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2) 세상의 때를 벗기듯 오늘도 비질로 하루를 보내다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2) 세상의 때를 벗기듯 오늘도 비질로 하루를 보내다

2004년 02월 18일


오늘 하루도 비질로 시작해서 비질로 끝났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비질이었다. 아침 7시30분부터 시작된 비질은 저녁 5시 30분까지 계속 되었다.

용인 정신병원에서 용인 방향으로 고개를 넘자마자 나오는 공사현장. 총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섭게 질주하는 차량의 물결들. 그 차량의 홍수속에 서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시라.. 아마도 십중 팔구는 상상만으로도 무섭다 못해 소름이 끼칠 것이다.

바로 그 현장에 내가 있다. 용인~신갈간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을 요리조리 곡예사처럼 피해가면서 비질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흙을 털어낼 욕심에 조금이라도 아니 1초라도 더 도로에서 머뭇거리다가는 무섭게 달려드는 차량의 자지러지는 경적 소리가 귓전을 뚫는 것처럼 크게 들린다. 그러면 개구리가 뜨거운 물에 튀기기라도 한 듯 “앗 뜨거라”하면서 펄쩍 뛰어 비켜준다. 차량들이 정신없이 질주하는 도로에서 백주 대낮에 그렇게 열심히 비질을 하면서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마디로 빗자루로 트럭 바퀴에서 떨어져 나와 도로에 묻는 흙을 떼어내는 청소를 하면서 도로 청소를 하듯 세속의 때도 깨끗이 청소하는 심정으로 비질을 했다.

비질 하나에 비리 하나, 흙먼지 하나에 구린 돈 하나, 이런 식으로 비질을 하면서 세속의 때도 털어내는 심정으로 청소를 하니까 내가 마치 세상의 때를 벗겨내는 청소기 같았다.

월드컵 출전 영웅 김남일 선수보고 진공청소기라고 하듯 노가다 일용집 잡부 김명수도 단순한 도로청소가 아니라 온갖 비리와 탐욕으로 얼룩진 세속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비리청소기라고나 할까.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비질을 하는 이 곳을 지나다니는 저 많은 차량들, 그 차량들에 탑승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묻은 때를 모두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비질을 했다.

어쩌면 내가 비질을 하는 동안 나를 아는 사람도 이 도로를 지나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설령 이곳을 지나갔다 한들 이렇게 열심히 청소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이 시간에 이 도로에서 도로청소를 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다. 돌려말하면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가치가 있다.

아무리 각박하고 한치앞을 예측할수 없는 혼돈의 세상이라 할찌라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자기 맡은바 직무에 충실히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고 항상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시계는 항상 예측된 대로 시간이 돌아가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언제 무슨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은가.

내가 막장 인생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을 하지 않았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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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7월21일 08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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