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28) 명마군단 거느린 박원선 조교사
박원선 조교사는 경마장의 산증인이다. 63세. 경마장을 신설동에서 뚝섬으로 옮긴 54년부터 47년동안 줄곧 말과 함께 살아왔다.
평생의 대부분을 경마장에서 보낸 셈이다. 환갑을 넘긴 지금도 그는 가장 잘나가는 스타조교사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조교사 휴게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넉넉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너털웃음속에 강렬한 카리스마가 풍겨있다.
"마사회에 들어온지는 47년째지만 사실은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형님(박원봉·별세)이 신설동 경마장에서 조교사였거든요. 코흘리개 시절부터 경마장 주변을 떠난적이 없어요. 경마장은 내 인생의 전부이자 영원한 고향인 셈이지요"
그가 조교사가 되기까지는 형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형을 따라 경마장 주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사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조교사집안으로 통한다. 박원덕 조교사는 친동생이다. 잘나가는 형제조교사. 특히 이들 형제는 1700∼1900m 중거리 레이스에서 2000년도 복승률 1·2위에 나란히 올라 과천벌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박원덕 조교사는 45전14승 2착4회(복승률 40%)로 당당히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박원선 조교사는 61전16승 2착5회로 복승률 34.4%를 올리며 2위에 랭크됐다.
2000년은 박원선 조교사의 빛나는 한해였다. 그의 16조 마방은 올해 수득상금랭킹 1위를 차지함으로서 베팅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는 부와 명예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조련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스타에게도 아픔은 있는 법. 그에게 주말은 없다. "평생을 말과 함께 사는 남편을 둔 아내(지명식·63)에게 항상 미안하지요.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경마장에 빼앗겼다고 생각하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박조교사는 2남1녀중 둘째아들인 정현씨(33)를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
정현씨는 16조 마방 조교 승인자를 거쳐 현재 조교보 교육을 받고 있다. 자식에게 대를 이어주고 싶을 정도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장밑에 명졸있고 그아버지에 그아들이라 했던가. 박조교사의 아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쪽 분야에서 성공하고 안하고는 자기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명조교사로 클 수도 있겠지요". 아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말이다.
박조교사의 16조는 황금마방으로 통한다. 대상경주 6관왕에 빛나는 국내 최고마 새강자를 비롯해 합천·두칼·큰바위·도심 등 명마를 줄줄이 거느리고 있다.
그가 명마를 보유했다기 보다는 가능성이 큰 마필을 발굴하여 명마로 키워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16조 명마군단은 올해 대상·특별경주에서 무려 5차례나 우승하며 상금을 거의 싹쓸이 해갔다.
72년 조교사데뷔. 전설적 명마 ‘차돌’을 배출한 이후 한동안 명마부재에 따른 지속적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새강자’의 등장으로 부활했다. 보유마필은 모두 31두. 국산 2·3세마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16조 마방의 파죽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새강자에 얽힌 사연이 많다. 그는 98년에 민간목장인 '대천목장'에서 새강자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좋은 성적을 낼줄 몰랐단다.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생김새도 마음에 들어서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들여와 조교를 한달가까이 해보고 나서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를 했지요"
살 때는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판단해서 샀고 조교과정에서 말의 능력평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강자는 목장에서 외상을 입었다.
구입할 때는 컨디션이 안좋았다. 컨디션이 안좋은데다가 외상까지 입은 말이라 거들떠보지도 않을 법하지만 그는 말의 겉모습이 아니라 잠재능력을 정확하게 찍어냈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새강자는 과천벌 최고의 명마가 되었다. 새강자 하나만 보더라도 그의 뛰어난 선별능력을 알 수 있다.
"2000년 그랑프리에 새강자가 뛰지 못한 것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사실은 발뒤쪽에 입은 외상 때문이었습니다. 새강자가 출전했더라면 작년에 이어 그랑프리 2연패를 충분히 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시 출주하여 좋은 성적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새강자가 외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새강자가 15연승후 4착을 한 것도 외상악화 때문이라고 그는 본다. 치료를 받고 나서 새강자는 다시 대상경주 우승을 포함하여 4연승을 올렸다.
말과 함께 외길인생을 살아온 박조교사. 평생동안 익힌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 그리고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정력이 그를 명조련사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차돌입니다. 전설적인 명마였지요. 말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습니다. 자식 이상으로 말을 아끼고 보살피고 정을 쏟지요"
정년퇴직은 2002년. 앞으로 조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마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길로 계속 말과 인연이 되어서 남은 인생도 말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지금까지 저를 아껴주고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1년에도 경마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의 노력과 좋은 경주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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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2/21 10:22:41
박원선 조교사는 경마장의 산증인이다. 63세. 경마장을 신설동에서 뚝섬으로 옮긴 54년부터 47년동안 줄곧 말과 함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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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 휴게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넉넉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너털웃음속에 강렬한 카리스마가 풍겨있다.
"마사회에 들어온지는 47년째지만 사실은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형님(박원봉·별세)이 신설동 경마장에서 조교사였거든요. 코흘리개 시절부터 경마장 주변을 떠난적이 없어요. 경마장은 내 인생의 전부이자 영원한 고향인 셈이지요"
그가 조교사가 되기까지는 형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형을 따라 경마장 주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사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조교사집안으로 통한다. 박원덕 조교사는 친동생이다. 잘나가는 형제조교사. 특히 이들 형제는 1700∼1900m 중거리 레이스에서 2000년도 복승률 1·2위에 나란히 올라 과천벌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박원덕 조교사는 45전14승 2착4회(복승률 40%)로 당당히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박원선 조교사는 61전16승 2착5회로 복승률 34.4%를 올리며 2위에 랭크됐다.
2000년은 박원선 조교사의 빛나는 한해였다. 그의 16조 마방은 올해 수득상금랭킹 1위를 차지함으로서 베팅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는 부와 명예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조련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스타에게도 아픔은 있는 법. 그에게 주말은 없다. "평생을 말과 함께 사는 남편을 둔 아내(지명식·63)에게 항상 미안하지요.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경마장에 빼앗겼다고 생각하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박조교사는 2남1녀중 둘째아들인 정현씨(33)를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
정현씨는 16조 마방 조교 승인자를 거쳐 현재 조교보 교육을 받고 있다. 자식에게 대를 이어주고 싶을 정도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장밑에 명졸있고 그아버지에 그아들이라 했던가. 박조교사의 아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쪽 분야에서 성공하고 안하고는 자기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명조교사로 클 수도 있겠지요". 아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말이다.
박조교사의 16조는 황금마방으로 통한다. 대상경주 6관왕에 빛나는 국내 최고마 새강자를 비롯해 합천·두칼·큰바위·도심 등 명마를 줄줄이 거느리고 있다.
그가 명마를 보유했다기 보다는 가능성이 큰 마필을 발굴하여 명마로 키워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16조 명마군단은 올해 대상·특별경주에서 무려 5차례나 우승하며 상금을 거의 싹쓸이 해갔다.
72년 조교사데뷔. 전설적 명마 ‘차돌’을 배출한 이후 한동안 명마부재에 따른 지속적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새강자’의 등장으로 부활했다. 보유마필은 모두 31두. 국산 2·3세마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16조 마방의 파죽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새강자에 얽힌 사연이 많다. 그는 98년에 민간목장인 '대천목장'에서 새강자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좋은 성적을 낼줄 몰랐단다.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생김새도 마음에 들어서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들여와 조교를 한달가까이 해보고 나서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를 했지요"
살 때는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판단해서 샀고 조교과정에서 말의 능력평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강자는 목장에서 외상을 입었다.
구입할 때는 컨디션이 안좋았다. 컨디션이 안좋은데다가 외상까지 입은 말이라 거들떠보지도 않을 법하지만 그는 말의 겉모습이 아니라 잠재능력을 정확하게 찍어냈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새강자는 과천벌 최고의 명마가 되었다. 새강자 하나만 보더라도 그의 뛰어난 선별능력을 알 수 있다.
"2000년 그랑프리에 새강자가 뛰지 못한 것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사실은 발뒤쪽에 입은 외상 때문이었습니다. 새강자가 출전했더라면 작년에 이어 그랑프리 2연패를 충분히 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시 출주하여 좋은 성적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새강자가 외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새강자가 15연승후 4착을 한 것도 외상악화 때문이라고 그는 본다. 치료를 받고 나서 새강자는 다시 대상경주 우승을 포함하여 4연승을 올렸다.
말과 함께 외길인생을 살아온 박조교사. 평생동안 익힌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 그리고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정력이 그를 명조련사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차돌입니다. 전설적인 명마였지요. 말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습니다. 자식 이상으로 말을 아끼고 보살피고 정을 쏟지요"
정년퇴직은 2002년. 앞으로 조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마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길로 계속 말과 인연이 되어서 남은 인생도 말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지금까지 저를 아껴주고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1년에도 경마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의 노력과 좋은 경주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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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2/21 1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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