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95) 모든 말이 덕담처럼 들리는 34년 베테랑 아나운서 안희재

[클릭이사람] (495) 모든 말이 덕담처럼 들리는 34년 베테랑 아나운서 안희재

케이블 방송까지 모두 합쳐 대한민국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아나운서가 대략 600명. 그중에서 이름 석 자 만으로도 포스(FORCE)가 느껴지는 사람. KBS 한민족 방송 나의 삶 나의 보람을 5년째 진행하고 있는 안희재 아나운서다.

▲ 안희재 아나운서     ©피플코리아

누구나 평생 입에 달고 사는 말(言)이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안희재 아나운서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처음 만났지만 차분하면서도 조리 있게 이끌어가는 대화로 시종일관 상대방을 이토록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고도 신기하다.

“어려서부터 독서광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문고판 시리즈를 다 읽고 어른들 보는 전집을 읽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전집 시리즈가 있는 언니 오빠 집에 가서 빌려 봤어요. 처음에는 내용을 모르고 계속 읽다 보니까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소통하는 아나운서로 자타가 공인하는 그녀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렇게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독서 습관이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격언이 있다. 특히 연말연시면 온 국민이 기분 좋은 덕담을 주고받는다. 온 국민이 덕담으로 시작해서 덕담으로 끝나는 새해를 맞아 듣고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덕담을 똑 소리나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부터 들으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978년 05월 KBS 5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34년째 한 직장에서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덕담의 달인’ 안 희재 아나운서를 피플코리아 클릭이사람 새해 첫 인터뷰 주인공으로 만났다.

피아노연주와 여행을 취미로 솔직 당당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 나누기를 즐기고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하물며 그는 34년째 아나운서로 KBS에서 활동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방송에서 다루는 모든 장르의 프로를 다했다. 종합뉴스, 음악프로그램 DJ도 했다. 그동안 누가누가 잘하나, 뉴스광장, 중학생 퀴즈, 여성백과, 가정뉴스, 당신의 밤과 음악, 정다운 가곡, 새아침의 클래식, 저녁의 클래식, 아침종합뉴스 등 70여 프로를 진행하였다.

1986년 제14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영어, 불어 사회를 동시에 본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83년 방송사상 최초로 KBS1TV 가정뉴스 여자단독 앵커를 맡은 장본인도 바로 안희재 아나운서다.

그는 현재 KBS 한민족 방송 교양프로그램 ‘나의 삶 나의 보람’을 2006년부터 5년째 진행하고 있다.

“각 분야서 활동하는 저명인사와 평범하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을 초대하여, 어제와 오늘, 앞으로의 인생철학 등을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나의 삶 나의 보람'을 진행하며 날마다 가능성과 희망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나의 삶, 나의 보람’은 KBS 한민족방송(AM 972 KHZ)과 KBS FM 제3라디오(104.9 MHZ) 채널을 통해 매일 40분씩 방송되고 있다.

한 인물을 이틀 연속 초청하여 1회 40분씩 총 80분간 대담 형식으로 주인공이 털어놓는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너무 힘든 삶을 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분들을 집중 조명해서 이틀에 걸쳐 내보내는 프로는 아마 세계에서도 나의 삶 나의 보람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1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나의 삶 나의 보람에 등장한 인물만 해도 2000명이 넘는다.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 ‘나의 삶 나의 보람’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사할린, 일본, 북한에도 방송된다. 국내라디오 프로가 전 세계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그가 진행하는 이 프로가 유일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교포들의 다양한 청취 시간대를 고려하여 새벽타임 02시20분, 오후타임 3시20분(재방송), 심야타임 11시20분 등 하루에 3차례 40분씩 방송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프로에 갖는 그녀의 애착과 열정은 대단하다. 독서를 통해 책을 쓴 저자의 지혜를 배우듯이 부드럽고 정겨운 목소리의 안희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나의 삶 나의 보람을 통해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은 현대를 사는 지혜를 느낄 수 있다.

▲     ©박종운기자

안희재 아나운서는 TV와 라디오 뉴스 앵커 및 프로그램 MC 등 방송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한 1대 1 맞춤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 ‘멘토’ 강사로 2003년에는 중국 베이징에 가서 현지 방송인들을 2주간 교육 시키고 왔다.

2008년에는 미국 아틀란타, 뉴욕 한인 방송국에 가서, 기자와 아나운서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고 왔다.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당시 2주 동안에 몇 개 프로 1년 동안 방송 내보낼 녹화 분량을 다하고 왔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오래 쳤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저에게 서울대 기악과 진학을 권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의 눈높이에 맞춰줄 자신이 없더라고요.”

이화여대 불문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 때문이었다. 그 사연이 재밌다.

“고등학교 제 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는데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불어에 소질이 있으니 불문과에 진학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4년 후 프랑스 유학을 생각하고 이화여대 불문과 진학을 했어요.”

운명의 여신은 우리가 살면서 정해진 예상 코스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유학을 생각하고 이화여대 불어과에 들어간 그녀도 예외가 아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친언니(안종순)가 MBC 아나운서로 활동했어요. 언니를 보니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나운서가 됐어요.”

1978년 KBS 아나운서 공채 5기로 그녀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으로 결혼하면 그만두는 풍토였다.

“결혼해서 어떻게 아나운서를 해? 그런 시각이었어요. 대단한 인내와 용기가 없으면 그 수모를 견디며 다니기 힘들었어요.”

그는 오프닝 멘트에서 마무리까지 대본 없이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로 유명하다. 각본 없이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대담프로에서 철저하게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에 응하는 인터뷰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각본이 있으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방송을 끌고 갈 수가 없어서 짜여진 틀에 맞춰진 각본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담 프로 방송의 묘미를 살릴 수 없다고 봐요.”

‘나의 삶, 나의 보람’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녹화방송이지만 생방송처럼 진행한다. 대본 없이 진행하는 방송인데도 NG가 전혀 없다. 아나운서로 잔뼈가 굵은 34년 관록에서 우러 나오는 그녀의 노련한 진행 실력 때문이다.

케이블채널까지 다 합쳐서 국내 방송국 전체 아나운서가 600명 정도로 그중에서도 그는 가장 ‘고참’급에 속한다.

좀 더 편하고 폼 나는 프로를 맡아도 무방할 백전노장으로 일요일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40분씩 진행하는 ‘나의 삶 나의 보람’ 프로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보니 그는 전혀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 프로 힘들다고 다른 아나운서들은 안하려고 해요. 저는 개편 때마다 이 프로 맡겠다고 제가 자원해요. 매일 새로운 사람 만나 삶의 이야기 들으면서 얻는 게 참 많거든요. 오직 내 프로에 최선 다해서 시청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제대로 알려주느냐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이 프로가 너무 좋아요.”

‘나의 삶 나의 보람’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그녀는 백두산 호랑이를 1000시간 이상 기록한 박수용 다큐감독을 꼽았다.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거대 다큐제작사도 시도하지 못한 야생의 시베리아호랑이를 1000시간 카메라로 촬영하는 집념과 의지를 보여준 분입니다. 홀로 영하 30도의 극한 추위를 견디며 얼어붙은 주먹밥을 녹여 먹으며, 육체적 고통과 피곤, 고독감을 이겨내는 강인함을 보여준 분이죠. 1995년부터 20여 년간 근접촬영하기 어려운 시베리아호랑이를 미친 듯이 쫓아다녀 7편의 관련다큐를 제작하신 분. 정말 놀랍죠?”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독서와 34년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린 주인공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흥미롭고 재밌다.

“뭔가 특별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매일 들여다본다는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지금까지 34년 동안 70여개 프로를 해봤지만 저는 지금 맡고 있는 프로 ‘나의 삶 나의 보람’이 가장 즐거워요.”

이쯤 되면 고생을 사서 한다는 표현이 그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만큼 즐겁고 신이 날 수밖에….

그러다 보니 나의 삶 나의 보람 프로 진행자로 그가 가장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11월 우수 프로그램 진행자상을 수상하였다.

“나의 삶 나의 보람 같은 대담 프로 진행자의 능력은 다름 아닌 상대방이 뭐에 집중하느냐를 잘 캐치하고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죠. 얘기에 빠져서 방송 중에 눈물 흘린 적도 많아요. 앞으로도 정년 때까지 계속 이 프로를 하고 싶어요.”

그는 ‘나의 삶 나의 보람’ 프로 역대 최장수 진행자로 5년째 이 프로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맡은 프로는 몇 년 씩 장수했다. 1FM 당신의 밤과 음악은 7년을 진행했다. 정다운 가곡은 5년을 진행했다.

그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아나운서로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언론 통폐합에 이어 우후죽순으로 생긴 케이블 방송에 최근 출범한 종편까지 이직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한 직장을 고수하며 아나운서 34년 외길을 걷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의 말을 들어보면 방송계 풍토도 그동안 많이 변했다.

“예전에 방송은 아나운서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나없이 다 방송을 진행하잖아요. 아나운서의 자긍심이 그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이죠.”

하지만 그는 3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던 날 그는 전날까지 파업을 하는 바람에 하루에 프로를 7개씩 맡았다고 털어놓았다.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면서 5일 동안 7개 프로를 맡았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몇 년 후면 다가올 정년퇴직 이후 계획을 묻자 그는 정작 경영에 관심이 많다고 마음에 담아 놓았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남편이 퇴직하고 사업을 해요. 주식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한 장본인으로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남편이 사업에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제가 인터넷으로 찾아내 정리해서 줘요. 정년퇴직 하면 남편 경영을 적극 도울 계획입니다. 아나운서로 정년까지는 채우려고 해요.”

아들만 둘로 큰 아들은 컨설턴트로 삼일회계법인 다니다가 최근에 그만두고 아빠 사업을 돕고 있다. 둘째아들은 미 유학 중이던 대학 2학년 마치고 해병대 자원입대해서 복무중이다.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유학 생활을 잠시 접고 고국에 돌아와 해병대원으로 자원입대한 아들이 대견하다.

“제가 ‘워킹맘’으로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웠어요.”

엄마가 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장점을 배운 셈이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파트 아줌마들 보면 몰려다니는데, 엄마! 그 아줌마들은 엄마처럼 일 안해요?’ 하는 거예요. 엄마가 항상 일 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까 다른 엄마들도 당연히 일 나가는 걸로 안거죠.”

그녀는 말을 참 잘한다. 어떻게 그토록 말을 잘하는지 궁금해서 그 비결을 묻자 독서의 힘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책을 많이 읽어서 논리가 정립한 뒤에는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누구라도 가능해요. 음성도 훈련을 통해 후천적 노력으로 가능해요.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발음 교정이 가장 어렵다는 경상도에서 대학까지 나온 사람도 아나운서로 들어와서 잘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겠어요?”

앞서도 언급했듯이 원래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어려서도 스토리전개가 논리적이고 말을 잘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학생 때도 ‘내 생각은 이런데’ 하고 친구들 상담을 많이 해줬어요. 지금도 아나운서 후배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많이 해줘요.”

인터뷰는 전국이 온통 들뜬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날 저녁 KBS IBC 건물에서 이뤄졌다.

“새해에도 좋은 사람 많이 발굴해서 소개해 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와 안희재 아나운서가 동시에 서로에게 건네준 덕담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백설같이 하얀 눈이 내렸다. 방송에서 들려주던 맑고 고운 목소리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2년 01월01일 10시22분.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346번~ ☜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인물뉴스닷컴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0-4707-4827 이메일 people365@paran.com

▶ 사진 박종운기자    ©피플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