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66) 생명을 살리는 할머니의 환경보호

[세상엿보기] (566) 생명을 살리는 할머니의 환경보호

2024년 10월1일 오전 서울 도봉산에 갔다가 계곡물에 발을 담근 할머니들을 발견했다.

물속을 맨발로 걸으면서 모래가 쌓인 바닥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어림짐작으로 다슬기를 잡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곳에 다슬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자는 물가의 작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할머니의 동작을 유심히 지켜봤다. 10분쯤 지나서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할머니! 아까부터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한참 동안 그러고 계시는데 뭘 잡으세요?”

호기심 가득 묻어나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보물 주워요. 아주 귀한 보물입니다”

아니! 이 도봉산 계곡물에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걸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궁금증만 더 커졌다. 결국은 다시 물었다.

“보물이 뭐예요”

그러자 할머니가 기자 앞에 바짝 다가와 손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세게 한 방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가 그렇게 열심히 줍는 보석의 정체는 바로 깨진 유리 조각, 작고 날카로운 돌맹이, 사금파리 등 쓰레기였다.

도봉산 계곡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계곡물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이 물속에서 뛰어놀다 ‘유리 조각’을 밟으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할머니가 도봉산 계곡물 속을 걸어 다니면서 위험물질인 유리 조각을 줍는 선행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처음에는 물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유리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찾았지만 그가 주운 유리조각은 겨우 4개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였다. 다음날은 병으로 가득 주웠다. 지금은 습관처럼 실천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하루 이틀 와서 하나둘 줍다 보니 이제는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위험물질이 사라졌다는 증거다.

이날 물속을 맨발로 걸어다니면서 누군가가 버린 유리조각을 줍는 할머니들은 모두 4명이었다.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깨진 유리 조각을 줍는 할머니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보였다. 

생명을 살리는 할머니들의 환경보호. 오늘 도봉산을 찾았다가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을 봤다.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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