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32) 새해 첫 대박날린 강병은기수
한국경마 80년사에 그날 처럼 추운 경마일은 없었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혹한 속에서도 경마가 열렸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월 13일이 바로 그날이다.
주로를 달리면서도 기수는 성적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주로가 얼음판 처럼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날 팬들을 울리고 웃긴 기수 강병은(36).
10경주에서 인기마 '정각산'을 탔는데 예상을 깨고 4착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주로상태가 안좋았다고 자위를 해보지만 그를 믿고 성원해준 팬들에게 미안했다.
이어 펼쳐진 11경주에서는 정반대였다. 5번마 '보우내시'를 타고 우승하여 그를 믿어준 팬들에게 복승식 515배라는 대박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래서 인생은 새옹지마요 호사다마라 했던가… 강기수는 그날 그렇게 자신의 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보우내시에 기승하여 인기마들을 모조리 제치고 대박을 날린 강기수의 그때 그순간을 들어보자.
"착순 정도나 기대했는데 우승을 했으니 그 기분이야 말할수 없이 좋았지요. 보우내시가 잘뛰었다기 보다는 상대마들이 능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고 봅니다. 그날 주로상태가 최악이었거든요. 비인기마였던 러프리버스가 2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고액 배당이 터졌습니다"
보우내시가 잘 뛴 것이 아니라 강추위로 경주로 바닥이 미끄러워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애써 자신을 낮춘다. 다른 말들이 상대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그의 설명이다.
아무튼 우승을 따냈으니 기분은 좋았단다. 그러나 그는 대박을 날리기 직전의 경주에서는 미끄러운 경주로 때문에 성적이 기대이하로 부진했다. 인기마 '정각산'을 타고도 겨우 4착에 그쳤다.
"솔직히 그날 주로가 엉망이었요. 특히 결승선 건너편 직선주로가 안좋았어요. 평지인데도 얼음이 얼어붙은 곳은 꽁꽁 얼고 녹은 곳은 녹아서 마치 언덕을 오르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도 기수도 사고 위협을 느껴 정신없이 뛰었어요"
실제로 이날 말을 탄 기수의 3분의 2 정도가 경주중에 안경을 깨먹었다. 주로가 불량할때는 보통 두서너개씩 안경을 사용한다. 심지어 몇개씩 플라스틱으로 된 안경을 깨먹은 기수도 있다. 꽁꽁 얼어붙은 모래덩어리가 튀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그날 모래는 단순한 모래가 아니라 돌덩어리 였어요. 앞서가는 말발굽에 튀기는 얼음모래가 쉴새 없이 날아들어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주로가 나빠 사고위험을 안고 달렸다. 8, 9경주까지 다행이 이렇다할 사고는 없었지만 말을 타기가 불안했다. 시행체에서 말타기가 어떠냐고 물어왔다. 기수들의 의견을 모아 상태가 너무 안좋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대로 중단하면 경마팬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남은 경주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날만은 사고없이 조심해서 말을 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다행이 사고는 없었지만 경마가 끝나고 다른 기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말들의 상태가 몇마리나 안좋아졌다고 해요"
운동기 질환이 생긴 것이다. 날씨 불량 때문에 상태가 나빠졌다니 경주마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보우내시는 크게 나쁜 징후가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큰 능력있는 말은 아니지만 뒷심이 좋은 말이다. 사지가 따로 놀아 균형감각이 부족한 말이다. 그래서 기수가 기승하기가 까다롭다. 강기수와는 그런대로 호흡을 잘 맞춘다.
기수양성소 10기 출신. 84년 4월에 기수면허를 받았다. 말과 함께 살아온지 어느덧 18년째에 접어든 베테랑 기수다. 이제는 현역고참이 5명뿐이다. 말안장에 올라앉아 채찍을 휘두르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고참기수가 바라보는 경마의 현실은 어떤가 들어보자.
"경마산업은 경륜 카지노 등 경쟁산업이 많아서 타격이 크다고 볼수 있지요. 획기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추운 1월 한달만은 휴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혹한기에 말과 기수를 보호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정된 경마를 돌연 취소하는 사태도 막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1월 한달간 휴장하더라도 경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대신 1월에 못한 경마는 금요일에 보전하거나 아니면 주말에 연장경주로 채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경마의 꽃은 누가 뭐래도 기수가 아닙니까? 기수들의 인기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수들에 대한 대우나 보수 등은 옛날과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상금주순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이런 문제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행체에서도 기수를 진정한 스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기수만큼 위험한 직종이 또 어디 있습니까. 경주중에 툭하면 부상을 입고 목숨까지 잃기도 합니다. 기수는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달리는 위험한 직업인데 거기에 따르는 보장은 충분히 해줘야 마땅하기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마필당 얼마씩이라도 위험수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6년 결혼하여 사랑하는 아내(정 경·30)와 아들(희창·5)하나 딸(희원·3)하나를 둔 가장이다. 취미가 운동일 정도로 스포츠는 모두 좋아한다. 스키 수상스키 등산 축구 권투 등등.
고참기수의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다. "몸건강한 것이 최고지요. 몸이 성해야 말을 계속 탈수 있잖아요. 그리고 내가 뛴만큼 상금을 벌어들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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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1/18 10:20:26
한국경마 80년사에 그날 처럼 추운 경마일은 없었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혹한 속에서도 경마가 열렸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월 13일이 바로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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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주에서 인기마 '정각산'을 탔는데 예상을 깨고 4착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주로상태가 안좋았다고 자위를 해보지만 그를 믿고 성원해준 팬들에게 미안했다.
이어 펼쳐진 11경주에서는 정반대였다. 5번마 '보우내시'를 타고 우승하여 그를 믿어준 팬들에게 복승식 515배라는 대박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래서 인생은 새옹지마요 호사다마라 했던가… 강기수는 그날 그렇게 자신의 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보우내시에 기승하여 인기마들을 모조리 제치고 대박을 날린 강기수의 그때 그순간을 들어보자.
"착순 정도나 기대했는데 우승을 했으니 그 기분이야 말할수 없이 좋았지요. 보우내시가 잘뛰었다기 보다는 상대마들이 능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고 봅니다. 그날 주로상태가 최악이었거든요. 비인기마였던 러프리버스가 2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고액 배당이 터졌습니다"
보우내시가 잘 뛴 것이 아니라 강추위로 경주로 바닥이 미끄러워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애써 자신을 낮춘다. 다른 말들이 상대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그의 설명이다.
아무튼 우승을 따냈으니 기분은 좋았단다. 그러나 그는 대박을 날리기 직전의 경주에서는 미끄러운 경주로 때문에 성적이 기대이하로 부진했다. 인기마 '정각산'을 타고도 겨우 4착에 그쳤다.
"솔직히 그날 주로가 엉망이었요. 특히 결승선 건너편 직선주로가 안좋았어요. 평지인데도 얼음이 얼어붙은 곳은 꽁꽁 얼고 녹은 곳은 녹아서 마치 언덕을 오르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도 기수도 사고 위협을 느껴 정신없이 뛰었어요"
실제로 이날 말을 탄 기수의 3분의 2 정도가 경주중에 안경을 깨먹었다. 주로가 불량할때는 보통 두서너개씩 안경을 사용한다. 심지어 몇개씩 플라스틱으로 된 안경을 깨먹은 기수도 있다. 꽁꽁 얼어붙은 모래덩어리가 튀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그날 모래는 단순한 모래가 아니라 돌덩어리 였어요. 앞서가는 말발굽에 튀기는 얼음모래가 쉴새 없이 날아들어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주로가 나빠 사고위험을 안고 달렸다. 8, 9경주까지 다행이 이렇다할 사고는 없었지만 말을 타기가 불안했다. 시행체에서 말타기가 어떠냐고 물어왔다. 기수들의 의견을 모아 상태가 너무 안좋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대로 중단하면 경마팬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남은 경주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날만은 사고없이 조심해서 말을 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다행이 사고는 없었지만 경마가 끝나고 다른 기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말들의 상태가 몇마리나 안좋아졌다고 해요"
운동기 질환이 생긴 것이다. 날씨 불량 때문에 상태가 나빠졌다니 경주마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보우내시는 크게 나쁜 징후가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큰 능력있는 말은 아니지만 뒷심이 좋은 말이다. 사지가 따로 놀아 균형감각이 부족한 말이다. 그래서 기수가 기승하기가 까다롭다. 강기수와는 그런대로 호흡을 잘 맞춘다.
기수양성소 10기 출신. 84년 4월에 기수면허를 받았다. 말과 함께 살아온지 어느덧 18년째에 접어든 베테랑 기수다. 이제는 현역고참이 5명뿐이다. 말안장에 올라앉아 채찍을 휘두르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고참기수가 바라보는 경마의 현실은 어떤가 들어보자.
"경마산업은 경륜 카지노 등 경쟁산업이 많아서 타격이 크다고 볼수 있지요. 획기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추운 1월 한달만은 휴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혹한기에 말과 기수를 보호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정된 경마를 돌연 취소하는 사태도 막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1월 한달간 휴장하더라도 경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대신 1월에 못한 경마는 금요일에 보전하거나 아니면 주말에 연장경주로 채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경마의 꽃은 누가 뭐래도 기수가 아닙니까? 기수들의 인기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수들에 대한 대우나 보수 등은 옛날과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상금주순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이런 문제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행체에서도 기수를 진정한 스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기수만큼 위험한 직종이 또 어디 있습니까. 경주중에 툭하면 부상을 입고 목숨까지 잃기도 합니다. 기수는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달리는 위험한 직업인데 거기에 따르는 보장은 충분히 해줘야 마땅하기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마필당 얼마씩이라도 위험수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6년 결혼하여 사랑하는 아내(정 경·30)와 아들(희창·5)하나 딸(희원·3)하나를 둔 가장이다. 취미가 운동일 정도로 스포츠는 모두 좋아한다. 스키 수상스키 등산 축구 권투 등등.
고참기수의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다. "몸건강한 것이 최고지요. 몸이 성해야 말을 계속 탈수 있잖아요. 그리고 내가 뛴만큼 상금을 벌어들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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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1/18 1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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