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잣대

현대인은 난무하는 유행과 외형에 포위되어 있다. 모든 평가의 잣대가 내용보다는 겉포장에 의해, 나의 생각 보다는 분위기에 의해 결정되는 거대한 허상의 말초신경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가치덕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비현실적이고 상식에 벗어난 그야말로 상황이 완전히 전도된 사회에 발가벗긴 채 허구의 포로가 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과 현상들을 평가한다. 다양한 평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해 왔는데 우리는 그 잣대로 오랫동안 사람을 판별하거나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과 척도로 삼아왔다.




신언서판이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우선 순위가 용모이고 그 다음이 언변이며 그 다음이 글씨고 그리고 마지막이 판단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신언서판의 철학은 참 유감이다.




사람의 능력을 산정하고 사람됨을 저울질할 때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가장 덜 상관적인 자질인 생김새에 가장 크게 의존 하겠다는 것이 신언서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간평가의 바른 자세는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는 신언서판이 아니라 차라리 판서언신(判書言身)이 사람을 판별하는 잣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지식인들도 신언서판해서는 안 된다는 역설(力說)을 하면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고 경계하려 했다고 이해하고 싶다.




외국의 경우 유태인은 인간을 3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키소(지갑을 넣는 주머니)’ 돈을 어떻게 쓰나? ‘코소(술을 마시는 잔)’ 술버릇은 깨끗한가? ‘카소(인간의 분노)’ 인내심은 강한가? 등으로 평가 하는데 우리도 음미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프리카에는 피그미라는 소인족이 살고 있다. 피그미족은 체구만 작은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좁다. 그들의 세상은 눈에 보이는 강과 숲이 전부일 뿐이다. 그래서 피그미족은 제한된 시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어느 날 한 인류학자가 피그미족 청년을 데리고 온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피그미족 청년은 먼 평원에서 들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학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곳에서 풀을 갉아 먹고 있는 벌레들은 무엇인가요?” 인류학자는 처음에는 피그미족 청년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그미족은 원근감이 없어서 ‘거대한 들소’를 ‘작은 벌레’로 인식했던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편견과 독선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은 현대의 피그미족이다. 자신의 경험만을 평가의 잣대로 삼는 사람의 눈에는 황소도 벌레로 보일 뿐이니 편견과 아집을 버리면 넓은 세상이 보인다.




<최상용/ 삶의 지혜를 창출하는 무료웹진 '새미래뉴스'대표>




수정일 2004년 06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