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8) 온·오프라인 잡지 발행 홍창현

[클릭이사람] (48) 온·오프라인 잡지 발행 홍창현
 
대학졸업한지 이제 겨우 3년. 서른한살 총각. 겉으로만 봐서는 아직 사회초년병 딱지소리를 면하기 어려운 경력. 하지만 직접 그를 만나 단 몇마디라도 나누다 보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알수 있다. 홍창현. 요즘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는 온라인 오프라인 연예매거진 '꼬께' 사장겸 편집장이다.

10대를 겨냥한 꼬께(COQUET)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제작하는 잡지 이름. 인터넷(coquet.chollian.net)과 PC통신 천리안(go coquet)으로 네티즌을 공략하고 월간지 '꼬께'로 오프라인 시장을 파고든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뭐 이런 잡지가 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일단 한번 기억하면 오히려 오래 남는다는 독자들이 많단다. 이제 무가지 월간 꼬께는 연예정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잡지로 튼튼하게 자리를 잡았다. 인터넷 라이코스와 랭킹사이트 100HOT 연예정보순위 각각 상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짱짱하다.

잡지를 만들 때 발랄하고 깜찍한 분위기의 이름을 찾다보니까 꼬께로 정하게 되었다. 창간 초기에는 독자들에게 꼬께를 알리는데 애를 먹었다. 아무리 꼬께를 설명해도 바다에서 나오는 꽃게가 아니냐고 되물어 오기 일쑤였다.

그러나 발행횟수를 더해갈수록 잘만드는 잡지라는 인식이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홍편집장은 98년 3월에 이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예인 정보를 PC통신 천리안에서 유료 서비스 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러자 천리안쪽으로부터 오프라인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로부터 넉달후. 월간지 꼬께는 99년 2월 전면 컬러로 100페이지 분량의 창간호를 냈다.

편집장 홍씨. 창간호를 펼쳐든 순간 묘하게 자신의 지난 과거가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그는 한마디로 튀는 사람이다. 대학시절부터 그랬다. 대학을 세 번이나 옮겼다. 합격을 자신하며 서울대에 도전했다. 낙방. 부모님이 명지대에 원서를 넣어줬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험을 보았다. 4교시는 아예 응시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덜컥 합격을 했다. 안가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교시를 포기했는데도 합격을 하였으니 오히려 당황한 쪽은 당사자. 하지만 다니고 싶지 않았다.

재수. 명예회복을 노리며 또 서울대에 도전했다. 결과는 다시 낙방. 후기로 외대 영문과에 원서를 낸다. 그에게 시험운은 따르지 않았다. 엉뚱하게 2지망으로 낸 서반아어과에 합격을 한다. 역시 다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부모님을 생각해서 차마 그만두지 못하고 학교에 등록을 한다. 조금 다니다 다시 자퇴.

삼수. 삼수를 한다는 말은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했다. 이번에는 목표를 낮춰 성대 법학과로 잡았다. 그러나 원서를 접수하려는 순간 운명이 바뀐다. 신방과 여선배가 다가와 법학과 대신 자기과로 오라고 설득을 하는 바람에 그만…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멋쟁이 여선배를 보는 순간 마음이 자석처럼 끌렸다. 무조건 좋았다. 기왕이면 좋은 선배가 있는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멋진 여선배가 다니는 신방과가 가장 좋아 보였다. 마누라가 예쁘고 좋으면 처가집 말뚝에다 대고도 고맙다고 꾸벅 절을 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법학도가 되려던 꿈을 즉석에서 버리고 지원학과를 신방과로 정정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신방과 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멋쟁이 여선배와의 조우는 그날 이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홍의 운명을 바꿔놓은 그 여선배는 정작 다른 학교로 편입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홍은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여선배가 떠났다는 생각을 하니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러나 어쩌랴 이게 자신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그의 대학생활은 아르바이트로 시작된다. 해외 배낭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신문을 팔았다. 1학기 동안 신문 가판 아르바이트로 250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은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유럽으로 날아갔다. 배낭하나 달랑 매고… 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50일만에 돌아온다.

군대영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육군 이등병으로 입대. 낙하산을 많이 타는 부대로 알려진 사단 정찰대로 복무한다. 그러나 사고가 난다. 낙하산을 타다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군병원에서 10개월 동안이나 입원을 한다.

제대를 하고 학교 복학. 1학년 1학기부터 다시 다녔다. 군대를 일찍 다녀와 철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4년동안 장학금을 받았다. 1998년. 혹독한 IMF한파가 전국을 강타한 바로 그해 대학을 졸업하였다.

취직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자칭 정보통신 전문가라는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게 된다. 사업 기획안을 가지고 조언을 구할 셈으로 찾아갔다가 동업제안을 받는다. 둘이 만나 5평 남짓 사무실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MTM(주) 온라인 작업. IMF한파를 피해 사업적으로 재미를 쏠쏠 보고 있던 신인연기자 학원이라 그들도 큰 원조를 받을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자 사진자료를 D/B로 구축하는 작업은 말 그대로 단순 노동이었다.

MTM에서 사무실과 컴퓨터 스캐너 등 각종 장비를 지원받고 있는 터라 인력만 구성되면 쉽게 새로운 일을 벌일수 있었다. 몇 달을 고심하다 98년 당시에는 상당히 생소했던 연예 웹진(www.cyberstar.co.kr)을 시작한다. 지금은 많은 내용이 웹상에 올라가 있지만 당시에는 모든 컨텐츠를 직접 취재해야 했다.

약 5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사진기자와 둘이서 한달마다 채우는 괴력을 발휘한다. 혼자 취재를 다니다 보니 스케줄이 꼬여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취재원에게 웹진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시간이 인터뷰보다 더 길었다. 취재를 마치고 하는 기사 작업 또한 엄청난 정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웹진의 특성상 기사 마감이 따로 없어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 옆에 앉아 기사를 써서 바로 넘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4명으로 이루어진 디자인팀을 구성하여 국내 최초로 사이버 작가 '새파란'을 탄생시킨다. 많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뭔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좋은 기회였다. 천리안과 공동기획으로 사이버 드라마 '클릭'도 찍었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수익모델이 아니었다. 요즘 처럼 웹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기에 언론의 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 접어야 했다. 비록 MTM의 돈으로 사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밤낮을 잊어가며 했던 일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자 엄청난 허탈감과 생활고가 그를 짓눌렀다. 없는 돈을 털어가며 새우깡과 라면에 소주도 많이 마신 시절이었다.

이런 어려운 시절에 무의미한 사업을 정리하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까? 아니면 제대로 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해볼까 고민고민 하다가 천리안 연예매거진 꼬께를 탄생시켰다. 국내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할수 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기획으로 천리안으로부터 어느정도의 지원금도 받을수 있었다.

6개월이라는 장고의 시간을 들여 창간호를 세상에 선보인다.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무리 무가지라지만 나오던 잡지도 휴간하는 시기에 제작경험이 없는 초자들만 모여 잡지를 만들었으니… 질과 내용마저 기대에 못 미쳤다.

두 번 세 번을 찍을수록 잡지 만드는 기술은 조금씩 늘었지만 기대와 달리 광고 수입은 형편없었다. 돈이 없어 홍보를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위안을 삼으면서도 눈덩이처럼 쌓이는 부채가 무서워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동업하던 친구가 중도포기를 선언하였다.

홍 역시 잠시 직장에 들어가 조직적인 일을 배우기로 작정을 한다. 하지만 광고 영업을 담당하던 친구가 조금만 버티면 승산이 있다는 꼬드김에 다시 일할 용기를 얻는다. 결정적으로 '잡지계 경력 3년'이라는 친구의 타이틀이 홍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로운 파트너를 맞아 공동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다시 내고 잡지 기획안을 만들었다. 새로운 배부처에 직접 들어가 루트를 뚫었다. 편집장이 아닌 영업사원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광고를 담당하는 생면부지의 선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잡지를 제작하면서 아찔했던 순간이 어디 한두번이랴… 마감을 앞두고 매호 연예인으로 올리는 표지모델 섭외가 안돼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다. 표지를 모델없이 백지로 나가는 최악상황만은 막아야 겠다는 생각에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허탕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마감 직전에 가서야 매제의 도움으로 표지모델을 구하여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였다. 매제가 다니는 회사의 전속모델이던 류시원을 표지모델로 내보낼수가 있었다.

잡지가 나가자 이번에는 류시원의 매니저가 거세게 항의를 해왔다. 매니저 허락도 없이 류시원을 모델로 썼다며 따지고 드는 바람에 곤욕을 치뤘다. 역시 매제의 도움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가 있었다.

연예인을 취재할 때 겪은 고생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혜수를 인터뷰하기까지는 무려 6개월이나 걸려야 했다. 매일같이 전화를 하고 잡지가 나올때마다 보내 주면서 공을 들였다. 6개월만에 김혜수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은 취재에 성공하였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친구의 말대로 잡지의 모습이 갖추어지고 광고도 서서히 붙기 시작한다. 한 의류회사의 카달로그 작업도 대행을 맡게 되었다. 카달로그에 잡지의 일부 기사를 싣는 작업도 시도해 보았다. 99년 연말에는 그동안 확보한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대기업의 캘린더 제작도 수주받았다.

노력한 만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처음에는 "꽃게라구요? 수산물 잡지인가요"라고 되묻던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꼬께라고 정확하게 발음을 알아듣는다. 친분이 있는 매니저는 스스로 알아서 취재시간을 빼주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사장 겸 편집장 아래서 밀린 원고 대신 써주며 붙잡아 두었던 취재기자. 필름비 아끼라고 했더니 주머니돈을 털어 많은 사진을 찍어준 사진기자. 같이 밤새워 일하기로 해놓고 옆에서 잠만 잔다며 구박주던 디자이너. 팔리는 잡지를 만들기위해 새벽 회의도 마다 않던 광고영업. 원고비 안드려도 불평·불만없이 제때 원고를 보내주던 외부 원고 기고가 등 많은 사람들이 참고 기다려준 대가가 서서히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매호 유명연예인을 커버에 올리고 신인 연예인 발굴도 했다. 오프라인 잡지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온라인의 인기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각종 연예 정보 순위 차트에서도 꼬께가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창간호 3만부이던 발행부수도 10만부로 늘었다. 매달 들어가는 제작비만도 9천만원. 제작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창간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만큼 광고수익이 늘어났다는 증거.

10만부중 5만부는 천리안 회원들에게 나가고 나머지는 카페와 음반매장 그리고 전국 외환은행 지점에 뿌려진다. 아무리 10만부를 찍어낸다고 하지만 여간 운이 좋지 않으면 꼬께 잡지를 구하기가 어렵다. 공짜 잡지라 나오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집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간 일자가 일정치 않아 하루 이틀 차이로 꼬께를 보지 못할수도 있다. 지금도 배포 날짜가 다가오면 사무실로 정확한 배포 날짜를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오프라인에서 10대들을 공략할수 있는 비결을 알려 달라면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올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큰 돈 벌 욕심 버리고 유지만 하고 있던 꼬께가 대외적으로 조금씩 오프라인 잡지의 성공모델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직원은 홍편집장 포함 12명. 취재기자 3명. 디자이너 2명. 사진기자 2명. 모두가 일당백의 각오로 뛰어다닌다. 평균연령 25세의 젊은 회사.

홍편집장이 보기에 아직도 꼬께가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또한번 큰일을 꾸미고 있다. 꼬께의 유료화 전환과 함께 온라인 쪽의 사업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기획을 마치면 꼬께는 다시한번 화려한 변신을 하리라…

아직은 기획단계이고 온라인쪽에 두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자금사정으로 많은 어려움의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지만 세가지 모두 지금의 꼬께 정도의 모습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만인을 웃기고 울리는 엔터테이너. 바로 연예인이다. 연예인을 다루는 잡지. 바로 꼬께. 꼬께를 만드는 사람. 바로 홍창현. 신세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잡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셈이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6/26 13:26:11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 
 

☞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e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