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64) 코발트 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 참 예뻤다

[세상엿보기] (564) 코발트 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 참 예뻤다

2024년 9월22일. 밤낮 길이가 똑같은 추분(秋分)이다. 비가 흠뻑 내린 뒤끝이라 티끌 하나 없이 화창하다. 오늘같이 좋은 날이 1년 365일 중 며칠이나 될까? 

가을이 나를 밖으로 유혹했다. 알 수 없는 가을의 기운에 이끌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가을 마중 외출이다.

그토록 기승을 부리던 한 낮 더위가 신기하게도 추분을 기점으로 하룻밤 사이에 꼬리를 내렸다.

사계절을 순환하는 세월의 열차가 여름을 지나 가을을 지나가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가을에 귀를 기울였다.

어쩜 이리도 하늘 색깔이 이쁠까!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파랗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잔머리 굴릴 필요 없다. 더도 덜도 말고 그냥 맑은 하늘색이다.

하늘을 수놓은 흰 구름도 예술이다. 지인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가을 마중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 순간이 소확행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행복 충전이고 꽃길이며 축복의 순간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산도 유난히 푸르다. 화창한 가을 날씨 덕분에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두 번째로 찾은 달의 정원에서 차를 세우고 대자연의 품에 몸을 맡겼다. 이기와 물질 만능으로 찌든 인간들에게 최고의 스승은 대자연이다.

나는 지금 대자연 속에 티끌보다 작은 ‘한 점’으로 녹아들어 마더네이처(Mother Nature)를 흠뻑 즐기고 있다.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한 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느낀다. 하늘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하늘이 구름에게 자리를 내줬다. 마음껏 재주를 부려보라고 푸른 바탕 색의 ‘하늘 캔버스 판’을 깔아주니 흰 구름이 신이 났다.

하늘이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했다. 끝도 시작도 없는 하늘 캔버스에 구름 나그네가 가을바람을 몰고 다니며 멋진 퍼포먼스를 펼친다.

푸른 하늘을 점령한 구름은 오직 흰색뿐이지만 어찌 이토록 다이내믹하게 표현할까? 구름은 생각이 있을까?

흰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고 시시각각으로 모양을 바꿔가며 ‘천태만상의 구름쇼’로 화답하고 있다.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세상(지구)도 가을은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지금 내가 땅을 딛고 서 있는 두 발 아래로 오남 저수지가 있다. 하늘, 구름, 산, 나무가 저수지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시원함을 가득 싣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호수면이 작은 물결로 출렁이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즐겁고, 나들이 시민들도 행복한 표정이다.

세상이 온통 푸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가을이 푸르름으로 넘쳐난다. 오곡 백과가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의 한복판에서 마더네이처를 만끽하면서 야외 커피를 마신다. 가을을 마신다. 분위기가 좋으니 커피가 맛있다.

흰 나비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재롱을 부리고 가을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는 야생화도 눈을 즐겁게 했다.

오늘 코발트 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 참 예뻤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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