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35) MVP 조교사 고옥봉
의지의 마사인. 의리의 사나이. 고옥봉 조교사(53)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이름앞에 따라붙는 수식어 만으로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에게 2000년은 찬란하게 빛나는 한해였다. 그는 김일성 조교사(39승)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시즌 43승으로 다승 1위를 차지했다.
고옥봉 조교사는 수득상금에서도 작년에 7억 8천만원을 기록하여 7억 7천만원을 벌어들인 박원선 조교사를 물리치고 2관왕에 올랐다. 조교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98년에 이어 2000년에도 MVP를 먹었으니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큰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마필 수급에 적극적으로 힘써 준 마주님이 고맙습니다. 관리사와 조원들이 일치 단결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성원해 주신 경마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의 지난 시절로 돌아가 보자. 69년 7월 관리사로 들어왔다. 이때부터 그는 말과 함께 하는 인생이 된다. 뚝섬 경마장 시절 관리사로 있던 친구를 따라서 마사회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평생 직업이 된 셈이다.
관리사로 일하다가 71년 7월에 군에 입대한다. 20사단 수색 중대에 배치되어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제대후 마사회에 재입사 했지만 가정사정으로 들락 날락 거리다가 78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리사로 일했다.
일하면서 관리사들의 권익을 위해서 관리사 간부 생활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조교보 1기생으로 교육을 받고 87년 7월1일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다. 88년 후반기 말을 받았다. 이때부터 마방을 책임지는 조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는 조교사 생활 초반부터 성적이 꾸준히 중위권에 머물정도로 순탄했다.
그러다가 93년 7월에 상처를 했다. 호강한번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 그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93년 10월 제 1회 문화관광부 장관배 대상경주에서 소속조 말 '고대산'이 우승했다. 시상대에 올랐을때 아내 생각이 나서 목놓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살아 있다면 마땅히 이영광을 함께 나눌 수 있을 텐데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부안에 있는 아내 산소에 찾아가서 대상경주 수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아내에게 바쳤다.
전북 부안이 고향. 격포 해변의 관광지 옆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와일드하고 터프했다.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
항상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자세로 오늘까지 살아왔다. 한 예로 그가 살았던 시골 의 초등학교 분교와는 몇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94년 당시 조기협회 소속 관리사 축구부와 이학교의 자매결연을 그가 주선하였다.
관리사 축구부 회원들이 분교에 가서 학생들과 친선축구를 해왔다. 시골 분교 학생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1박 2일간 고궁과 어린이 대공원 등을 관광시켜 주기도 했다.
그를 주축으로 하는 조교사 15명은 매달 일정회비를 모아 관리사 축구부를 후원해 오고 있다. 조교보 전회원이 80여명 되는데 거기서도 그는 자문위원으로 맏형 노릇을 해오고 있다.
그랑프리를 포함하여 대상경주를 8차례나 우승한 명조교사. 문화관광부 장관배는 무려 세차례나 우승을 했다.
"93년 아내를 잃었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런 아픔 속에서도 두딸과 아들이 잘 이겨내고 잘 커줘서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세상을 떠난 아내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1남2녀의 자녀중 큰 딸은 간호사로 근무하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둘째 딸은 마사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하고 지금은 '귀신잡는 해병대'로 복무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슈퍼쳄프'. 추입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체구도 좋아서 1군까지 올라가 좋은 성적을 내주던 말인데 산통으로 장이 꼬여 수술을 했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수술을 받은후 소생해서 잘 뛰어줄 것으로 기대 했는데 병원에 입원한지 16일만에 죽었습니다. 자식같이 아낀 말이 죽고 나니 너무 허무하더군요. 최선을 다해서 소생시키려고 했는데 그만… 조교사로써 그때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의리의 사나이로 통한다. 궂은 일에는 내일처럼 발벗고 나선다. 특히 상가집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찾아다닌다. '장수회'라는 관리사 친선모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취미는 여행.
"뚝섬 시절에 관리사 대표를 하면서 말안듣고 회사에 불성실한 관리사들을 불러다 놓고 구타를 많이 했어요. 관리사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서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한 짓이지요. 그때 저한테 맞으면서 근무한 관리사들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때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때 후배들을 구타한 과오를 씻기 위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많은 후원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관리사들은 모두 잘 풀려서 다행이다.
그는 조교보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작은 잔소리는 안한다. 그러나 엄할때는 따끔하게 혼내준다. 똑부러지는 그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조교보를 비롯한 조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나간다.
"새해에는 둘째딸 결혼시키고 막내아들 무사히 제대해서 몸성히 학교 잘 다니면 좋겠습니다. 사업적으로는 30승 이상이 목표입니다.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마를 사랑하는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2000년에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긴 MVP 조교사 치고는 의외로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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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2/01 10:52:07
의지의 마사인. 의리의 사나이. 고옥봉 조교사(53)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이름앞에 따라붙는 수식어 만으로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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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옥봉 조교사는 수득상금에서도 작년에 7억 8천만원을 기록하여 7억 7천만원을 벌어들인 박원선 조교사를 물리치고 2관왕에 올랐다. 조교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98년에 이어 2000년에도 MVP를 먹었으니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큰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마필 수급에 적극적으로 힘써 준 마주님이 고맙습니다. 관리사와 조원들이 일치 단결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성원해 주신 경마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의 지난 시절로 돌아가 보자. 69년 7월 관리사로 들어왔다. 이때부터 그는 말과 함께 하는 인생이 된다. 뚝섬 경마장 시절 관리사로 있던 친구를 따라서 마사회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평생 직업이 된 셈이다.
관리사로 일하다가 71년 7월에 군에 입대한다. 20사단 수색 중대에 배치되어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제대후 마사회에 재입사 했지만 가정사정으로 들락 날락 거리다가 78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리사로 일했다.
일하면서 관리사들의 권익을 위해서 관리사 간부 생활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조교보 1기생으로 교육을 받고 87년 7월1일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다. 88년 후반기 말을 받았다. 이때부터 마방을 책임지는 조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는 조교사 생활 초반부터 성적이 꾸준히 중위권에 머물정도로 순탄했다.
그러다가 93년 7월에 상처를 했다. 호강한번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 그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93년 10월 제 1회 문화관광부 장관배 대상경주에서 소속조 말 '고대산'이 우승했다. 시상대에 올랐을때 아내 생각이 나서 목놓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살아 있다면 마땅히 이영광을 함께 나눌 수 있을 텐데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부안에 있는 아내 산소에 찾아가서 대상경주 수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아내에게 바쳤다.
전북 부안이 고향. 격포 해변의 관광지 옆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와일드하고 터프했다.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
항상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자세로 오늘까지 살아왔다. 한 예로 그가 살았던 시골 의 초등학교 분교와는 몇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94년 당시 조기협회 소속 관리사 축구부와 이학교의 자매결연을 그가 주선하였다.
관리사 축구부 회원들이 분교에 가서 학생들과 친선축구를 해왔다. 시골 분교 학생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1박 2일간 고궁과 어린이 대공원 등을 관광시켜 주기도 했다.
그를 주축으로 하는 조교사 15명은 매달 일정회비를 모아 관리사 축구부를 후원해 오고 있다. 조교보 전회원이 80여명 되는데 거기서도 그는 자문위원으로 맏형 노릇을 해오고 있다.
그랑프리를 포함하여 대상경주를 8차례나 우승한 명조교사. 문화관광부 장관배는 무려 세차례나 우승을 했다.
"93년 아내를 잃었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런 아픔 속에서도 두딸과 아들이 잘 이겨내고 잘 커줘서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세상을 떠난 아내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1남2녀의 자녀중 큰 딸은 간호사로 근무하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둘째 딸은 마사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하고 지금은 '귀신잡는 해병대'로 복무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슈퍼쳄프'. 추입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체구도 좋아서 1군까지 올라가 좋은 성적을 내주던 말인데 산통으로 장이 꼬여 수술을 했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수술을 받은후 소생해서 잘 뛰어줄 것으로 기대 했는데 병원에 입원한지 16일만에 죽었습니다. 자식같이 아낀 말이 죽고 나니 너무 허무하더군요. 최선을 다해서 소생시키려고 했는데 그만… 조교사로써 그때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의리의 사나이로 통한다. 궂은 일에는 내일처럼 발벗고 나선다. 특히 상가집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찾아다닌다. '장수회'라는 관리사 친선모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취미는 여행.
"뚝섬 시절에 관리사 대표를 하면서 말안듣고 회사에 불성실한 관리사들을 불러다 놓고 구타를 많이 했어요. 관리사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서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한 짓이지요. 그때 저한테 맞으면서 근무한 관리사들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때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때 후배들을 구타한 과오를 씻기 위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많은 후원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관리사들은 모두 잘 풀려서 다행이다.
그는 조교보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작은 잔소리는 안한다. 그러나 엄할때는 따끔하게 혼내준다. 똑부러지는 그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조교보를 비롯한 조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나간다.
"새해에는 둘째딸 결혼시키고 막내아들 무사히 제대해서 몸성히 학교 잘 다니면 좋겠습니다. 사업적으로는 30승 이상이 목표입니다.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마를 사랑하는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2000년에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긴 MVP 조교사 치고는 의외로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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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2/01 10: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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