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렇게번다] (68) 산학협동 기업인 손태영 2

[돈이렇게번다] (68) 산학협동 기업인 손태영 2
 
그는 아무리 바쁘고 시간에 쫓겨도 짜증 내거나 인상 찌푸리는 일이 없다.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항상 표정이 밝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봐도 부지런한 기업인이다.

칼빈대는 토요일 오후 4시간 스트레이트 강의. 무료한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토요일 오후에 출강한다.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정규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였던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그가 살아온 길은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하면 된다는 필승의 각오로 극복해 나갔다.

그의 불행은 세살 때 나타났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 된 것이다. 처음엔 다리가 나을 줄 알았다. 육군 장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육사 꿈을 접었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자신의 처지가 어린 마음에 너무도 비참하여 아침이면 학교 가기 싫어서 몸부림을 쳤다.
 
결국 5학년을 끝으로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다리를 고쳐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렸다. 어머니의 간절한 새벽기도는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소년은 학교대신 부친을 따라 다니며 페인트칠을 익혔다. 그의 어린 손을 거쳐 단장된 집만도 수십채. 당시는 건물이 거의 단층이어서 낮은 사다리 하나면 웬만큼 높은 곳까지 칠할수 있었다.

세상물정을 모르던 어린 나이였기에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했어도 마음의 상처는 없었다.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애쓰다 보니 그런대로 버틸만 했다. 그러다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초등학교 때 짝꿍이었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손씨가 일하고 있던 옷가게에 여자친구가 옷을 맞추러 들어왔다. 7년만에 만난 그녀는 어엿한 여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여학생의 옷을 지으며 인생의 비애감을 느꼈다. 처음으로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공부를 더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중단한 공부를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가 없었다.
 
세월은 흘러 그의 나이 23세가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는 양재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신문에 중입자격 검정고시를 실시한다는 공고가 나와 있었다.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가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그에게 그것은 인생의 첫 전환점이 되어준 귀중한 정보였다. 즉시 검정고시 준비를 했다. 독학으로 중·고·대입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충북대 법대에 들어갔다. 23세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기 시작하여 2년만에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가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 대학교재를 살 돈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대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을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학과 조교와 도서관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대학생활을 했다. 커피한잔 마실 돈이 없어 미팅은 생각도 못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돈과 물질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배고프고 헐벗어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시험을 보았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스스로 극복해 나가기로 독하게 마음먹고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기 위해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까지 몽땅 태워버렸다.

그리고는 시계회사에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을 했다. 좌절은 없다는 각오로 뛰어든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그때 손씨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교인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해외원서를 수입해서 대학교재로 납품하는 회사였다.
 
손씨는 한국과학기술문헌센터에서 일하며 정보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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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2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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