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543) 초등학력으로 검찰 수사-사무-집행과장 오른 7전8기 정병산 사무관

[클릭이사람] (543) 초등학력으로 검찰 수사-사무-집행과장 오른 7전8기 정병산 사무관  

초등학교 출신이 4전 5기 도전 끝에 바늘구멍 같은 검찰 사무직 시험에 합격하였다. 말단 검찰 공무원으로 출발하여 7전 8기로 5급 사무관 승진 시험을 통과하고 검찰청 수사과장까지 올랐다.

대물림 되는 가난과 온갖 역경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하고 꿈을 현실로 바꿔놓은 정병산(59) 대전지검 천안지청 집행과장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 

천신만고 끝에 135대1의 경쟁을 뚫고 검찰사무직 5급乙(현9급)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1979년 9월 서울지검 검찰서기보 첫 발령을 받은 이후 35년째 검찰 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교육받고 일류 대학을 나와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감동은 없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개천에서 용 나듯 자력으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가슴 절절히 와 닿고 울림이 있다. 바로 정병산 씨 같은 사람.

1952년 두메산골에서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중학 진학은 꿈도 못 꿨다.

머슴이 될 운명을 거부하고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 16살 때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서울에 도착하여 먹고 잘 곳을 찾아 이발소에서 머리 감기는 일을 하면서 독학을 했다.

하루는 일을 끝내고 서울 태평로 길을 혼자 걸었다. 그때 서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석에 끌리듯 서점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면서기 되는 책이 머시당가요?”

금테 안경을 쓴 주인아저씨가 황당한 표정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당돌한 질문을 던진 그에게 책 한권을 내밀었다. 책을 받아서 펼쳐본 그는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무원 시험이라도 높아봤자 몇 십 대(對) 1을 넘지 않는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검찰 사무직 공무원만 135대 1이었다. 경쟁률이 최고 높은걸 보면 최고 인기 직종이 틀림없었다. 주인에게 다시 물었다.

“검찰직에 합격하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한당가요?”

판검사 밑에서 일한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 비빌 언덕이 없던 그는 검찰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판검사 밑에서 일하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겠나 싶었다.

낮에는 이발소에서 손님들 머리 감기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믿고 화이트칼라의 꿈을 키웠다. 
 

영어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독학으로 파고들어 5급을(현9급) 검찰공무원 시험에 처음 응시했다가 떨어졌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생각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그러나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계속 낙방하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발길이 약국으로 향했다. 여러 약국을 전전하면서 수면제를 치사량만큼 사 모은 다음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가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잠이 들었다.

‘16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저체중에 초등학력의 바보 못난이 멍청이 촌닭 정병산. 세상아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희미하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살 기도가 실패로 끝났음을 알고 맥이 탁 풀리면서 기운이 빠졌다.

병원을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 음반가게에서 당시 유행하던 조용필의 노래 ‘꿈’이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들으니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자살이라는 말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아닌가. 지금까지 해온 고생이 아까워서라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죽을 결심까지 했으니 죽을 각오로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1976년 입대통지서가 날아왔다. 연거푸 시험에 떨어진 터라 이참에 차라리 현역으로 입대해 직업군인이 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현역 입대를 위해서 소금을 왕창 퍼먹고 냉수를 많이 마셔 몸무게를 늘렸다. 작은 키도 감점 요인이 될까봐 까치발을 들고 신체검사에 임했다. 그렇게 애를 썼지만 신장, 체중, 학력 미달로 현역입대 판정을 못 받고 방위병으로 떨어졌다.

방위 근무하면서도 틈 날 때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제대후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4번 떨어지고 5번 만에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검찰사무직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천신만고 끝에 합격하여 1979년 9월12일 서울지검 검찰서기보 첫 발령을 받은 감격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서울지검 근무를 시작으로 천안, 공주, 성남, 서울, 법무부, 강릉, 서울대검, 서울고검, 중앙지검 등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땀과 노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그의 감동 드라마는 계속 이어진다. 10년 가까이 5급 검찰사무관 승진 시험에 도전하여 2007년 7전8기 도전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끈질긴 노력과 오뚝이 정신으로 8번 만에 검찰 사무관 승진시험에 합격하여 서울고검 관리과 사무관으로 첫 근무 이후 서울고검 사건과장 직무대행, 수사과장, 사무과장을 거쳐 현재 대전지검 천안지청 집행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7전8기 검찰수사과장 되다)도 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다리로 화장실 갈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서 항상 조깅을 해요. 특히 겨울에 흰 눈 내릴 때 아무도 밟지 않은 백설을 내가 밟고 첫 발걸음 남기면서 뛸 때 생동감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아요”

30년 넘게 몸담아 온 그의 공직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6월30일이 정년이라는 그는 세상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요즘 힘들어하는 젊은이들 많지요. 하지만 혼자만 힘든 게 아니잖아요. 주어진 환경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걸 깔아놓고 시작해야죠”

모든 역경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현실로 바꿔나가는 그가 하는 말이라서 더욱 신뢰가 간다.

“너의 미래를 알고 싶거든 지금 하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는 원망을 하지 말고 자기가 모르는 세상을 알려는 노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긍정 마인드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저는 믿거든요”

유난히 작은 키에 찢어지게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부모 원망은 커녕 오히려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줘서 감사할 뿐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에게서 긍정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검찰 공무원으로 지내온 30여년을 돌아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동안 사연도 많았고 한편으로는 보람도 있었다고 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집힌 사건의 흑백을 제대로 가려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는 뿌듯했습니다”

독수리처럼 빼어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 그리고 발톱이 없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피나는 노력 단 하나 뿐이다. 비빌 언덕이 없는 정병산 씨가 꿈을 이뤘듯이 당신도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당신의 운명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독수리처럼 날 수 없거든 걸어서 산에 오르라”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믿고 피나는 노력 끝에 인생을 역전시킨 그가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정말로 도전해 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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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2013년 12월 05일 07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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