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26) 스타기수 이성일 빛과 그림자
안양 연세정형외과 306호실. 경마공원 사람들 누구한테 물어봐도 말을 가장 잘 타는 기수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이성일 기수가 장기 입원해 있는 병실이다.
지난 10월 16일 이후 그는 지금 두달째 병상에 있다. 오른쪽 팔꿈치 관절이 분쇄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깁스를 한채 누워 있다.
스타기수가 입원하면 많은 사람이 가슴을 친다. 본인이 울고 가족이 울고 그를 아끼는 친지는 물론 수많은 팬들까지 마음아파 한다.
이성일기수는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경주중에 떨어졌으면 이렇게 까지 비통하지는 않았을 텐데…
새벽 조교를 마치고 마방으로 들어가다가 말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장소는 보건소앞. 바닥이 너무 미끄럽고 위험해서 평소에도 고쳐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필 그자리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는 가장 잘나가는 기수. 과천벌 최고 인기마로 꼽히는 새강자의 찰떡궁합 기수다. 그는 새강자와 짝을 이뤄 무려 13차례나 우승을 했다. 딱 한번 4착 한것을 빼고는 모두 우승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성일 기수는 자신의 애마 새강자를 탈수 없는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연말 그랑프리에 나가서 꼭 우승을 따내 왕중왕이 되고 싶었는데 부상때문에 그 꿈을 이룰수 없게 되어 아쉽기 짝이 없다.
기수양성소 6기로 왕고참. 79년 기수양성소 교육 받고 80년에 정식기수로 데뷔했다.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기수다. 현역기수중 3번째 고참. 그의 기수인생은 파란만장하다.
172cm 키에 체중 58kg.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동안 체중은 전혀 불어나지 않았다. 키에 대한 에피소드는 과천벌의 화제로 남아 있다. 기수 응시할때는 덩치가 작아 거뜬히 신체검사에 합격할 정도로 키가 작았다. 그러나 기수로 데뷔하고 나서 키가 15cm나 더 커버렸다.
몸무게도 갑자기 불어났다. 기수 양성소 들어갈때는 36kg이었던 체중이 1년후 54kg으로 불었다. 기수중 최장신. 미남인데다가 키까지 훤칠하게 큰 이성일기수. 결혼전에는 여성팬이 많았다.
통산 565승으로 다승 3위. 영예기수 물망에 올라있다. 새강자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그는 최고의 기수로 이름을 날려왔다. 그랑프리 2년연속 우승자. 2년연속 그랑프리 우승은 그가 처음이다. 98년에는 신세대, 99년에는 새강자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그랑프리도 출전하여 3년연속 우승신화를 이루고 싶었는데 부상때문에 그꿈을 이룰수 없게 된것을 몹시 안타까워 한다.
단짝기수를 잃은 새강자는 올해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않는다. 새강자가 마치 부상으로 입원한 이성일기수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듯…
"말에서 떨어졌을때 말이 요동치면서 앞으로 튀길래 못튀게 잡아 당겼습니다. 미끄러 지면서 다리가 끼는 순간에 다리는 재빨리 피했어요. 그런데 말에서 떨어지면서 팔을 땅에 짚는 바람에 팔을 다쳤습니다. 다쳤을때 딱 떠오르는 것이 합천이었어요. 합천에 기승하기로 했는데 팔을 다쳐서 기승을 못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군요"
합천은 다른 기수가 타서 우승을 했다. 사고 순간에는 이렇게 까지 크게 다친줄 몰랐다. 그런데 팔을 움직여 보니까 말을 듣지 않았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다.
중상진단. 현재 6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깁스를 풀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에라도 퇴원을 할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기수의 병실에는 팬들이 보낸 화분이 가득 놓여있다. 병실 한쪽 벽에는 새강자 장석린 마주님이 보내준 이성일기수 우승순간을 담은 대형사진이 걸려 있다. 병실에는 그의 부상을 안타까워 하는 많은 팬과 친지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주로에서의 그의 장점은 말을 부드럽게 타는 기승술이다. 말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물흐르듯 말을 탄다. 그가 말을 타면 말의 경주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낸다.
노련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기승술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그에게는 마칠기삼이 아니라 마륙기사라고 해야 어울릴것 같다.
대상경주에 특히 강하다. 대상경주 우승횟수는 13번. 대상경주 다승랭킹 2위. 대담하고 노련한 레이스 운영이 큰경기에서 우승을 많이 할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성일기수의 인생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병원생활이 답답한 것은 둘째치고 장기 입원해 있는 동안 수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상등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처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생계까지 위협을 받을 정도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생계문제 때문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수라도 한번 크게 부상을 당하면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수가 되면 돈을 잘버는 것으로 알고 기수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기수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부상을 많이 입는 바람에 골병이 들었다며 길게 한숨을 짓는다. 가장 잘나가는 기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의외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기수가 된다면 보따리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장기 입원을 하고 보니 비참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지금까지 누렸던 기수로서의 모든 영광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듭니다"
언제 퇴원할지는 모르겠지만 기수들의 복지등 처우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한 지금 같아서는 더이상 말을 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왠지 스타기수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그의 빠른 완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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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2/07 15:06:01
안양 연세정형외과 306호실. 경마공원 사람들 누구한테 물어봐도 말을 가장 잘 타는 기수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이성일 기수가 장기 입원해 있는 병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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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기수가 입원하면 많은 사람이 가슴을 친다. 본인이 울고 가족이 울고 그를 아끼는 친지는 물론 수많은 팬들까지 마음아파 한다.
이성일기수는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경주중에 떨어졌으면 이렇게 까지 비통하지는 않았을 텐데…
새벽 조교를 마치고 마방으로 들어가다가 말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장소는 보건소앞. 바닥이 너무 미끄럽고 위험해서 평소에도 고쳐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필 그자리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는 가장 잘나가는 기수. 과천벌 최고 인기마로 꼽히는 새강자의 찰떡궁합 기수다. 그는 새강자와 짝을 이뤄 무려 13차례나 우승을 했다. 딱 한번 4착 한것을 빼고는 모두 우승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성일 기수는 자신의 애마 새강자를 탈수 없는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연말 그랑프리에 나가서 꼭 우승을 따내 왕중왕이 되고 싶었는데 부상때문에 그 꿈을 이룰수 없게 되어 아쉽기 짝이 없다.
기수양성소 6기로 왕고참. 79년 기수양성소 교육 받고 80년에 정식기수로 데뷔했다.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기수다. 현역기수중 3번째 고참. 그의 기수인생은 파란만장하다.
172cm 키에 체중 58kg.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동안 체중은 전혀 불어나지 않았다. 키에 대한 에피소드는 과천벌의 화제로 남아 있다. 기수 응시할때는 덩치가 작아 거뜬히 신체검사에 합격할 정도로 키가 작았다. 그러나 기수로 데뷔하고 나서 키가 15cm나 더 커버렸다.
몸무게도 갑자기 불어났다. 기수 양성소 들어갈때는 36kg이었던 체중이 1년후 54kg으로 불었다. 기수중 최장신. 미남인데다가 키까지 훤칠하게 큰 이성일기수. 결혼전에는 여성팬이 많았다.
통산 565승으로 다승 3위. 영예기수 물망에 올라있다. 새강자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그는 최고의 기수로 이름을 날려왔다. 그랑프리 2년연속 우승자. 2년연속 그랑프리 우승은 그가 처음이다. 98년에는 신세대, 99년에는 새강자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그랑프리도 출전하여 3년연속 우승신화를 이루고 싶었는데 부상때문에 그꿈을 이룰수 없게 된것을 몹시 안타까워 한다.
단짝기수를 잃은 새강자는 올해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않는다. 새강자가 마치 부상으로 입원한 이성일기수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듯…
"말에서 떨어졌을때 말이 요동치면서 앞으로 튀길래 못튀게 잡아 당겼습니다. 미끄러 지면서 다리가 끼는 순간에 다리는 재빨리 피했어요. 그런데 말에서 떨어지면서 팔을 땅에 짚는 바람에 팔을 다쳤습니다. 다쳤을때 딱 떠오르는 것이 합천이었어요. 합천에 기승하기로 했는데 팔을 다쳐서 기승을 못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군요"
합천은 다른 기수가 타서 우승을 했다. 사고 순간에는 이렇게 까지 크게 다친줄 몰랐다. 그런데 팔을 움직여 보니까 말을 듣지 않았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다.
중상진단. 현재 6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깁스를 풀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에라도 퇴원을 할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기수의 병실에는 팬들이 보낸 화분이 가득 놓여있다. 병실 한쪽 벽에는 새강자 장석린 마주님이 보내준 이성일기수 우승순간을 담은 대형사진이 걸려 있다. 병실에는 그의 부상을 안타까워 하는 많은 팬과 친지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주로에서의 그의 장점은 말을 부드럽게 타는 기승술이다. 말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물흐르듯 말을 탄다. 그가 말을 타면 말의 경주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낸다.
노련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기승술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그에게는 마칠기삼이 아니라 마륙기사라고 해야 어울릴것 같다.
대상경주에 특히 강하다. 대상경주 우승횟수는 13번. 대상경주 다승랭킹 2위. 대담하고 노련한 레이스 운영이 큰경기에서 우승을 많이 할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성일기수의 인생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병원생활이 답답한 것은 둘째치고 장기 입원해 있는 동안 수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상등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처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생계까지 위협을 받을 정도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생계문제 때문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수라도 한번 크게 부상을 당하면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수가 되면 돈을 잘버는 것으로 알고 기수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기수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부상을 많이 입는 바람에 골병이 들었다며 길게 한숨을 짓는다. 가장 잘나가는 기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의외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기수가 된다면 보따리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장기 입원을 하고 보니 비참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지금까지 누렸던 기수로서의 모든 영광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듭니다"
언제 퇴원할지는 모르겠지만 기수들의 복지등 처우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한 지금 같아서는 더이상 말을 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왠지 스타기수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그의 빠른 완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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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2/07 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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