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3) 세상을 웃겨주는 통아저씨 이양승

[클릭이사람] (43) 세상을 웃겨주는 통아저씨 이양승
 
산골마을 촌뜨기가 통춤을 추는 스타가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하던 13살에 서커스 단원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가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큰돈을 벌고싶은 어린마음에 부모몰래 고향집을 뛰쳐나와 서울로 달아나는 사고를 친다. 그의 파란많은 인생살이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통아저씨 이양승(49).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는 바로 그사람이다. 잘나가는 연예인도 아니면서 많은 고정팬을 가지고 있다. 볼거리에 목말라 하는 방송에서 그는 이제 연예인 못지 않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냘프고 야들야들하고 흐느적거리는 몸매를 이용하여 온갖 묘기를 연출한다. 키 158. 몸무게 48. 허리사이즈 25. 웬만한 여성보다 더 가늘고 유연한 허리를 자랑한다. 연체인간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배드민턴 라켓 구멍속으로 몸을 빠져나가는 묘기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인생유전은 한편의 드라마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다. 어릴때부터 몸으로 보여주는 묘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네 콩쿨대회가 열리기만 하면 무대위에 올라가 묘기시범을 보였다. 혼자생각에 타고난 끼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잘만 하면 동네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는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큰물에서 놀고 싶었다. 서커스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왔다. 겁도 없이 코흘리개 13살 나이에… 그러나 막상 올라와보니 서울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마포의 외할아버지댁에 찾아갔다. 그때 마침 마포에 대동서커스단이 있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그러나 외할아버지가 펄펄 뛰면서 말렸다. 결국은 서커스대신 외할아버지가 하는 문방구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구둣방에 취직을 했다. 하루도 못하고 쫓겨났다. 왼손잡이라 가위질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스께끼 장사를 했다. 60년대 말. 네모난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둘러매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아이스께끼! 얼음과자! 달고 맛있고 시원한 께끼. 하나에 5원" 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수단이 좋았는지 부지런했는지 많이 팔았다. 그러나 많이 울었다. 1년동안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면서 겪은 수모도 많다. 남의 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통을 빼앗기기도 했다. 아까워서 먹어보지도 못한 아이스께끼를 통째로 빼앗기고 어깨들한테 폭행까지 당했다. 한번도 아니고 몇번씩이나… 서럽고 분하고 억울해서 때려치우고 말았다.

광화문 주변의 신문보급소에서 먹고 자면서 지냈다. 신문을 팔기도 하고 돌리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보급소 총무. 2∼3년간 일한뒤 그만두고 시경찰국 차량정비창에 취직을 한다. 1∼2년 지나니까 월급이 5백원.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너무 적은 돈이었다. 숙식은 기동대에서 해결하였다.

자동차 정비기술을 익히면서 새벽에는 신문을 돌렸다. 운전면허도 그때 땄다. 월급이 너무 적어서 기회만 있으면 나오려고 했다.

시경에 근무하던 높은분이 부산시경 외근계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그분의 운전기사로 같이 갔다. 부산시 영도경찰서로 가서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근무했다. 경찰서에서 근무중에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보충역으로 빠져 결국은 군대를 면제받았다. 계속 경찰서에서 운전기사로 일한다.

그러다가 모시던 분이 그만 두는 바람에 함께 나왔다. 그분의 알선으로 부산에서 택시기사를 했다. 2∼3년하다가 자가용 운전기사로 취직을 한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역시 2∼3년 근무. 해운회사에 취직한다. 사장님을 모시는 운전기사가 된다.

부산 해운회사 근무 2년쯤 뒤에 서울사무소로 발령받는다. 서울에 올라와 일했다. 역시 사장님을 모시는 운전기사. 시간만 나면 운동을 했다. 몸으로 보여주는 묘기를 개발하고 익혔다. 그때 익힌 묘기가 운명을 바꾸는 직업이 될줄이야…

1991년도에 해운회사를 그만두었다. 퇴직당시 월급이 63만원. 급료가 너무 적어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 19년8개월근무. 해운회사에 들어와서 20년이 다되도록 일했지만 퇴직금이 겨우 1천2백만원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랐다.

사생활까지 빼앗기면서 20년가까이 뼈빠지게 일한 대가로 받은 퇴직금이 대졸신입사원 1년치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다니 기가 막혔다.

남들은 몇 년만 근무해도 위로퇴직금이다 명예퇴직금이다 전별금이다 뭐다 해서 억억 하고 뭉칫돈을 받는다는데…

사장님의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느라 일요일도 휴일도 제대로 맘편하게 쉬지 못하고 일해온 결과가 고작 이런가 싶은 생각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때만큼은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견딜수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퇴직한지 얼마안돼 그가 다녔던 해운회사도 문을 닫고 말았다.

부산에 있는 동생회사 영업부에 들어갔다. 그는 생업에 쫓기면서도 신체를 이용한 묘기를 계속 개발하고 익힌다. 그러다 마침내 기회가 온다. 방송에 출연하는 행운을 누린다. 첫출연은 박상은양 피살사건이 터지던 때로 기억된다.

MBC 보통사람 보통무대에서 작은 링속으로 몸을 통과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그뒤로 바쁜 몸이 되었다. 툭하면 방송사에 불려나간다.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방송출연 연락을 받으면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온다. 분당에 있는 집에 들러 준비를 하고 방송출연을 한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자신의 묘기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몸서리가 날 정도로 추운 한겨울. 강원도 산골로 녹화를 하러 갔다. 집에서 나올때는 날씨가 그렇게 추울줄 몰랐다. 그는 걸쳐입을 옷이 없었다. 알고보니 다른 출연자들은 날씨가 추울줄 알고 미리 준비해온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다. 추워서 도저히 그대로는 견딜수가 없었다.

녹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왔다. 이빨이 오들오들 떨릴정도로 추웠다. 얼어붙은 몸을 풀려고 춤을 추웠다. 양손을 바짝 붙이고 요리조리 몸을 비틀면서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그모습이 출연자들의 눈에 띄었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배꼽이 빠져나갈정도로 웃음바다가 된다.

몸을 비비 꼬고 흔들어 대면서 연출하는 그의 즉석묘기에 넋이 빠진 사람들이 괴성을 질러대면서 배꼽을 잡고 나뒹굴었다.

피디선생님과 서세원 그리고 다른 스텝진들이 그런 그의 묘기를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그순간부터 그는 통아저씨가 된다. 그때 언몸을 녹이려고 몸을 비틀면서 추어댄 춤이 바로 통춤이다. 그는 그날 이후로 스타가 된다.

추위를 참다못해 얼떨결에 저지른 해프닝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셈이다.

1997년. KBS 슈퍼TV에서 연말에 인기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린다. 방송에서도 이제는 통아저씨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그는 인기가 높다. 그동안 몇번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방송출연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방송출연을 계속 한다. 그러다 그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2000년 1월28일 다시 실업자가 된다. 동생회사에 들어간지 꼭 10년만이다.

이제 그는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익힌 묘기로 방송출연만을 한다. 1주일에 적어도 한번이상 방송출연을 하여 묘기를 보여준다. 출연료가 회사다닐 때 월급보다 훨씬 많다고 귀띰한다.

방송출연후에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쑥스러운 듯 씨익 웃는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던져주는 그야 말로 진정한 우리의 스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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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6/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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