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74) 은퇴 이후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변신한 시니어

[세상엿보기] (574) 은퇴 이후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변신한 시니어

대전에 거주하는 김천섭 시니어는 경찰 공무원 퇴직후 2016년부터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벌써 8년째다.

우리 나이로 70이지만 그는 안주하는 삶을 거부한다.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화초 가꾸기에도 열심이다.

기자와는 한 고향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우정을 함께 해온 죽마고우다. 고향 떠나 생업에 쫓기고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한동안 연락이 뜸한 적도 있지만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나서 다시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속마음을 털어놓다 보니 거리감(서울 ~ 대전)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항상 함께 붙어다니는 기분이다.

천섭친구는 화초를 좋아한다. 화초 가꾸기에는 ‘타짜’ 수준이다. 국화가 피는 계절이면 천섭 친구는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는 학교를 국향(菊香) 가득한 꽃길로 만들어 놓는다.

친구는 자신이 가꾸는 화초를 사진으로 찍어서 종종 카톡으로 보내온다. 친구가 보내주는 사진 속의 화초를 볼 때마다 친구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기자는 국화꽃이 만발하는 가을이 오면 꽃집에서 국화꽃을 사다가 집에 놓는다. 집안 거실 한 켠에 모셔놓은 국화꽃이 시들면 밖에 내다 버린다.

반면에 천섭 친구는 기자와 정반대다. 손수 키운 국화꽃이 모두 떨어졌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

만개했던 국화꽃이 시들면 앙상해진 꽃대를 자르고 소독을 한 후 애지중지 보온 보관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친구는 애국심도 남다르다. 민생은 뒷전이고 싸움질만 일삼는 여야 정치인들을 질타하는 칼럼을 써서 기자가 운영하는 인물뉴스닷컴에 기고를 한다.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겪는 소소한 미담을 담담하게 담아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한다.

늦은 밤 집을 못 찾아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다가 그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온 노인을 파출소에 연락해서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친구의 선행에 가슴이 뭉클했다.

천섭 친구는 소소한 일상에서 소확행을 즐긴다. 지금은 바야흐로 장수 시대다. 100세를 넘기는 장수 노인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생 2막을 가치있고 보람차게 살아가는 김천섭 시니어가 내 친구라서 자랑스럽다.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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