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깨는 사람들] (29)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낸 기록사진 연구가 정성길

[기록깨는 사람들] (29)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낸 기록사진 연구가 정성길  

건강도 돈도 명예도 모두 잃었다. 그 대가로 우리 것을 얻었다. 기록 사진 연구가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은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나라도 민족도 없다는 국가관으로 역사기록물 수집에 전 재산을 쏟았고 평생을 헌신했다.

이 땅을 36년간 침략·유린한 일제 만행과 잔학상을 그가 수집한 현장사진을 통해 만천하에 알리고 고발한 화제의 주인공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들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대학살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에도 적극 나섰다.

그가 손대면 뭐든지 최고로 만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업에 뛰어들어 유리공장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했다. 기업의 헤드인 발명특허를 44개나 가지고 있으며 우수발명품 전시회 때마다 각종 상을 휩쓴 아이디어맨으로 명성을 날렸다. 자신이 따낸 특허를 가지고 돈방석에 올랐을 사업을 포기하고 힘든 길을 택했다.

정성길 관장은 100년이 넘은 희귀사진 8만점을 보유하고 있다.1923년 9월 일본 관동(関東)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현장 사진 1500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던 서양인들이 대학살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돈을 주고 입수했다.

정성길 관장은 사진으로 잃어버린 우리역사를 찾아내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사진으로 본 구한말', '100년 전 한국'. '한국 100년사' 등 역사에 남는 책도 여러 권 펴냈다.

2018년 관동대지진 대학살 95주기를 맞아 조선인 대학살 미공개 사진 500장을 책으로 엮어 ‘관동대지진의 실체’를 펴냈다. 일본이 조선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책을 통해 낱낱이 공개했다.

일본은 문부상이 바뀔 때마다 헛소리를 해대는데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일본한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많이 알고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정성길 관장이 바로 그 일을 한다. 일본이 헛소리를 떠들어댈 때마다 그가 전 세계 발품을 팔며 수집한 만행사진을 가지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

그동안 전국 순회전시회를 20년간 열었으며, 잃어버린 우리역사 사진자료를 찾기 위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갔다. 독일에만도 사진 자료수집과 전시회를 위해 무려 27차례나 다녀왔다.

정성길 기록사진 연구가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선교, 의료, 교육·역사)박물관의 명예관장이다. 동산의료원 박물관에 전시된 소장품의 80%는 그가 기증한 것들이다. 역사가도 의사도 선교사도 아닌 그가 3개 박물관 하나하나마다 100년의 역사를 담아냈다.

그가 처음 조선말의 사진을 만난 것은 1970년대 중반. 마산군의학교를 나온 후 부산병원에 근무하고 있을 때 당시 국내에서는 황무지였던 물리치료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독일로 건너갔다. 거기서 조선말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왔던 독일 신부들이 조선의 모습을 찍은 사진 유리원판 500여장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의 사진 수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78년 귀국 후 독일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선교사, 외교 고문관, 의사 등 우리나라를 머물다 간 외국인의 후예를 찾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비행기표 한 장만 얻으면 미국, 독일, 프랑스 어디라도 새로운 자료를 찾아 나섰다. 국내외를 돌면서 그렇게 수집한 사진자료는 모두 8만여 점에 달한다. 그 중에서 일제 고발 사진은 1500점이다.

정성길 관장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100주기를 앞두고 조선인 위령탑 건립을 위해 7만 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등 5년 째 고군분투 해오고 있다.

정성길 관장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사건이 명백한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 범죄로 유엔에서 공식 인정하는 그날까지 끔찍한 만행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히는 전국순회 및 해외 사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클릭이사람 명단 34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