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52) 마필관리사 박희철
"말과 함께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말하고 같이 하는 삶이 너무 좋아요"
서울 경마공원 34조 마방 박희철(41) 조교보의 첫마디다. 조랑말을 타고 한라산을 오른 제주 사나이. 뛰고 달리는 말이 있어서 세상사는 재미를 느낀다는 사람이다.
말 많은 제주가 고향. 수의사였던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서부터 동물을 미치도록 좋아했다. 망설일 것 없이 일찌감치 진로를 그쪽으로 잡았다. 농고 축산과 졸업. 대학도 축산과를 나왔다. 가축을 직접 길러보니 동물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말과 접했다. 마사회에 들어오기 전에 낙마를 100번 이상 할 정도로 말을 많이 탔다. 경마장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그는 틀림없이 말이 있는 목장이나 승마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필 관리사로 입사해서 조교승인을 받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조교보 교육을 이수하고 조교보 자격을 취득한다. 조교보 자격증을 취득하면 각 조에 정식으로 한 명씩 배치되어 중간관리자로 조교사를 보좌하고 조교사 유고시에는 업무를 대행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말처럼 쉽지가 않다.
82년 조랑말 이용 용도방안에 관한 연구 발표에 참여한 것이 말과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발표한 조랑말 이용 방안은 크게 4가지였다.
해안달구지 도로 개설하는 방법, 한라산 등반로에 이용하는 방법, 승마장과 경마장 경주마로 이용하는 방법 등이 연구 대상이었다. 그 결과물로 현재 제주도에서 조랑말이 경주마로 이용되고 있고 일정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집중관리 되고 있다. 그 외 일부 승마장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자신이 연구 발표한 사례가 사장되지 않고 현실화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큰 보람을 느낀다.
한때 2만 마리가 넘는 조랑말이 제주도에서 사육되었으나 육용화 되면서 1천두로 크게 줄었던 시점이 있었다. 그러다가 경마장과 승마장이 활성화 되면서 일정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그의 연구발표를 계기로 학계에서도 조랑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4남 1녀중 장남. 3형제가 서울 경마공원에서 마필 관리사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천주교 집안. 누나는 수녀가 되었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집으로 통한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닭과 돼지를 대량으로 키웠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민간 번식목장인 삼부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왔다. 군대는 ROTC 해병장교 출신. 중위로 전역후 다시 삼부목장에 들어갔다.
고향 제주를 떠나 이곳 서울 경마공원까지 오게 된 것도 순전히 말 때문이다. 삼부목장 신우경 사장이 말을 워낙 좋아하는 그를 보고 서울 경마장에 가서 기수를 해보라고 권하는 바람에 나이가 많아서 기수는 못하고 대신 마필 관리사로 들어왔다.
86년 마사회 입사. 올해로 꼭 15년째가 되었다. 처음에는 제주 경마장 개설하는데 동참하고 싶어서 경주마를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할 목적으로 서울에 왔는데 결국은 여기서 눌러앉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학교, 군대, 직장으로 계속 이어졌다. IMF 한파에도 실직부담 한번 없이 살아 왔다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회도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부분적으로는 부조리와 비리도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사할 때는 18조 소속이었으나 90년에 조교보 자격을 취득하면서 34조로 배정 받아 지금까지 왔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눈에 보이게 발전하는 경마장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경마장은 한계없이 발전 할 것으로 본다. 일본만 해도 35개의 경마장이 있을 정도로 성업을 이루고 있고 경마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따라서 한국도 공익발전에 경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87년 결혼. 동갑내기 아내는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집사람을 처음 봤을 때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말을 태워준다고 접근했는데 결혼해서 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안태워줬어요".
그렇게 만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결혼해서 둘 사이에 5살짜리 예쁜 딸을 하나 두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새벽 5시에 출근하면 마필상태를 점검한다. 밤새 잘 지냈는지, 아팠던 말은 없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마체상태를 확인한다.
새벽조교를 위해 각 마필들을 준비운동시키고 수장하고 장안(안장)하고 주로에서 조교를 한다. 조교가 끝난 말은 마무리(종말)운동을 한다. 그리고 다시 수장하고 안장한 상태로 마방에 들어간다. 9시30분 전후에 새벽운동이 끝난다.
오후에 다시 마필 몸풀이 운동을 하고 장제, 사료수급, 치료, 장구정리 등을 하는 것이 일상 업무다. 야간에는 당직자가 마필을 관리한다. 말은 생리현상을 가진 생리적 동물이기 때문에 24시간 끊임없이 관리를 해준다.
그가 속한 34조 마방에는 37마리의 경주마가 있다. 그를 포함한 12명의 관리사가 신우철 조교사를 중심으로 하나같이 똘똘 뭉쳐서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소속조 마필을 관리하고 있다.
"조교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조교사 개업을 하게 될텐데 그때 만나게 되는 마주나 말이나 소속 관리사나 그런 사람들이 타고난 행운을 저를 통해서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이세상에 독불장군은 없기 때문에 다함께 노력하고 힘을 합쳐 좋은 마방을 이끌어 나가고 싶습니다"
말과 함께 하는 삶을 천직으로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신의 소박한 꿈을 가꿔 나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5/21 10:03:23
"말과 함께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말하고 같이 하는 삶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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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제주가 고향. 수의사였던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서부터 동물을 미치도록 좋아했다. 망설일 것 없이 일찌감치 진로를 그쪽으로 잡았다. 농고 축산과 졸업. 대학도 축산과를 나왔다. 가축을 직접 길러보니 동물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말과 접했다. 마사회에 들어오기 전에 낙마를 100번 이상 할 정도로 말을 많이 탔다. 경마장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그는 틀림없이 말이 있는 목장이나 승마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필 관리사로 입사해서 조교승인을 받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조교보 교육을 이수하고 조교보 자격을 취득한다. 조교보 자격증을 취득하면 각 조에 정식으로 한 명씩 배치되어 중간관리자로 조교사를 보좌하고 조교사 유고시에는 업무를 대행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말처럼 쉽지가 않다.
82년 조랑말 이용 용도방안에 관한 연구 발표에 참여한 것이 말과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발표한 조랑말 이용 방안은 크게 4가지였다.
해안달구지 도로 개설하는 방법, 한라산 등반로에 이용하는 방법, 승마장과 경마장 경주마로 이용하는 방법 등이 연구 대상이었다. 그 결과물로 현재 제주도에서 조랑말이 경주마로 이용되고 있고 일정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집중관리 되고 있다. 그 외 일부 승마장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자신이 연구 발표한 사례가 사장되지 않고 현실화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큰 보람을 느낀다.
한때 2만 마리가 넘는 조랑말이 제주도에서 사육되었으나 육용화 되면서 1천두로 크게 줄었던 시점이 있었다. 그러다가 경마장과 승마장이 활성화 되면서 일정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그의 연구발표를 계기로 학계에서도 조랑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4남 1녀중 장남. 3형제가 서울 경마공원에서 마필 관리사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천주교 집안. 누나는 수녀가 되었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집으로 통한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닭과 돼지를 대량으로 키웠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민간 번식목장인 삼부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왔다. 군대는 ROTC 해병장교 출신. 중위로 전역후 다시 삼부목장에 들어갔다.
고향 제주를 떠나 이곳 서울 경마공원까지 오게 된 것도 순전히 말 때문이다. 삼부목장 신우경 사장이 말을 워낙 좋아하는 그를 보고 서울 경마장에 가서 기수를 해보라고 권하는 바람에 나이가 많아서 기수는 못하고 대신 마필 관리사로 들어왔다.
86년 마사회 입사. 올해로 꼭 15년째가 되었다. 처음에는 제주 경마장 개설하는데 동참하고 싶어서 경주마를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할 목적으로 서울에 왔는데 결국은 여기서 눌러앉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학교, 군대, 직장으로 계속 이어졌다. IMF 한파에도 실직부담 한번 없이 살아 왔다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회도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부분적으로는 부조리와 비리도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사할 때는 18조 소속이었으나 90년에 조교보 자격을 취득하면서 34조로 배정 받아 지금까지 왔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눈에 보이게 발전하는 경마장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경마장은 한계없이 발전 할 것으로 본다. 일본만 해도 35개의 경마장이 있을 정도로 성업을 이루고 있고 경마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따라서 한국도 공익발전에 경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87년 결혼. 동갑내기 아내는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집사람을 처음 봤을 때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말을 태워준다고 접근했는데 결혼해서 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안태워줬어요".
그렇게 만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결혼해서 둘 사이에 5살짜리 예쁜 딸을 하나 두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새벽 5시에 출근하면 마필상태를 점검한다. 밤새 잘 지냈는지, 아팠던 말은 없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마체상태를 확인한다.
새벽조교를 위해 각 마필들을 준비운동시키고 수장하고 장안(안장)하고 주로에서 조교를 한다. 조교가 끝난 말은 마무리(종말)운동을 한다. 그리고 다시 수장하고 안장한 상태로 마방에 들어간다. 9시30분 전후에 새벽운동이 끝난다.
오후에 다시 마필 몸풀이 운동을 하고 장제, 사료수급, 치료, 장구정리 등을 하는 것이 일상 업무다. 야간에는 당직자가 마필을 관리한다. 말은 생리현상을 가진 생리적 동물이기 때문에 24시간 끊임없이 관리를 해준다.
그가 속한 34조 마방에는 37마리의 경주마가 있다. 그를 포함한 12명의 관리사가 신우철 조교사를 중심으로 하나같이 똘똘 뭉쳐서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소속조 마필을 관리하고 있다.
"조교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조교사 개업을 하게 될텐데 그때 만나게 되는 마주나 말이나 소속 관리사나 그런 사람들이 타고난 행운을 저를 통해서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이세상에 독불장군은 없기 때문에 다함께 노력하고 힘을 합쳐 좋은 마방을 이끌어 나가고 싶습니다"
말과 함께 하는 삶을 천직으로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신의 소박한 꿈을 가꿔 나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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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5/21 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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