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78) 제주에서 만난 멋쟁이 시니어 미스터 장꽁

[세상엿보기] (578) 제주에서 만난 멋쟁이 시니어 미스터 장꽁

2024년 3월 와이프와 함께 제주 한달살이를 했다. 당시 지인의 카페에 갔다가 그를 처음 만났다. 닉네임 장꽁.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맞냐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씩 웃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자신을 장꽁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여서 그런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저녁 무렵의 카페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장꽁씨와 함께한 몇몇 사람들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카페 주인장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LP판으로 다가가더니 ‘템포’가 빠른 음악을 틀었다.

그때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장꽁씨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가 흘러나오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어디서 찾아냈는지 가발을 머리에 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단정하고 조용하던 장꽁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의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장꽁은 몸을 흔들고 특유의 랩을 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광대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펼치는 폭소 라이브 공연 현장과 흡사했다.

웃기는 모습이었지만 장꽁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웃음기를 쏙 빼고 저렇게 태연하게 즉석 퍼포먼스를 하다니 놀라운 재능이었다.

머리에 쓴 가발은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로 장발이었다. 고개를 앞으로 숙일 때마다 흘러내린 가발이 얼굴 눈코귀입을 모두 가려 흡사 기인 같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장꽁이 기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신나게 기타줄을 두들겼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면서 손으로는 기타를 치고 입으로는 고성을 내지르는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신이 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바탕 광란의 공연이 끝나고 장꽁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60대 후반에도 저토록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게 멋져 보였다.

장꽁씨의 첫인상은 기자에게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장꽁씨가 집에 가기 위해 먼저 일어났다. 그가 자리를 뜨고 나서 카페 주인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장꽁씨의 나이가 60대가 아니라 80이란다. 아니 이럴수가! 그렇게 안 봤는데 80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의 나이를 12살이나 아래로 봐도 고개를 끄덕였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답을 찾았다.

신체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젊은 기분으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살다보니 마음 따라간다고 얼굴도 10년 이상 젊어보였던 것이다.

제주 한달살이를 청산하고 서울로 돌아온지 2024년 11월14일 현재로 8개월이 지났다. 장꽁씨와는 그날 그렇게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카톡으로 소통해오고 있다.

제주에서 만난 멋쟁이 시니어 미스터 장꽁! 그대의 삶을 응원합니다.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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