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21) 총기전문가 이승룡

[클릭이사람] (221) 총기전문가 이승룡
 
'Gun Smith'(건 스미쓰). 우리말로 총기전문가를 뜻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서부영화의 무시무시한 총잡이를 연상하면 큰 오산이다. 그를 두려워할 필요도 전혀 없다. 그가 만드는 총기는 모두 모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레플리카 암스(Replica Arms)'라고 지었다. 모조무기를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 피플코리아

레플리카 암스의 이승룡(44)사장은 어려서 취미가 평생직업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 봄에 상영된 영화 '로스트메모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 장동건을 기억할 것이다. 형사역을 맡은 장동건이 사용한 자동권총 '글록'도 보았을 것이다. 그 총의 개조를 바로 그가 했다. 2009년을 배경으로 해서 미래지향적으로 글록을 개조한 권총이다.

이 영화에서 반군들이 사용한 기관총의 개조도 물론 그가 했다. 반군이 이 기관총으로 특수무기전술 경찰특공 'SWAT'대원 수십명을 상대하는 위력을 가진 총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개조한 총이다.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총기개조를 레플리카 암스에서 했다는 것을 자막으로 넣어주기로 하고 계약을 한 덕분에 그도 직접 '로스트메모리즈'에 경찰특공대로 출연하여 그가 만든 총을 들고 싸우는 역을 맡았다. 

위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그는 총의 설계, 제작,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지난 4월30일에 개장한 동두천 전쟁기념관에도 그가 납품한 영국군 스텐기관총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미군 57mm 무반동총과 LMG 기관총의 모형까지 납품했다. 총기모형의 달인. 그 동안 그가 만든 총과 무기모형의 종류만 해도 기관총, 중화기 등 무려 20여종이나 된다.

소형무기는 별로 취급하지 않는다. 소형무기는 이미 국내나 일본 등에서 많이 상품화돼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 아이템'.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종류를 주로 취급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만드는 총기나 무기류의 겉모습은 실제와 똑같다. 모양과 크기는 똑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르다. 국내에서는 총기가 불법화되어 있는 데다가 만에 하나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진을 찍으면 실제와 똑같아 보이지만 총기로 사용할 수는 없도록 만든다.

전에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권총이 도난당해 은행강도에 사용된 적이 있었다. 실제권총을 전시해놨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러나 그의 총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 모양만 총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총은 군대라는 개념에서 대량생산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가진 상품이라는 것이다. 가장 간편하고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활용도에서 군더더기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사장.

인문고 졸업후 그토록 하고 싶은 산업디자인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대학은 산업디자인과를 택했다. 디자인과 기계를 모두 알면 디자인을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원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는 다시 계명대학원에 들어가 산업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이력 때문에 지금 그는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총기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디자인과 기계를 동시에 전공한  총기전문가는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   

앞으로 20년쯤 후에는 이 분야도 많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혼자 외롭게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뭐든지 처음 하는 사람은 고생도 많은 법.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서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고 미국, 영국까지 드나들었다.

모형총은 자신이 만들고 싶어서 만들기도 하고 주문을 받아서 만들기도 한다. 영화사나 박물관, 컴퓨터 게임업체, 군 시뮬레이션용 총기들을 주로 주문 제작한다. 원래 있는 모델을 베끼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용은 그가 창작으로 디자인을 직접해서 만든다. 이럴 때 산업디자인과 기계를 동시 전공한 그가 빛을 발한다.

▲     © 피플코리아

직접 그가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생산한다. 한 개는 수공품으로 만들지만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방식이 달라진다. 군·경찰용 특수장비 제작도 한다. 영화 007에서 나오는 이상한 장비를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고 자동차가 갑자기 잠수함으로 변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모형비행기도 해봤기 때문에 기계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로운 부속, 장비, 공구, 부품 등을 배워놓기 위해 청계천을 매주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무슨 기계, 어떤 부속이 있는지 알아두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즉시 구매할 수가 있다. 지금도 그는 전시회 등 관련행사가 있으면 반드시 관람한다.    

유치원시절부터 총에 미친 사람. 그의 인생에서 총을 빼놓으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40여년 세월을 한결같이 기계와 함께 해온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모형비행기까지 했다. 손재주가 좋아서 보기만 하면 뭐든지 만들었다.

수십년을 한 분야에 매달려 왔지만 그가 하는 일은 정작 우리나라의 직업분류에도 없다. 그만큼 희귀하고 특수한 일이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는 이일이 좋고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좋아한 모형을 평생을 걸쳐서 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그밖에 없을 것이다.

만능 모형해결사. 이제는 사람들이 그의 실력을 알고 맡기러 온다. 그한테 오면 모든 게 다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그가 최고다.

특이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가 겪은 에피소드 역시 특이하다. 한번은 LA 컴퓨터 게임 전시회에 그가 만든 총을 가지고 나간 적이 있다. 출국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가 입국할 때 인천공항 검색에서 1호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그가 "이 총은 내가 국내에서 만들어서 외국 전시회에 출품하고 다시 가지고 돌아온 총"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반입할 수 있었다.

모형총도 반입금지 품목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 뒤로는 가지고 나갈 때 세관에 신고를 하고 나갔다.

이사장은 이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작동완구 설계 제작도 하고 화학공장과 산업자동화 설계도 한다. 취미를 사업으로 접목시킨 것은 99년 10월부터. 흔히 말하는 창업을 한 것이다. 회사 이름은 바로 지금의 '레플리카 암스'.

"남들이 안하고 저혼자 기술을 가진 것은 발전하면 했지 추락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업으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대학원 다닐 때 구입한 제작용 기계 등 가지고 있던 것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창업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워낙 기계를 좋아한 탓에 시간 날 때마다 공구를 하나씩 구입해 모으다 보니까 그것이 자산이 되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대단위 공구상가에 작업실이 있기 때문에 일하기가 편하다. 일하다가 나사하나라도 필요하면 바로 옆 가게에서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좀더 직업이 다양하고 세분화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가 하는 일을 분야마다 한명씩 맡는 다면 열사람이 달라붙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혼자서 거뜬히 해낸다. 1인10역.

이제 그는 회사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싶어한다. 생산품목도 주문제작에서 생산후 판매하는 쪽으로 성장해서 일본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국내보다는 외국에 수출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도 받고 나라에 보탬도 되고 싶다.

'Gun Smith' 이승룡. 그는 평생을 그렇게 총과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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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2년7월8일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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