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63) 한국 경마의 산증인 권인덕
해방되기 전 조국 잃은 설움을 안고 만주에서도 말을 탔다. 만주에서 시작하여 신설동, 뚝섬, 과천에 이어 제주경마장 까지 거치며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온 권인덕 전 조교사.
올해로 75세. 흐르는 세월을 어찌 막으랴. 바깥세상을 잊고 경마장에서만 살다보니 어느덧 백발노인이 되었다.
은퇴한 지금도 그는 말과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는 일제치하 조교사 밑에서 말잘타는 사람으로 뽑혀 기수로 뛰었다. 기수가 장애물 경주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정때는 기수가 장애물 경주도 했지.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장애물을 훌쩍 훌쩍 뛰어넘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고”
해방되고 나서도 그는 신설동 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50년 6월25일 바로 그날도 그는 말을 탔다. 전쟁이 터진 줄도 모르고 경주에 출전했다가 빨리 피하라는 말을 듣고 그 난리판에도 타던 말을 안전하게 마굿간에 끌어다 놓고 나서야 기수복 입은 채로 피난을 갔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뚝섬으로 와서 조교사겸 기수로 활동했다. 기수가 모자라던 당시에는 조교사가 기수를 양성했다. 기수와 조교사 두가지 면허를 다 가지고 있던 그는 조교사하다가 기수가 모자라면 그가 직접 말을 타고 경주에 나갔다. 이를테면 코치겸 선수였던 셈이다.
“16살 때 기수면허 따면서 말을 탔으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지. 오뉴월 찌는 더위에 말을 타고나서 목욕을 하고 싶어도 기수숙소에 목욕탕이 없어서 못했으니까 말하면 뭐해. 내가 기수로 뛸 때 함께 있었던 기수, 조교사들 지금은 다 은퇴하고 경마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어. 돌아보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그만큼 흐른것이지”
한국전쟁도 그를 말에서 떼어놓지 못했다. 경마장에서 기수복을 입은채로 빠져 나와 피난을 가다가 우연히 기갑부대 기마부대 장교를 만났다. 아는 사람이었다. 장교는 말을 잘타는 그를 알아보고 기마부대로 오라고 권했다. 그래서 그가 소속된 기마부대로 가서 말을 관리했다.
기마부대 장교를 만나는 그런 기막힌 인연으로 그는 한국전쟁기간 3년동안 대구에서 기갑부대 말 200마리를 관리했다.
평생을 말을 탔으니 어찌 부상이 없으랴. 온몸이 안다친 적이 없는 상처투성이. 그러나 그의 몸에 남은 상처야말로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온 경마인생의 훈장과 같은 영광의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뚝섬시절 경마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승컵대신 쌀가마를 탄적도 있다. 하루에 12개 경주를 다 뛴적도 있다. 평생 그가 탄 말을 다 합치면 수만 마리는 너끈히 될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70년대 초반 일본 ARC까지 나갔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 회원가입이 안됐다는 이유로 옵서버 역할만 하고 돌아왔다. 말을 탈줄 알고 갔다가 실망이 컸다.
그의 형님인 권인철옹도 만주시절부터 말을 탄 기수 조교사 출신이다. 두아들 권세창, 권세현도 부친의 가업을 이어 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권세창은 서울 경마공원에서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고, 권세현은 제주 경마공원 경마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사가족. 한때 3부자가 함께 근무했다.
뚝섬시대를 마감하고 과천에서 조교사로 1년 있다가 90년 정년퇴직. 하지만 그의 경마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퇴직후 마주가 회장인 일반회사 승마구락부 소장으로 1년간 있다가 91년 제주 경마공원 재결 자문위원으로 왔다.
아들 권세현의 제주 경마장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 제주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일하다가 다시 내려왔다. 물론 아버지 때문. 아버지가 제주 경마장에서 근무하게 되자 부모님을 모시겠다면서 자원해서 왔다.
그는 정년퇴직을 하고도 8년을 더 경마장에서 근무했다. 그가 말과 함께 생활한 기간을 다 합치면 50년도 훨씬 넘는다. 일제치하 만주때부터 말고삐를 잡기 시작하여 98년 10월 72세의 나이로 경마장을 떠났으니 이만하면 경마장 근무 최장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지금 낚시를 즐기면서 노후를 보낸다. 제주 경마장 사원아파트에서 경마팀에 근무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비록 현장에서는 떠났지만 지금도 그는 말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사회 제주본부 사원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경마장 사람들이 수시로 그의 집을 들락거린다.
서울에서 경마공원 사람들이 업무차 제주에 내려오면 그를 찾아와 문안인사를 드리기도 한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까마득한 옛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경마 이야기를 그로부터 듣기도 하고 이것저것 경마에 얽힌 궁금증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후배들이 한없이 고맙다.
백발의 노인답지 않게 건강이 넘쳐 보인다. 비결이 뭘까. 40년이 넘는 세월을 말만 탔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낚시를 즐기기 때문일까.
총알이 빗발치는 한국전쟁때도 말과 함께 생활한 그는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산증인이다. 그의 과거에서 말을 빼면 남는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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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8/06 09:59:48
해방되기 전 조국 잃은 설움을 안고 만주에서도 말을 탔다. 만주에서 시작하여 신설동, 뚝섬, 과천에 이어 제주경마장 까지 거치며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온 권인덕 전 조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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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지금도 그는 말과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는 일제치하 조교사 밑에서 말잘타는 사람으로 뽑혀 기수로 뛰었다. 기수가 장애물 경주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정때는 기수가 장애물 경주도 했지.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장애물을 훌쩍 훌쩍 뛰어넘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고”
해방되고 나서도 그는 신설동 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50년 6월25일 바로 그날도 그는 말을 탔다. 전쟁이 터진 줄도 모르고 경주에 출전했다가 빨리 피하라는 말을 듣고 그 난리판에도 타던 말을 안전하게 마굿간에 끌어다 놓고 나서야 기수복 입은 채로 피난을 갔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뚝섬으로 와서 조교사겸 기수로 활동했다. 기수가 모자라던 당시에는 조교사가 기수를 양성했다. 기수와 조교사 두가지 면허를 다 가지고 있던 그는 조교사하다가 기수가 모자라면 그가 직접 말을 타고 경주에 나갔다. 이를테면 코치겸 선수였던 셈이다.
“16살 때 기수면허 따면서 말을 탔으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지. 오뉴월 찌는 더위에 말을 타고나서 목욕을 하고 싶어도 기수숙소에 목욕탕이 없어서 못했으니까 말하면 뭐해. 내가 기수로 뛸 때 함께 있었던 기수, 조교사들 지금은 다 은퇴하고 경마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어. 돌아보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그만큼 흐른것이지”
한국전쟁도 그를 말에서 떼어놓지 못했다. 경마장에서 기수복을 입은채로 빠져 나와 피난을 가다가 우연히 기갑부대 기마부대 장교를 만났다. 아는 사람이었다. 장교는 말을 잘타는 그를 알아보고 기마부대로 오라고 권했다. 그래서 그가 소속된 기마부대로 가서 말을 관리했다.
기마부대 장교를 만나는 그런 기막힌 인연으로 그는 한국전쟁기간 3년동안 대구에서 기갑부대 말 200마리를 관리했다.
평생을 말을 탔으니 어찌 부상이 없으랴. 온몸이 안다친 적이 없는 상처투성이. 그러나 그의 몸에 남은 상처야말로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온 경마인생의 훈장과 같은 영광의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뚝섬시절 경마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승컵대신 쌀가마를 탄적도 있다. 하루에 12개 경주를 다 뛴적도 있다. 평생 그가 탄 말을 다 합치면 수만 마리는 너끈히 될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70년대 초반 일본 ARC까지 나갔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 회원가입이 안됐다는 이유로 옵서버 역할만 하고 돌아왔다. 말을 탈줄 알고 갔다가 실망이 컸다.
그의 형님인 권인철옹도 만주시절부터 말을 탄 기수 조교사 출신이다. 두아들 권세창, 권세현도 부친의 가업을 이어 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권세창은 서울 경마공원에서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고, 권세현은 제주 경마공원 경마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사가족. 한때 3부자가 함께 근무했다.
뚝섬시대를 마감하고 과천에서 조교사로 1년 있다가 90년 정년퇴직. 하지만 그의 경마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퇴직후 마주가 회장인 일반회사 승마구락부 소장으로 1년간 있다가 91년 제주 경마공원 재결 자문위원으로 왔다.
아들 권세현의 제주 경마장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 제주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일하다가 다시 내려왔다. 물론 아버지 때문. 아버지가 제주 경마장에서 근무하게 되자 부모님을 모시겠다면서 자원해서 왔다.
그는 정년퇴직을 하고도 8년을 더 경마장에서 근무했다. 그가 말과 함께 생활한 기간을 다 합치면 50년도 훨씬 넘는다. 일제치하 만주때부터 말고삐를 잡기 시작하여 98년 10월 72세의 나이로 경마장을 떠났으니 이만하면 경마장 근무 최장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지금 낚시를 즐기면서 노후를 보낸다. 제주 경마장 사원아파트에서 경마팀에 근무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비록 현장에서는 떠났지만 지금도 그는 말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사회 제주본부 사원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경마장 사람들이 수시로 그의 집을 들락거린다.
서울에서 경마공원 사람들이 업무차 제주에 내려오면 그를 찾아와 문안인사를 드리기도 한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까마득한 옛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경마 이야기를 그로부터 듣기도 하고 이것저것 경마에 얽힌 궁금증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후배들이 한없이 고맙다.
백발의 노인답지 않게 건강이 넘쳐 보인다. 비결이 뭘까. 40년이 넘는 세월을 말만 탔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낚시를 즐기기 때문일까.
총알이 빗발치는 한국전쟁때도 말과 함께 생활한 그는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산증인이다. 그의 과거에서 말을 빼면 남는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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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8/06 09: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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