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14) 한국판 슈바이쳐 이연종 (2)

[클릭이사람](14) 한국판 슈바이쳐 이연종 (2)

치과원장으로써 조용히 병원일만 하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여유와 지위를 누릴수 있는 위치. 하지만 그는 그런 안일한 삶을 거부한다.

따지고 보면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사서하는 고생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사재까지 털어가며 조선족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인술을 펼치는 이박사. 그들을 치료하면서 각자 살아가는 환경과 장소는 서로 달라도 전율처럼 통하는 한핏줄 한민족임을 확인한다.

병원문을 일주일씨이나 닫으면서까지 중국에 날아가 의료봉사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박사는 자신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통해 더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이박사는 통일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민족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토통일도 좋지만 민족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족의 개념으로 볼 때 한민족을 갈라놓은 것은 휴전선뿐만이 아니다.

조·중국경으로도 갈라졌다. 남한과는 50년이상 이념적 체제로 갈라져 있는 북간도의 동포와 우리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찾아내야 한다.

민족의 분단을 단순히 한반도의 남북분단으로만 생각할수 없다. 우리민족은 지금 셋으로 갈라져 있다. 남한 북한 조선족. 휴전선과 조·중국경으로 쪼개진 민족이다. 우리는 흔히 민족을 이야기 하면서 휴전선보다 더욱 활발하게 모든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압록강 두만강 넘어 우리민족 조선족을 잊어버리고 산다.

이박사는 사진작업과 의료활동을 통해 조선족들에 대하여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을 찾아내고 싶어한다. 현재 조선족과 우리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을 상호 사랑으로 해소하여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그는 중국 조선족들을 자주 접하면서 우리와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그들에 대해 더욱 진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하는 사진작업 또는 의료봉사활동이 지금은 비록 작은 일일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흩어진 우리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결국에는 국토의 통일까지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진속에 담아낸 조선족의 생활은 60년대 우리네 시골풍경을 연상시킨다. 전형적 조선족의 집성촌을 이루는 일자형 초가집. 부부농부가 소를 길들이려고 함께 논을 갈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우차에 거름을 싣고 나가 논밭에 뿌리는 장면도 향수를 자아낸다.

조선족의 집안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가 액자틀 속에 담겨있다. 달력도 가장 단순한 매체수단으로 벽에 도배하듯 붙어 있다. 옛날 어릴적 흔히 보아왔던 시골 친구의 집안 분위기와 흡사하다. 그가 찍은 연변사진을 보노라면 수십년을 떨어져 살아온 조선족의 생활풍습이 아니라 우리들의 보릿고개 시절로 착각할 정도로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시장터에서 봄나물을 저울질하는 할머니. 장기두는 사람들. 뻥튀기 아저씨. 시집장가가는 신랑신부. 신부집으로 함이 들어가는 모습도 있다. 소를 사고 파는 우시장. 우리들의 어릴적 시골풍경 그대로이다.

그는 조선족의 애환이 담겨있는 완행열차도 사진속에 담았다. 60년대 간이역마다 쉬어가는 우리나라 완행열차를 보는 것 같다. 열차의 환경도 빠르기도 승객들의 정서도 그때 그모습이다. 단지 그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사투리가 다를뿐이다.

열차속 두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의 판이하게 다른 표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쪽 창의 부부의 표정은 웃음을 띠고 아주 밝은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창의 두사람은 무엇인가 쫓기는 사람같이 두렵고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다.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북간도의 조선족들이 남한 사람들을 대할 때 나타나는 두 개의 얼굴 모습같아 보였다고 이박사는 말한다. 어쩌면 이사진은 연변사람들이 남한사람들을 대할때 나타나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얼굴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박사는 어려서부터 봉사하는 사람을 꿈꾸어왔다. 고등학교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항상 슈바이쳐를 적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중고등학교때는 미술반에서 할동하기도 하였다. 군대는 물론 군의관. 전공의를 따고 늦게 임관한 덕분에 혜택도 보았다. 대위로 임관후 몇 개월만에 곧바로 소령을 달고 제대했다.

10·26사태와 광주사태 등 우리시대의 격변기를 군대에서 보냈다. 의학박사학위를 군시절에 딴 것도 이례적.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논문만 남은 상태에서 임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박사는 때로는 탈북자를 만나면서 안타까운일도 많이 겪었다. 난민취급도 못받으면서 숨어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소시민으로써 작은 힘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한사랑 나눔회를 결성 것이다.

이박사는 조선족으로부터 편지가 온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감사편지다. 옥수수 밭에 숨어서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다. 숨어서 살아야 하는 그들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수가 있을까만은 그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한없이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린적도 많다.

숨어서 아이를 낳아 옥수수밭에 숨어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러나 사실이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입던 헌옷도 소중하다. 그렇기에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입다버린 옷들도 챙겨서 갔다준다.

중국에 드나들면서 애환도 많다.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조선족 여자였다. 여기사는 그가 한국인승객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찡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인관광객이 용정에 와서 택시를 탔다. 목적지를 향해서 달리는 도중에 남자승객에게 응급사태가 벌어졌다.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병원으로 데려갔다. 췌장염이었다.

입원한달동안 온정성을 다해서 간호했다. 쓰러진 승객은 여기사의 헌신적 뒷바라지 덕분에 완쾌하였다. 병이 다 낫게되자 그 승객은 한국에 돌아가서 꼭 초청하겠다면서 돈을 달라고 했다.

고국에 돌아갈수 있다는 희망에 아무런 의심없이 달라는 액수(한국돈으로 4백만원)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승객은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초청해주겠다는 약속만 철썩같이 믿고 전재산이랄수 있는 큰돈을 주었는데 소식이 없다면서 몸을 달았다. 그러면서 택시기사는 이박사에게 그남자의 전화번호와 연락처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주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좀 찾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이박사는 여기사의 말을 듣고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에 돌아와서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그런데 매정하게 그런 사람없다고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분위기로 봐서 틀림없이 그사람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조선족 여인의 헌신적 간병으로 살아난 장본인이 이토록 안면을 바꿀수 있나 싶어 마음이 안좋았다. 조선족 여인이 이사실을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자신은 같은 핏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온갖 정성을 다바쳐서 간호했는데… 아무리 마음씨 좋고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강한 배신감을 느낄 것은 당연하다.

이박사는 정치인들에게도 할말이 많다. 국회의원이나 높은 분들. 학교 또는 무슨 행사가 있을때면 꼭 상석에 앉는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민의 일꾼으로 나라의 공복으로 뽑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상석이 아니라 가장 말단에 앉아서 세상을 보아야 제대로 민심을 읽을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한사랑 나눔회는 탈북자나 조선족 또는 우리민족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농촌봉사와 의료봉사 그리고 빈곤자학생돕기 운동 등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박사는 동포돕기라는 말도 부담스러워한다. 돕기가 아니라 우정나누기 또는 동포애나누기라는 말을 쓴다. 자신의 일만 하기에도 바쁜 이박사. 인근지역 고아원과 양로원등을 찾아 봉사하는 등 몸에 밴 선행으로 천안시민의 상을 타기도 했다.

천안우일치과에 가면 한국판슈바이처 이연종박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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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5/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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