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67) 결혼한 두 딸과 이웃으로 사는 어느 60대 엄마

[세상엿보기] (567) 결혼한 두 딸과 이웃으로 사는 어느 60대 엄마

자식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해서 결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부모에게 계속 손을 벌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입장이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 부모들의 선택은 십중 팔구 자식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아니면 거절하거나 둘중 하나다.

60대 후반에 접어든 이정숙(가명) 여사는 서울 근교의 신도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두 딸은 결혼해서 독립을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완전히 부모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정숙 여사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있어서 생활비 걱정은 없다.

결혼한 두 딸이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아래위층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어서 큰 의지가 된다.

식사도 딸 가족들과 함께하는 날이 많다. 외식도 많이 하고, 배달 음식도 즐겨 먹는다. 백화점 쇼핑도 자주한다.

문제는 돈이다. 돈 쓸 일이 있으면 모두 엄마 주머니에서 나온다. 엄마를 모시고 쇼핑가서 카트에 한가득 담아 계산대에 올려놓고 계산은 항상 엄마가 하게 한다.

외식도 배달 음식도 마찬가지다. 주문은 딸이 해놓고 계산은 엄마에게 미룬다. 그렇게 계속 지내다 보니 엄마도 딸도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다.

한 번은 딸이 엄마를 불렀다. 얼마 안 있으면 시모님 회갑인데 의미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선물은 며느리가 해주는 걸로 하고, 엄마가 알아서 폼나는 선물을 사달라고~~~

그 말을 듣고 엄마는 고민 끝에 금 30돈을 해주기로 했다고~~

또 한 번은 딸이 식당에서 알바하기로 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그래서 엄마가 말했다. 딸이 일당을 받는 액수만큼 엄마가 딸의 통장에 얹어주겠다고~~

이정숙 여사는 딸이 어른이 되었어도 엄마 눈에는 철부지로 보인다며 ‘자식’이 뭔지 돈이 계속 나가도 싫지 않다고 했다.

이정숙 여사의 사례를 접하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도 좋지만 자식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독립을 했으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능력을 키워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자식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계속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고, 부모는 70대 80대가 돼도 계속 자식에게 돈을 대줘야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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