대국 이다. 김구선생은 그런 소원을 교육을 통해서 이룰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 주영역시 백범선생의 뜻대로 살고 싶었다. 백범선생의 소원이 바로 자신의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그길에 적절한 직분이 바로 초등교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춘천교대에 진학한다. 교사집안. 친가 외가 처가가 다 초등교사 집안 출신이다. 교대에 다니는 동안 남춘천 재건학교에서 야학으로 근로청소년들을 가르친다.

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3월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는다. 그때 맡은 반이 서울의 초등학교 4학년. 첫발령 받으면서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깜짝 놀란다. 자신이 맡은 반의 학생수가 무려 86명이나 되는 과밀학급이었다. 콩나물시루 같았다. 교육이 안됐다.

'때리지 않겠다, 차별하지 않겠다, 촌지받지 않겠다'고 3가지 결심을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하고 날마다 대화를 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교사가 된 첫날부터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임 45일만에 회초리를 들었다. 걸상까지 집어던지며 서로 싸우는 아이들을 보고 참을수가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싸우는 아이를 말릴 생각도 안하고 옆에 둘러서서 구경만 하는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휘어잡는 비결을 신임교사인 그에게 알려주던 선배교사들의 말이 떠올랐다. '교실에서 웃지마라, 말로 잡아라, 눈으로 죽여라.' 그러나 이교사는 그말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생각하기에는 정반대였다.

'웃어야 된다, 말로 기를 살려주고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줘야 된다, 눈높이를 맞추고 눈으로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그러니까 교실이 난장판이 되고 싸움이 났다. 아이들에게 잘해주다 보니까 결국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그래서 화가났고 회초리를 들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 촌지거부. 촌지를 계속 거부하다 보니까 생각지도 않던 어려움을 겪는다. 의례적으로 촌지를 주던 학부모들이 트집을 잡았다. 주는 촌지를 거부하니까 역으로 자기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오해를 하였다. 실제로 그 아이들이 그동안 촌지를 받은 댓가로 누리던 일종의 특권?이 사라졌다는 말도 사실이다. 왜?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낄수 있다는 뜻이다. 촌지를 주는 학부모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다.

실제로 촌지를 주는 학부모는 이교사가 맡고 있던 학급 학생 전체의 10% 정도였다. 그런데 이 학부모들이 학교장이나 교감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잘못된 현실에 이교사는 화가 났다. 그러다 보니까 촌지를 거부당한 학부모가 교장·교감한테 이교사를 좋게 말할 리가 없었다. 촌지를 안받는 다는 이유만으로 이교사는 그렇게 시달렸다. 촌지거부 때문에 심지어 같은 학년 교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기도 하였다.

받은돈 일부를 걷어서 교장교감한테 건네줘야 하는데 이교사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이교사는 촌지를 안받았으니까 당연히 상납도 못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다 보니까 마찰이 생기고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었다.

이교사는 교육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거짓말로 실적을 올려서 보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한 예로 지진아 학생 없애라고 교육청에서 지시가 내려온다. 지시를 받은 학교는 보고서를 올린다. 3월달에는 지진아가 있었다. 학년말이 되면 100% 사라졌다고 허위 보고한다. 해가 지나면 또 같은 식으로 되풀이 된다. 이런식으로 겉치레·거짓교육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때 갈등을 많이 겪었다. 선생을 그만둘까? 아니면 계속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이오덕 선생님의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다. 교육현실을 이렇게 올바르고 진실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참교사의 길을 걷기로 약속한 동료교사 3명과 이오덕 선생님을 직접 찾아간다.

거기서 이오덕선생님으로부터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많은 격려를 받았다. 이오덕선생님께 편지를 보낸 교사들을 소개받았다. 선생님들과 만나서 글쓰기·독서교육 등을 함께 공부한다. 또한 교육현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만난 선생님들과 1980년에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든다. 1983년에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결성한다. 교사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만든 연구단체다.

또한 교사교육운동을 하기 위해서 당시 시민단체였던 YMCA내에 '초등교육자협의회'를 만든다. 여기서는 주로 교과서 내용문제, 민주적인 지도방법,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연구하고 주장했다.

1987년 초등교육자 협의회는 민주교육추진 전국초등교사협의회를 거쳐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에 합류한다. 하는 일은 주로 교육민주화운동. 교과서내에 반민족적인 내용들을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해 왔다. 이러한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1989년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으로 발전한다. 이때 이주영교사는 파면된다. 교사생활 13년만에 참교육을 펼치려다 강제로 옷을 벗게 된다. 그의 이름앞에는 이때부터 해직교사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해직기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면서 참교육 실천강의를 한다. 전국전교조지부 지회 지역모임과 공장·노동단체등에 가서 참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호소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이를 거느린 한가정의 가장으로써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막해진 이교사. 전교조에서 모금한 성금으로 주는 월 5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다.

전교조 탈퇴하라고 교장이 회유할 때 아내때문에 버틸수 있었다. "비록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지라도 참교사의 길을 막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해직의 아픔을 겪는 동안 가족의 생활태도가 바뀌었다.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생겼다. 해직기간 5년동안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 1994년 3월에 복직.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어려웠다.

아이들의 생활이 학교중심에서 학원중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갔다. 학교에서는 안때리니까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학교에 와서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원숙제 때문에 바쁘다고 학교숙제를 안해오는 학생도 있었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80년대에 이교사가 해왔던 아이들하고 연극하기, 현장학습하기, 학급문집 만들기, 교과시간 통합하기 등의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아니 거기서 더나아가 오히려 권장사항으로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시키지도 않는 짓 한다고 그것 때문에 해직까지 당한 교사도 있는데…

그러나 이교사는 아이들의 생활이 학교보다 학원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현실이 무엇보다도 가슴 아팠다. 잘못된 교육의 현실을 뼈져리게 실감했다. 그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1995년. 그동안 해온 학급운영실천사례 발표로 교육부장관상과 서울시교육감상을 받는다. 교사로서 처음 받은 상이다. 사실은 해직되기 전에 더 열심히 가르치고 참교사로 활동을 해왔는데… 그때는 징계사항이었고 탄압대상이었는데…

이교사는 아직도 교육현장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이들이 산만해졌다. 성격도 급해졌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적어졌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

예를 들어 삶을 가꾸는 글쓰기. 마음을 살찌우는 글읽기(독서)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요즘은 독서교육쪽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함께 읽기 운동을 펴나가고 있다. 읽고나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교사는 생각한다. 많은 교사들이 일종의 무력감에 빠져있다. 영어는 전담교사를 시켰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텐데 담임교사가 지도하도록 추진해서 몇 년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나서 실패하고 지금은 결국 전담교사쪽으로 가고 있다.

그는 또한 말한다. 열린 교육이라든과 방법론만 먼저 바꾸기를 강요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런 일들은 인적자원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교사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니까 문제다. 교사들도 교육을 바꿔야 된다고 공감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이 안되니까 겉치레 행정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교사들은 무력감에 빠진다.

열린 교육 한시간을 하려면 최소한 몇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서 힘들다. 잡무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교사가 보기에는 교육관료들의 의식이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전교조의 경우 교육관료들의 의식속에서는 아직도 고운눈초리로 보려 하지 않는다. 법률적으로는 합법화되었지만… 그래서 지금도 교육관료들과 전교조 출신 교사들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

이교사는 원한다. 전교조가 완전히 명예회복 되기를… 해직기간 동안 경력을 인정해주고 못받은 월급도 지급해 주기를 바란다.

"사람으로 태어나 스스로 뜻을 세우지 못한다면 어찌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말할수 있나. 그뜻에 따라 살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으로 산다 할수 있나. 죽음에 이르러 웃을수 없다면 어찌 사람으로 살았다 하겠는가" 이교사의 좌우명이다.

이주영. 교단에 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참교사의 길을 가겠노라는 초심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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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6/29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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