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33) 노래…악기연주…그림…거리공연 펼치는 환상콤비 범진, 월연스님

김명수기자 | 입력 : 2009/11/06 [18:07]
[클릭이사람] (433) 노래…악기연주…그림…거리공연 펼치는 환상콤비 범진, 월연스님

전국을 돌며 거리 공연을 펼치는 두 스님을 깊어가는 늦가을 오후 아산 온천단지 인근 시누크 문화공간에서 만났다.

▶     ©피플코리아 ◀
‘불교계의 판소리’로 일컬어지는 범패(梵唄)의 명인 범진(梵眞)스님과 108 달마도로 유명한 하모니카의 달인 월연(月淵)스님이다.

달마 선화가로 알려진 두 대가가 권위와 가식을 훌훌 벗어 던지고 전국을 돌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거리공연을 해오고 있다.

범패(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를 부르는 범진스님과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월연스님의 합동 콘서트(?)는 정해진 무대가 따로 없다.

월연스님이 몰고 다니는 봉고차에는 언제 어느 때라도 두 스님의 즉석 공연이 가능한 악기와 선묵화 퍼포먼스를 펼칠수 있는 지필묵이 들어있다.

이들이 자리를 잡으면 어디라도 자연스럽게 공연장이 이루어진다. 월연스님이 하모니카를 불어대고 아코디언 연주를 하면 하나둘씩 주변 사람들이 몰려든다.

“대중들과 어울리기 좋은 수단이 바로 악기. 동요, 흘러간 노래죠. 종교 종파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찾아가 공연을 해온지 20년이 됐어요. 불자들한테는 포교도 되고 일반인들한테는 즐거움도 되죠”

달마도에 능통한 월연스님은 그동안 달마 선묵화 초대전을 10여차레나 열정도로 작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미술을 오래 했어요. 달마도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장씩 그려주고 전시회도 열고… 너무 많이 그려서 헤아릴 수 없어요. 그려서 불우아동, 환자 돕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동요와 대중가요를 부르고… 흘러간 노래를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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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영산회상예술단으로 범진스님과 멤버를 구성해서 공연을 필요로 하는 곳마다 다니고 있다.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부르는 곳이면 기꺼이 달려가서 공연을 해주고 있다.

“노래 연습, 악기 연습 날마다 하죠. 앞으로도 저희를 찾는 분이 있으면 어디라도 갈 겁니다. 이렇게 있다가 갑자기 누가 오라면 달려가야죠”

범진스님은 서예와 그림에 능통하고 문화재급 판소리 실력까지 갖춘 범패 1인자다. 음색이 탁월하다.

“범패는 소리중에 고급 소리죠.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지난 9월 30일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범진스님과 월연스님은 호흡이 척척 맞는 완전 콤비로 둘만 있어도 두시간 이상 공연을 한다. 무대에서 만담처럼 서로 주고받고 악극도 하면서…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공연을 하면서 예술을 토대로 포교를 하는 거죠. 시장 바닥이니 동네바닥이니 가리지 않고 다니니까”

월연 스님은 달마도 그림을 잘 그리는 스님이다. 4경기도를 오래하다가 달마도를 터득해서 거기서 4군자 동양화, 선묵화를 접했다.

“이래봬도 제가 제법 알아주는 중진작가입니다. 작품을 한지가 40년 가까이 돼요. 소년 소녀 가장 돕기 등 타이틀로 전시회도 여러번 했어요”

그의 달마도는 수행력의 필체 선화풍이다. 108달마, 황토달마에 30~40m 길이의 초대형 달마도 있다. 그렇게 많은 달마를 그렸지만 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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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연스님 가는 곳엔 어김없이 범진스님이 동행한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월연스님이 범진 스님을 모시고 다니는 셈이다. 월연스님의 말을 들어보자.

“범진스님은 범패 1인자로써 각설이타령, 판소리 등 못 하시는 게 없어요. 제게 없어서는 안 될 큰 스님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가 공연을 합니다”

범진 스님은 범패의 대가로 독보적이다. 그가 부르는 범패는 40년 내공이 빚어낸 소리다. 묵은 김치도 푹신 익어야 제 맛이 나듯이 익은 소리, 한의 소리, 애절한 소리, 독특한 소리 등 모든 소리의 모체가 바로 범패라고 설명한다.

“판소리, 시조, 가곡, 민요, 동요, 회심곡 모두 범패에서 갈라진 소리죠. 저는 40년 전 염불을 안 하면 중이 못되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

범진스님의 하마처럼 딱 벌어진 입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고성능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염불을 못하면 스님이 안 되는 줄 알았다는 그는 스님이 되기 위해 범패염불의 관문을 통과하려는 열의가 넘쳐서 하다보니까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범패의 애절한 소리, 자비의 소리, 마음을 맑게 하는 소리가 다 뉘앙스가 달라요. 범패 소리가 워낙 변화무쌍하고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일반 국악인들은 범패를 못해도 범패를 하면 국악을 소화할 수가 있지요”

범패 공연. 처음에는 국태민안 영산제(靈山齋) 등 주로 사찰에서 불교의식으로 했다. 범진 스님이 처음으로 그 틀을 깼다.

“1986년 이생강, 박동진, 김월하, 김영림씨 등과 ‘성악의 밤’을 했어요. 그때부터 범패가 일반에 회자되어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1986년 ‘성악의 밤’으로 범패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딘 이후 범진스님은 거리에서도 불우이웃돕기 범패를 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했습니다. 월연스님과 함께 루게릭병환자돕기 공연도 했고… 월연스님은 내가 못하는 부분의 전문가로 몸 자체가 오케스트라입니다. 아코디언, 기타, 하모니까 잘하지… 배호 노래는 특히 잘해서 일명 돌아온 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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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스님은 불교계 판소리인 범패와 전통 국악 쪽으로 하고, 월연스님은 토로토의 제왕처럼 일반 유행가의 흘러간 노래부터 최신 시리즈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어 둘이 합치면 동서 음악이 다 통한다는 설명이다.

범진 스님은 선묵화에 능하다. 특히 ‘마음찾는 그림’ 심우도(소등에 타서 피리부는 아동 그림)에 능통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범진스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웃음폭탄이 시누크 문화공간을 집어삼킬듯 성량 한번 크다.

입산사찰인 마곡사에 적을 두고 행방포교를 하면서 여기저기 초청받아 다니다가 귀소본능의 자리로 이따금씩 마곡사에 들어가서 수행하기를 3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마곡사 주지 원혜스님이 범진스님의 상좌스님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조실 스님이라는 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을 찾아서 음성포교도 하고 소리 듣는 사람이 시주를 하면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 도와가면서 평생 초심으로 살고 있죠”

범진 스님이 시누크 문화공간을 찾은 이유도 그렇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시누크 생각이 나서 아우님(월연스님)과 함께 시누크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기왕 가려면 좋은 테마를 가지고 보람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긴급발의로 연말에 결식아동 특히 배곯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일찻집을 열어 도와주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연말에 우리가 가진 재능을 발휘해서 그분들을 즐겁게 해주고 거기서 나오는 성금은 그대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오늘 모였습니다. 거기에 기자님까지 와서 금상첨화입니다”

오늘같이 뜻깊은날 기자가 와서 더욱 반갑고 기분이 좋다는 범진 스님이 무대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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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연스님의 기타반주에 맞춰 ‘화류춘몽’, ‘불효자는 웁니다’를 열창하는 범진스님의 모습에서 엔터테이너의 재능이 넘쳐흐른다.

“스님들이 어쩌면 이리 노래를 잘하시나 놀랬습니다”라는 주변의 반응에 “절에서 조석으로 하는 범패염불 자체가 노래입니다. 누구든지 범패 염불을 하면 국악이나 민요도 다 소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비결을 밝힌다.

범진스님 노래가 끝나자 월연스님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배호의 ‘돌아오지 않는 밤’을 부르는 폼이 배호가 살아돌아와 무대위에서 공연을 하는 착각이 든다. 쏟아지는 앵콜을 받아 부르는 다음곡 역시 배호의 ‘비오는 남산’이다.

삭발에 안경에… 듬직한 체구의 범진스님과 대조적으로 빵떡모자에 안경에… 깡마른 체구의 월연 스님이 무대위에서 마이크를 주거니 받거니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아산 온천단지 시누크문화공간에 스님들의 아주 특별한 공연이 깊어가는 가을 저녁에 울려퍼진다. 또 다시 앵콜송으로 ‘파란 낙엽’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범진스님이 ‘우리 여기서 직접 그림 하나씩 그리자. 그래야 생동감이 있지’라고 소리를 내지르며 무대위로 뛰어올라가 마이크를 잡는다.

무대에서 내려온 월연스님이 탁자위에 화선지를 펼치더니 선묵화 퍼포먼스로 즉석에서 달마도를 그린다. 그리고는 화선지의 방향을 돌려 여백에 無設妙香(무설묘향) 不二妙法(불이묘법)이라는 멋진 글귀를 남기고 낙관을 찍어 마무리 한다. 명필에 명화로다. 뜻을 물었다.

“말없는 묘한 향기라는, 깊고 깊은 법(깨달음, 진리)은 둘이 아니다”

월연스님이 달마도를 완성하자 이번에는 범진스님이 동자승 선화를 큰 화선지 위에 물흐르듯 그려 나간다. 무대위에서는 범진스님의 바통을 이어 자인스님이 노래를 부른다. 여스님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깔끔하고 매끄럽기가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느낌이다.

범진스님의 붓끝은 동자승이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그림(심우도)을 단숨에 그려내고 여백에 일필휘지로 靑山不墨萬古屛(청산불묵만고병) 流水無絃千年琴(유수무현천년금)을 써내려간다. 역시 명필에 명화로다. 뜻을 물었다.

“청산은 먹을 안대도 만고의 병풍이요. 흐르는 거문고줄이 없어도 천년의 가야금소리로다”

종단은 다르지만 예술 앞에서는 모두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화폭에 펼쳐진 달마와 동자승…그리고 무대공연… 무아의 경지가 따로 없다.

뛰어난 글과 그림솜씨에 소리 실력까지 갖춘 두 대가를 한자리에서 만나 무대공연에서 즉석 그림 퍼포먼스까지 4시간에 걸친 왁자지껄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두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취재진을 문밖까지 나와 배웅하며 즉석 퍼포먼스로 그린 달마도와 심우도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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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06일 18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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