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3) 전 와일드캐츠 싱어 김유미가 사는 법 (1)

[클릭이사람] (63) 전 와일드캐츠 싱어 김유미가 사는 법 (1)
 
김유미(41). 일명 안나. 1980년 인기 그룹 사운드 와일드캐츠(들고양이)의 싱어로 음악을 시작. 정든부두 오동동 십오야등이 대표곡이다.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올드팬들이 선호하는 단골 레퍼터리다. 그는 그룹활동할때보다 요즘이 더 바쁘다.

독서토론회를 이끌며 가정폭력 학원폭력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대아동돕기 운동단체도 결성중이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고 쪼개 쓰면서 가수로 주부로 사회봉사운동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작지만 당찬 1인 3역의 여자 안나가 사는 법을 살짝 들여다 본다.

안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대여섯살부터 팝송을 많이 불렀다. 당시 유행하던 스탠다드 등 뜻도 잘 모르는 노래를 그럴듯하게 불러 주위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까 엄마가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예능쪽으로 많이 신경을 써주었다. 발레 피아노 고전무용 어린이연극 등. 그때 주위에 있는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나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로부터 얻어 맞아 생긴 등의 상처를 본적이 있다. 피멍이 든 아이들의 상처를 보는 순간 동정심이 들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을 휘두른 가족들에 대한 분노감이 어린 마음에도 치밀어 올랐다.

부친의 고향은 함북 웅기. 이북에서 살다가 부친의 나이 17세때 한국전이 벌어져 민간인 신분으로 남하하였다. 남한으로 내려오다가 한국군인으로 참전한다. 아버지는 그길로 직업군인이 되었다. 카추사로 영어 일본어에 능통했다. 아버지 덕분에 안나도 영어에 일찍 눈떴다.

할아버지는 원래 충청도출신. 일제때 탄압이 싫어서 북쪽으로 이사갔다. 북한에서 할아버지는 통조림과 비누공장을 운영하셨다. 그러다가 전쟁이 터져 할아버지와 부친이 남하를 하였다. 방송에서 이산가족 찾기 할 때 만난 친구분들이 부친 얘기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빠는 학창시절 공부도 싸움도 일등만 한 대단한 분이란다. 그러고 보니 안나도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 서울에서 살다가 아빠가 부산에 항만사령부로 전속을 가는 바람에 가족들이 함께 이사를 갔다. 이때가 1964년. 안나는 유치원을 다섯 살때부터 취학전까지 2년간이나 다녔다.

세월이 수십년 흐른 지금까지 기억난다. 아버지가 부대에서 밀가루 건빵등 먹거리를 가져와 이웃들과 많이 나눠먹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함께 나눠먹으며 사는 것을 보고 배웠다. 엄마는 서른도 안된 나이였을때도 가냘퍼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강하고 다부진 면이 많았다.

부산에서 살때 방이 열 개도 넘는 큰 집이었다. 안나네 집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아줌마가 있다. 그분의 남편은 당시 군사 쿠데타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에 쫓겨 다니는 신세.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줌마 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코흘리개 어린 자식만 세상에 덜렁 남겨놓고… 장례식을 치를 형편이 안됐다. 그때 엄마가 직접 시신을 업고 날라서 장례식을 치뤘다. 남자 어른들도 께름직해서 만지길 꺼리는 시신을 기꺼이 몸으로 업어 날르는 엄마를 보고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외삼촌은 승려가 되었다. 외가집은 집안 대대로 신앙심이 깊은 불교가문이다. 그래도 엄마는 자녀들에게 종교를 절대로 강요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군생활을 마감하고 출판업을 하였다. 세계 역사에 관한 번역작업을 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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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7 1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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