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16) 돌로 보석을 만드는 신영애 (1)

[클릭이사람](16) 돌로 보석을 만드는 신영애 (1)

보석 가공에서 판매까지. 보석처럼 화려한 세상뒤에는 보석을 빛내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종로 봉익동의 보석유통단지내에 자리잡은 실버스톤 신영애사장(42).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운 노하우로 운영하는 그의 빛나는 보석가게다. 아무리 거칠고 멋없는 돌이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보석으로 변한다. 미더스의 손을 가졌다.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도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그러나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선생님대신 보석여인이 되었다. 보석을 가지고 보석과 함께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일까.

남들은 평생 몇 개의 보석도 만지기 힘든데 그녀는 잠자는 시간만 빼면 보석속에 묻혀사는 행복한 여인이다.

그녀와 보석의 인연은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대전엑스포 러시아전시관에서 홍보도우미로 몇달간 일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관에는 미르라는 우주전시장 외에도 고유의 상품을 홍보판매하는 코너가 함께 있다. 그중에 그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보석이 있었다. 호박(amber). 호박을 보는 순간 보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장신구로 많이 쓰이는 호박은 알다시피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이 화석화 되어 생성된 것. 구소련 발트해 연안국에서 많이 나온다. 오래전에 이미 멸종된 곤충이나 나뭇잎등이 화석화되어 있는 호박은 가격을 매길수 없을 정도로 상품가치가 높다.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는 발트연안에서 나오는 호박의 집결지가 되었다. 대전엑스포 러시아관에서는 당연히 자국의 주력상품으로 호박을 전시하였다. 바라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보석에 대한 호기심이 불같이 일어났다. 동남아전시관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동남아쪽 전시관에는 보석이 많이 진열돼 있었다.

엑스포가 끝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끝에 보석가공에 뛰어들었다. 대전엑스포에서 일하면서 만난 러시아쪽 사람들이 돌을 가공하는 계통에 연결을 해주었다.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여자로써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특별한 전문기술이 없는 처지로 무언가 자신만의 확실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더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었다.

돌이 가장 흥미롭고 재미 있을 것 같았다. 매장에서 일을 하면 우선 편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얻을수 있겠지만 스스로 깎아보고 다듬어봐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곧바로 공장에 들어가 직접 돌을 깎으면서 기술을 익혔다.

30대중반의 나이로 그때까지 전혀 해오지 않은 일에 뛰어든 것이다. 처음 3년정도 돌가공을 익혔다. 지금 안해보면 영원히 후회할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매달렸다. 직접 깎아보고 싶은 의욕에 사서 하는 고생이었다. 힘들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재미가 있었다.

그후 공장을 해보려고 중국에 갔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공장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선양 베이징등 여기 저기 장소를 물색해 보았다. 당시 부업으로 광고대행업도 하였는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 광고를 주문받아 가지고 중국에다 설치를 하는 업무였다. 현지 시설물을 이용해야 하는데 절차가 보통 까다롭지 않았다. 건물주의 이해를 받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LG 전자와 대우 가전제품 광고등을 맡았지만 고전의 연속이었다. 당시 대우가 북경광고시장을 석권하였다. 신씨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보석가공공장을 세우는 일도 안풀리기는 마찬가지. 선양에 공장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개받은 조선족 가이드의 비협조로 일이 꼬이고 말았다. 물건은 물건대로 손실을 입고 병까지 얻어 나중에는 몸져 눕고 말았다.

1년동안 4∼5차례나 중국을 오가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보석공장 매장도 차리고 광고대행업도 하기 위해 중국에 갔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고국으로 다시 오게 될줄이야. 중국진출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바로 현위치인 종로 봉익동 보석유통단지.

개업해서 지금까지 줄곧 이곳에서만 눌러 있었다. 보석가공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이동네에 머물러 있다. 여기서 기술을 배우고 익혀 매장까지 차렸다.

개업할 당시에는 단성사 뒤쪽밖에 유통단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종로구 봉익동 예지동 시계골목까지 이어져 있다. 종로 3가 4가에 이어 종각에 이르기까지 단지가 형성되어있다.

이곳 단지에서 가공된 보석이 전국 도소매시장으로 다 내려간다. 보석에 관한한 이곳이 전국 유통시장의 8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제조 판매를 포함하여 봉익동에 있는 총판만 해도 어림잡아 7백∼8백개. 그러나 최근에도 계속 늘어나 정확한 통계는 파악할 수가 없다. 웬만한 가게안에는 자체 쇼케이스를 진열해 놓고 있다.

국내 유통되는 보석은 수입품. 합성석이든 원석이든 유색석이든 국내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한다. 언양자수정과 춘천옥이 있지만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정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언양자수정은 그나마 생산량이 줄어 지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 북한산 자수정이 좋을 것 같아 중국 북한접경지인 단동까지 사러 간적도 있다. 현지 중개상과 접촉이 제대로 안돼 구입은 못했다.

방콕은 전세계 보석의 집결지. 아프리카산 자수정.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등도 방콕으로 모인다. 사파이어는 미얀마 베트남등에서 많이 나온다.
 
실론사파이어를 최고로 알아준다. 당연히 가격도 최고. 시중에 나와있는 자수정은 아프리카 잠비아나 나이지리아산이 많다. 미얀마는 루비가 유명.

실버스톤은 1999년초 태국 방콕에 공장을 차렸다. 신사장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한 한을 태국에 풀었다.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 끝에 내린 결단. 태국은 무엇보다도 인건비가 저렴했다.

전세계 보석의 집결지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국내에서는 희귀한 것도 태국에서는 쉽게 구할수 있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일류 보석가공기술자인 집안동생을 현지 책임자로 보냈다. 태국에는 합성석을 원석에 가장 가깝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공장을 세운지 1년. 그러나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많다. 아직도 사업허가를 받지 못했다. 허가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현지 변호사 선임등 절차가 무척 까다롭고 복잡하다.

방콕공장에 있는 인원은 13명. 월급은 초보자의 경우 우리나라돈으로 12만원선. 숙련공은 30만원정도 받는다. 국내에 비하면 턱없이 싼편. 그러나 현지인들의 성격이 워낙 낙천적인데다 느긋한 편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남자들은 아예 실업자로 남고 대부분 여자들이 돈벌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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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5/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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