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62) 제주경마장 조기협회 김성오회장
무슨일을 하던지 때가 있다. 모내기를 하려면 모내기철에 해야하고, 가을걷이를 하려면 가을에 해야 한다. 모내기를 앞둔 농부가 봄가뭄에 애간장이 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제주경마장 조기협회 김성오(39)회장은 늦깎이 기수로 출발했다.
기수양성소 제주1기 기수를 뽑을 때 그의 나이는 27살. 기수가 되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다.
그런데 1기생에 한해서 만 26세까지 응시자격을 주었다.
그것은 그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절호의 찬스였다. 마치 나이 많은 그를 배려라도 해준 것처럼…. 이런 것을 행운이라고 하던가.
그렇게 해서 그는 꽉 찬 나이로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고 합격하여 기수가 되었다. 기수가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은 아닌지….
합격하고 보니 동기생 26명중에 그를 포함한 3명이 만 26살 동갑이었다. 그 중에서도 생일로 치면 그가 가장 연장자.
기수 양성소 1기생들은 훈련을 서울에서 받았다. 당시 제주 경마장을 오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업을 하고도 한참이나 더 수습기수 교육을 받았다.
양성소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부터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내를 대구의 시집에 머물게 하고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수습기수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제주로 왔다. 사투리. 낯설고 물선 제주에 건너와 생활하면서 사투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90년 4월16일부터 정식기수로 활동. 6개월동안 시범경마만 하다가 90년 10월28일 제주의 천연기념물 조랑말 경마장을 공식 오픈했다.
기수도 부족하고 조랑말 경주마도 모자라니 자연히 기승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98년 초까지 기수로 뛰었다. 기수시절 조교사들이 그와 거의 동년배였기 때문에 힘들었다.
97년 조교사 면허 취득. 98년 5월1일 19조 마방을 대부받으면서 기수생활을 접고 조교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기수 데뷔시절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기수 양성소를 졸업하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두배로 컸다. 제주에서 시험경주를 하는 6개월 동안 수입이 거의 없었다. 보릿고개가 따로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때우곤 했다.
오죽하면 기수들 사이에 수습기수로 있던 때가 훨씬 더 등 따습고 배부르단 말까지 나왔을까.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때 이를 악물고 참아 어려움을 극복해냈기에 오늘이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아내가 더 힘들었다. 결혼후 서울 기수 양성소에 있는 동안 아내를 그 어렵다는 시집에 한달간 머물게 했을 땐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현재 몸무게 65Kg. 기수때는 끊임없는 체중조절로 평균 53Kg을 유지했다. 감량전쟁을 벌이는 남편 때문에 아내까지 눈치보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때는 정말이지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남들처럼 하루 밥세끼 먹고살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조교사가 되고 나서 체중조절에서 해방되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마치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
그가 기수가 된 것은 형님의 영향이 컸다. 서울 경마공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점오 조교사가 바로 그의 친형. 서울과 제주도에서 나란히 조교사로 뛰는 형제는 이들이 유일하다.
집에서는 피를 나눈 형이지만 직장에서는 하늘같은 선배조교사. 이들 형제조교사는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때 만나면 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육성목장 경매나 개인말을 구매하러 형님이 제주에 오시면 형이기 이전에 기라성 같은 선배님으로써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는 기수 5년차 되던해에 고향에서 부모님이 밭팔아 준돈 1천8백만원을 가지고 택지를 하나 사놨다. 거기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부모님이 밭팔아서 준돈을 모자라는 생활비로 야금야금 쓴 것이 아깝고 죄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1800만원을 다시 모아 택지를 샀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지금은 제주시 작은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지만 형편이 좋아지면 사놓은 택지에 내집을 지을 계획이다.
아내도 내집마련에 한푼이라도 보태겠다며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가게를 하느라 지금도 고생하는 아내. 그런 아내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98년 10월 조기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조기협회장을 희생직과 봉사직이라고 생각하고 맡고 있다.
"제 수입도 변변치는 않지만 제돈이 묻어가더라도 협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제주경마장에는 20개 마방에 36명의 기수가 있다. 마사에 들어있는 조랑말 경주마는 평균 524두. 경마일에 평균 20경주를 한다. 하루로 치면 10경주. 제주의 조교사와 기수는 상금수준 등에서 많이 열악하다.
그는 제주도의 조교사가 받는 상금수준이 서울 관리사와 비슷하다고 본다. 따라서 그는 제주도의 조교사들의 상금수준도 서울의 조교사만큼은 안되더라도 80%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제주의 경마유관단체가 하나가 되어 질 좋고 안정적인 경마를 위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의 명물 조랑말. 천연기념물로 대접을 받는 조랑말을 가지고 경마를 해서 제주의 큰 수입원이 된다는데 그는 조기협회장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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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7/30 10:06:08
무슨일을 하던지 때가 있다. 모내기를 하려면 모내기철에 해야하고, 가을걷이를 하려면 가을에 해야 한다. 모내기를 앞둔 농부가 봄가뭄에 애간장이 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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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양성소 제주1기 기수를 뽑을 때 그의 나이는 27살. 기수가 되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다.
그런데 1기생에 한해서 만 26세까지 응시자격을 주었다.
그것은 그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절호의 찬스였다. 마치 나이 많은 그를 배려라도 해준 것처럼…. 이런 것을 행운이라고 하던가.
그렇게 해서 그는 꽉 찬 나이로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고 합격하여 기수가 되었다. 기수가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은 아닌지….
합격하고 보니 동기생 26명중에 그를 포함한 3명이 만 26살 동갑이었다. 그 중에서도 생일로 치면 그가 가장 연장자.
기수 양성소 1기생들은 훈련을 서울에서 받았다. 당시 제주 경마장을 오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업을 하고도 한참이나 더 수습기수 교육을 받았다.
양성소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부터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내를 대구의 시집에 머물게 하고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수습기수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제주로 왔다. 사투리. 낯설고 물선 제주에 건너와 생활하면서 사투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90년 4월16일부터 정식기수로 활동. 6개월동안 시범경마만 하다가 90년 10월28일 제주의 천연기념물 조랑말 경마장을 공식 오픈했다.
기수도 부족하고 조랑말 경주마도 모자라니 자연히 기승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98년 초까지 기수로 뛰었다. 기수시절 조교사들이 그와 거의 동년배였기 때문에 힘들었다.
97년 조교사 면허 취득. 98년 5월1일 19조 마방을 대부받으면서 기수생활을 접고 조교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기수 데뷔시절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기수 양성소를 졸업하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두배로 컸다. 제주에서 시험경주를 하는 6개월 동안 수입이 거의 없었다. 보릿고개가 따로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때우곤 했다.
오죽하면 기수들 사이에 수습기수로 있던 때가 훨씬 더 등 따습고 배부르단 말까지 나왔을까.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때 이를 악물고 참아 어려움을 극복해냈기에 오늘이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아내가 더 힘들었다. 결혼후 서울 기수 양성소에 있는 동안 아내를 그 어렵다는 시집에 한달간 머물게 했을 땐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현재 몸무게 65Kg. 기수때는 끊임없는 체중조절로 평균 53Kg을 유지했다. 감량전쟁을 벌이는 남편 때문에 아내까지 눈치보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때는 정말이지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남들처럼 하루 밥세끼 먹고살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조교사가 되고 나서 체중조절에서 해방되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마치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
그가 기수가 된 것은 형님의 영향이 컸다. 서울 경마공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점오 조교사가 바로 그의 친형. 서울과 제주도에서 나란히 조교사로 뛰는 형제는 이들이 유일하다.
집에서는 피를 나눈 형이지만 직장에서는 하늘같은 선배조교사. 이들 형제조교사는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때 만나면 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육성목장 경매나 개인말을 구매하러 형님이 제주에 오시면 형이기 이전에 기라성 같은 선배님으로써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는 기수 5년차 되던해에 고향에서 부모님이 밭팔아 준돈 1천8백만원을 가지고 택지를 하나 사놨다. 거기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부모님이 밭팔아서 준돈을 모자라는 생활비로 야금야금 쓴 것이 아깝고 죄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1800만원을 다시 모아 택지를 샀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지금은 제주시 작은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지만 형편이 좋아지면 사놓은 택지에 내집을 지을 계획이다.
아내도 내집마련에 한푼이라도 보태겠다며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가게를 하느라 지금도 고생하는 아내. 그런 아내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98년 10월 조기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조기협회장을 희생직과 봉사직이라고 생각하고 맡고 있다.
"제 수입도 변변치는 않지만 제돈이 묻어가더라도 협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제주경마장에는 20개 마방에 36명의 기수가 있다. 마사에 들어있는 조랑말 경주마는 평균 524두. 경마일에 평균 20경주를 한다. 하루로 치면 10경주. 제주의 조교사와 기수는 상금수준 등에서 많이 열악하다.
그는 제주도의 조교사가 받는 상금수준이 서울 관리사와 비슷하다고 본다. 따라서 그는 제주도의 조교사들의 상금수준도 서울의 조교사만큼은 안되더라도 80%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제주의 경마유관단체가 하나가 되어 질 좋고 안정적인 경마를 위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의 명물 조랑말. 천연기념물로 대접을 받는 조랑말을 가지고 경마를 해서 제주의 큰 수입원이 된다는데 그는 조기협회장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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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7/30 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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