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2) 이틀째 삽질하다. 허리가 많이 아프다.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2)

2004년 02월08일


오늘 아침은 좀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있다가 시간을 놓친 것이다. 시간을 보니 6시 50분. 재빨리  컨테이너로 달려가 문을 열고 난로에 불을 피웠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 맛이 없다. 다시 컨테이너로 가서 좀 여유를 부린다. 남들은 쉬는 일요일에 근무다.

아침 일찍 온다던 친구 봉희는 오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동료 변대리가 컵라면을 가져와 같이 먹었다. 새참을 먹은 셈이다.

오전에 간단히 측량보조를 하고 점심 식사 후 본격적으로 측량 좌표를 잡았다. 어제 암반 표시 작업을 한곳 마다 뽈대를 세우고 좌표를 잡았다.

그리고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 다시 삽질을 했다. 동백지구 넘어가는 고개 외딴 도로변에 위치한 공사현장에서 나홀로 하는 삽질이라... 그것도 일요일에.

어제에 이어 이틀째 삽질을 하니 허리가 많이 아프다. 암반이 있다는 것을 검사 맡기 위해서 암반표시가 있는 지점마다 암반이 노출되도록 암반에 붙어있는 흙을 파내는 작업. 남들은 다 쉬는 일요일에 혼자 하는 삽질이다. 날씨가 추운 한겨울인데도 등줄기에서 땀이 난다.

허리가 많이 아파온다.

혼자서 한참 정신없이 삽질을 하다 보니 삽질에 푹 파묻힌 느낌이다. 삽질 삼매경이라고나 할까. 너무 더워서 겉옷을 벗어놓고 다시 삽질을 한다.

자기 입으로 오늘 아침 일찍 온다던 봉희가 왜 오지 않는 것일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참 삽질을 하다보니 5시가 넘었다. 박사장이 차를 몰고 올라온다.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친구 혼자 삽질 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올라온 것이리라.

친구는 직접 비를 들고 말없이 내가 하는 일을 거든다.

뱃속에 거지가 들은 듯 배가 고프다. 아침 먹고 라면 먹고 점심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니 삽질하는 것이 고되긴 고된 모양이다.

친구 박사장이 농담을 한다. 밥 잘먹고 힘을 써서 몸이 좋아지니 네가 나한테 월급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하하 기분 좋은 말이다.

돈벌고 몸도 좋아지면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아무튼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좋다.

드디어 오늘의 일과 끝.

집사람도 보고 싶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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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5월16일 19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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