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시리즈]나도 할말있다 제1탄

군필자 가산점 위헌 결정에 대한 논란이 새천년 벽두부터 계속 되고 있습니다. 경향월드넷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군대란 과연 무엇이고 그곳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상을 파헤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군필자들이 군대시절 겪었던 애환이나 현재 군복무중인 현역병들에 대한 경험담을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많은 제보를 부탁합니다.
 
경향월드넷의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군에 가지 않은 여성들이나 미필 남성들은 군의 실상을 알고 현재 평행선을 달리는 위헌파문에 대한 해결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필자나 아니면 현역복무자들의 많은 제보나 기고를 부탁합니다.
 
이번 시리즈에 동참하여 기고해주실 분이나 소감·반론·제언 또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경향월드넷 독자투고 마당으로 직접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향월드넷 군대생활 시리즈 나도 할말 있다'의 성패여부는 여러분들의 호응에 달려 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20년전 청춘바친 힘든시절 돌아갈순 없어도 돌아볼순 있다-

대학 2년을 마치고 꿈에 부풀어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 어찌보면 내인생의 가장 황금기였다. 꽃피는 4월. 입영영장을 받아든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말로만 듣던 군대가 나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가기 싫다고 해서 빠져나갈수도 없는 것이 군대 아닌가. 국민의 4대의무중 하나가 국방의 의무였다.
 
논산 훈련소에 처음 입소하던날. 모든 것이 기합이었다. 인권은 사라졌다. 이름대신 번호로 호명되던 자신이 한없이 서글펐다. 전방으로 끌려갔다. 말단 사병으로 입대. 가장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피할수 없는 숙명이었다. 남들은 잘도 면제받는다는데 이때만큼은 어디 하나 빽쓸곳 없는 부모가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훈련소 마치고 육군 이등병으로 전방에 배치되었다.

강원도 양구.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으나 이미 의지할곳 하나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모두가 고참이었다. 이유도 모른채 밤낮으로 고참한테 얻어터졌다. 학력을 묻고는 왜 대학나왔냐고 때렸다. 국방의 의무는 무슨 얼어죽을 국방의 의무. 목살잡혀 끌려가는 개처럼 어느날 갑자기 입영명령 받으면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청춘을 나라에 바쳐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비인간적인 수모를 어찌 다 말로 하랴.

직장에서 사회에서 고참한테 정신을 잃도록 얻어맞은 경험이 있는가. 아마 평생 앙심을 품고 고소를 하고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것이다. 강제의무가 아니라면 돈을 억만금을 준다해도 나는 그런 대접 받으면서 군대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날짜가 흘렀다. 먹고 얻어터지고 훈련받고 잠자는 생활속에 머리는 얼빠진 사람처럼 텅 빈 것 같았다.

어느새 졸병이 들어왔다. 학력은 대학원까지 졸업한 박사. 그러나 그도 군대에 적응하질 못했다. 갔태어난 신생아처럼 모든 행동이 서툴고 어리석어 보였다. 머리좋고 신체 건강한 사나이지만 전혀 자라온 환경이 생소했기 때문이리라. 남들은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바치는 동안 나는 이렇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가면서 나라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억울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군대생활하는 동안 내인생은 철저한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참들은 말했다. 자신도 졸병때 고참들한테 죽도록 얻어맞았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맞은것만큼만 돌려주겠다면서 졸병인 나를 괴롭혔다. 깊은 잠에 빠진 나를 깨워 집합시켰다. 방카로 불려갔다. 지하방카에서 한밤에 쇠파이프로 온몸을 얻어맞고는 기절하기를 몇번. 군대라는 이유로 고참이라는 이유로 졸병이라는 이유로 맞는 사람은 꼼짝못하고 얻어터져야만 했다.
 
고참에게 대들기라도 하면 군법이 기다렸다. 무조건 고참은 하늘이었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들면 안되었다. 돈없고 빽없으면 개처럼 끌려와서 개같은 대우받으면서 몸으로 때우라는 말을 고참으로부터 들을때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 남자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러웠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군대생활한 때는 자그마치 20년 전이었으니까. 한겨울 밤에 외곽근무를 설 때 날이 추워 온몸이 동태처럼 얼어붙었다. 한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혹독한 고생에 이가 갈렸다. 군에 가지 않은 사람은 이런 억울한 심정을 어찌 알꼬. 군대가 좋다면 왜 고관대작의 아들들은 모두가 면제를 받으려고 악을 쓰는지…

야전삽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흘러도 넘어져서 다쳤다고 둘러대야 살아남던 시절이었다. 군대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일제때 끌려가서 파리목숨처럼 죽어간 사람들.
 
 한국전때 나라를 지켜보겠다고 의용군으로 끌려가서 생전 처음잡아보는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무명용사들. 그들이 이나라를 지켜왔고 그런 선배영령들의 후예들이 지금도 자신의 황금기를 국가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것인가.
 
 의무라고 해서 그냥 아무런 대가 없이 할 일 다하면 그만이라고 하면 위로가 될까? 안될말이다.

그들없이는 나라가 없다. 국민은 따뜻한 밥먹고 따뜻한 잠을 자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찬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철책에는 우리의 형제요 우리의 이웃인 군인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조국을 지키고 있다. 나는 기억한다. 군시절 훈련차량이 전복되어 우리 내무반원 수십명이 사상을 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아까운 생목숨을 희생하였나. 조국의 국방의 의무 때문에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대신 죽어간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들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해줄수는 없는가.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해마다 한학년이 끝나는 겨울이면 전국의 학생들은 군대에 계신 국군장병아저씨게 이나라를 지켜주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며 고맙다는 위문편지를 단체로 쓰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생했던 군대시절이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가산점. 사실 그 혜택을 받는 군필자들은 전체의 1%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무런 가산점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 의미는 참으로 컸다. 그래도 군복무기간을 공직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예우요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마저 무너졌다.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되던 것이 무너진 이 참담한 기분. 사실 군대 가기 싫다. 물릴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물리고 싶다. 현역군인들의 사기는 얼마나 떨어질까. 그리고 앞으로 누가 군대가려고 하겠는가. 그래도 군대를 국방의 의무라고 강요만 할것인가. 그러러면 앞으로는 고관대작의 자녀들부터 먼저 보내라.
 
 할말은 많으나 다음기회로 미루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분의 좋은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반론도 달게 받겠습니다.  
 
김명수
 
2000/01/06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