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5) 영원한 승부사 김명국 조교사

[클릭 인터뷰] (5) 영원한 승부사 김명국 조교사

김명국조교사(37). 한마디로 타고난 승부사다. 기수시절 그가 세운 722승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경마의 차원을 한단계 끌어올린 역대 최고의 명기수. 조랑말이라도 김명국이 타면 우승을 먹는다는 일화까지 나올정도였다. 조교사 협회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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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체격이 작아서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중3때 38kg밖에 안나갔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형들이 보는 책에서 기수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것이 운명을 바꾼 셈이지요. 중학교 졸업후 서울로 올라와서 응모를 하였고 그렇게 기수가 되었습니다. 말을 타보니 적성에 딱 맞더라구요."

그의 경마인생은 1980년부터 시작된다. 그가 말을 모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팬들은 기억한다. 조랑말처럼 덩치가 작은 말을 타고도 바람처럼 내달려 선두로 들어오는 그의 화려한 기승술은 아직도 전설로 남아있다.

"조교사는 드라마나 영화로 치면 일종의 총감독이라고 봅니다. 일반 운동경기의 감독과 같은 위치로 말과 기수의 총관리자입니다. 마주님들 섭외하고 관리사까지 관리를 해야 합니다. 기승작전 지시, 조교계획 수립, 사양관리 지휘, 감독을 하며 경주의 분석과 연구를 통해 우승전략을 구상합니다. "

이제 조교사 경력 5년째. 기수로서는 한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조교사로서는 아직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그는 결코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는다.

팬들은 그의 빠른 기수은퇴를 아쉬워한다. 722승뿐만 아니라 그의 실력이라면 1000승 달성도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장 잘나가는 시기에 은퇴를 해버린 이유를 물어보았다.

"현역시절 부상이 심했습니다. 체중조절을 많이 하는 바람에 건강이 나빠지고 부상에 시달리다 보니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낙마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길한 생각 말입니다. 결국은 손가락 부상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손가락 부상때문이었다. 기수 말기에 입은 손가락 부상이 그의 은퇴를 재촉한 화근이 되었다. 팬들은 이제 더이상 그의 신기에 가까운 기승술을 볼수가 없다.

말을 몰고 마지막 코너를 돌때쯤이면 어김없이 발뒤꿈치로 강하게 마필을 추진시키면서 번개처럼 추입하는 그의 기승술은 환상적 예술이었다. 말과 기수가 혼연일체가 되어 내달리는 화려한 3박자 기승술에 팬들은 넋이 나갈 정도였다.

"당시에는 일제시대 말타던 선생님들한테 기승술을 배웠습니다. 경주마중에는 조랑말같이 덩치가 아주 작은 말도 있었지요. 그런 말들을 타고 속도를 내려면 발을 이용해 마필을 추진시키는 방법이 최고지요. 말을 몰때 3박자로 통하는 고삐 채찍 박차가 있는데 이를 얼마나 절묘하게 조화를 시키느냐가 바로 기승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승법이 발달하고 말들도 스피드가 좋아졌습니다. 굳이 후배들에게 그때 구사하던 기승술을 전수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김조교사는 지금도 가끔씩은 그때의 기승술을 기수들에게 조련시킬 때가 있다. "말들의 상태가 안좋거나 게으름피우는 말들에게는 3박자 기승법이 지금도 필요합니다. 그런 말을 타는 기수들에게 가끔씩은 그런 주문을 합니다."

김조교사는 체력에 관한한 타고난 장사였다. 다른 기수들과는 달리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말에 기승하여 거세게 몰아치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는 한이 없다. 또한 항상 체중이 많이 나가 체중을 많이 빼는 기수였다. 체중을 많이 빼는데도 일단 말고삐만 잡으면 펄펄 날아 우승을 낚아채곤 했다.

최다승 기록을 세우기 전에 일찌감치 500승을 이뤄 한국 경마 최초로 영예기수가 되었다. 지칠줄 모르는 괴력으로 경마팬들을 열광시킨 천하의 명기수였지만 막판에는 체중조절이 너무 힘들어 1000승의 꿈을 접고 은퇴하여 조교사가 되는 아픔을 겪었다.

"박태종기수가 머지 않아 최다승 기록을 깰것으로 보입니다. 기록은 언제나 깨지게 되어있는 것 아닙니까. 기록이 깨지는 것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다. 다만 아쉽다면 내 자신이 부상으로 너무 일찍 은퇴하는 바람에 1000승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지요."

그는 자신의 최다승 기록을 깨기 위해 박태종기수가 맹렬하게 추격해 오고 있는 것에 대해 의외로 담담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는 첫기승했던 명사십리입니다. 그리고 기수로서 첫 대상 특별경주에서 우승한 여의주와 마사회장배 1회 우승한 파수병입니다."

조교사가 되고 나서는 아직까지 명성에 걸맞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5년동안 거둔 성적이 고작 500전 30승 정도.

"처음 보유말 13마리로 조교사를 시작했지요. 5년이 지난 지금은 30마리로 늘어났습니다.아직도 정예군단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이제는 해볼만 합니다. 조교사가 되고 나서는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 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최고의 승부사 답게 그는 지금까지가 아닌 이제부터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때라고 생각한다. "기수때는 본인 체력관리와 이미지 관리등 약간만 하면 큰 지장이 없는데 조교사가 되고 나니 신경쓸일이 너무 많습니다. 기수때는 몸이 힘들다면 지금은 정신이 힘든 셈이지요"

그는 최초로 펜레터를 받은 기수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펜레터를 보내온 미모의 아가씨는 다름아닌 지금의 아내가 된 이복미(36). 1987년 처음 펜레터를 받기 시작한지 1년만에 결혼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딸 예나와 1학년인 막내아들 경태를 두었다.

"조교사가 되고 나서 수입은 기수때에 비해 3분의 1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좋아질것이라고 봅니다."

그의 말속에서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는 1986년 백원기 기수의 은퇴이후 한국경마 최고의 기수자리를 굳히며 1인독주시대를 이끌어왔다. 그러다가 3년후배 김종온기수와 뜨거운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경마팬들을 열광시켰다. 김명국기수는 파워를 무기로 마지막 코너에서 총알처럼 튀어나오는 추입력이 일품인 반면에 김종온기수는 두뇌파형으로 인코스를 선점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92년 김종온 기수가 경주중 부상으로 은퇴하는 바람에 끝이 나고 만다. 김명국조교사는 지금 현역기수 최고의 라이벌로 박태종기수와 안병기기수를 꼽는다.

"박태종기수와 안병기기수야말로 현역 최고의 라이벌이라고 할수 있지요. 박태종기수는 기승자세가 안정되고 말과 호흡을 맞추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그만큼 훈련을 많이 했다는 셈이지요. 반면에 안병기기수는 페이스조절능력이 탁월합니다. 말의 능력에 따라서 레이스 운영을 잘합니다."

김명국조교사는 자신이 보유한 말중 가장 아끼는 말로 포트오먼을 내세운다. 8연승기록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그리고 해달네 오벨리스크 플레인벨벳 상공등을 애마로 꼽는다.

"사실 조교사로써 모든 말에 다 애착이 갑니다.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 없듯이 말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보유한 말에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경마장을 찾는 팬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리하게 베팅 하지 말고 경마를 레저로 근접해야 한다. 투기성으로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2만원정도안팎에서 주말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베팅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팬들은 말한다. "지금의 기수들과 단순 비교할수야 없지만 김명국기수가 말을 모는 모습은 한마디로 환상이었지요. 다른 기수가 타면 주춤하는 말도 그만 타면 펄펄 날아 우승을 한것이 어디 한두번이었습니까? 한마디로 타고난 명기수였지요."

역대 최다승 기록보유자 김명국 조교사. 많은 경마팬들은 그가 조교사로서도 기수시절의 화려한 꽃을 다시 피우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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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08/28 11: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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