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7) 또 다시 시작된 한주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7) 또 다시 시작된 한주

2004년 02월 23일


집에서 출발하여 이곳 현장에 출근하려면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쁘고 급하다.

정상출근 시간은 7시지만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한 시간 늦춰 8시에 맞춘다. 그렇더라도 집에서 새벽 5시 40~50분에는 나와야 한다. 그래도 8시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요즘은 아침 시간에 서울 양재역 7번 출구에서 200미터쯤 직진하여 용인방향 5001번이나 5001-1번 직행좌석 버스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진입하여 신갈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기까지 통행 차량이 많아 체증이 심해서 도착 시간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다. 오늘도 삼가동에서 내리니 정확히 8시다. 현장 사무실에 도착하니 8시 10분. 한 시간을 봐주더라도 현장 사무실 도착 예정시간보다 10분 지각인 셈이다.

이틀 동안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공사 현장의 토사 유출이 심하다. 토사가 심하게 유출된 현장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성토를 하면서 배수구시설을 안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앞으로 비가와도 토사 유출을 막을 대책이 없다.

이번 비는 본격적인 장마비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토목공사는 그래서 장마철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오후엔 측량을 나갔다. 날씨는 제법 화창하다. 햇빛이 났지만 기온은 차갑다. 비 오기 전 며칠간 봄 날씨 이상으로 포근해서 그런지 비온 뒤 날이 추우니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간다.

바람이 매섭지만 다행이 차로에 설치한 드럼통은 안 쓰러지고 그대로 있다.

위험구간 펜스 설치. 나무로 짠 칸막이 펜스를 셋이서 밀어 움직이려니 꿈쩍도 안한다. 다시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 호흡을 맞춰 밀어대니 조금씩 움직인다.

변대리가 기지를 발휘하여 승용차에 줄을 매 끌어보니 그래도 꿈쩍을 안한다. 잠시 후 지원병이 왔다.

계룡건설 안주임과 또 한 사람이 와서 다섯 사람이 달라붙어서 밀어대니 그제서야 움직인다. 그런데 한개는 꿈쩍도 안한다.

5명이 죽을힘을 다해 밀어도 꿈쩍을 안해서 밑을 보니 진흙이 너무 많이 묻어 단단하게 굳어 있다.

트럭에 바를 묶어서 끌어대니 그제서야 움직인다.

힘들게 위험지역 펜스를 설치하니 저녁때가 다 되었다.

힘을 썼으니 당연히 배가 고프다.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 피곤하다.

허리가 너무 안 좋아 아무래도 무리가 올 것 같다.

이럴 때는 허리를 안 쓰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 눕자. 누워서 꿈쩍도 하지 말자.

초저녁부터 허리 보호 작전에 들어갔다.

죽은 듯이 누워있다 보니 스르르 잠이 온다.

아니지. 오늘은 장금이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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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8월09일 08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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