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0)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1)

[클릭이사람] (60)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1)
 
1993년 달랑 300불을 손에 쥐고 미국에 날아가 혼자 힘으로 우뚝 섰다. 글로벌 여성 이주현(30). 접시닦이 식당종업원 공사장막일 짐나르기 등 안해본 일이 없다. 그렇게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뉴욕 대학교 무용학 석사를 취득했다. 공연 예술 행정 자격증 및 예술 행정 석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뉴욕의 야외 무용 공연과 상업 이벤트를 기획 진행하는 전문 기획가가 되었다.

▲     © 피플코리아

그 동안 쌓아온 이력을 꼽으려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어느 누구라도 신분에 상관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저만큼은 이룰수 있다는 희망과 교훈을 심어주는 여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옆집아가씨도 동생 누나 언니도 될 수 있는 당찬 이 여자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피아노를 배우던 코흘리개 시절. TV에서 한삼을 들고 춤추는 무용수를 보고 흥미를 느낀다. 화장실에 걸려 있던 수건을 들고 무용수의 춤동작을 열심히 흉내낸다. 그날 이후로 피아노대신 무용에 푹 빠져든다.

리틀 엔젤스를 거쳐 선화예술중·고, 이화여대 코스를 밟으며 무용실력을 키워나간다. 어렸을때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살아 왔다. 꿈많은 고3 어느날 가당치도 않은 조건을 부모님께 내건다. 대학에 합격하는 조건으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특별히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영어와 다른 외국어 공부에 매진한다. 영어 회화책 한권을 몽땅 외울정도로… 영어하면 이주현으로 통했다. 덕분에 대학생이 되면서 통역을 한다.

전 이대 현대 무용과 육완순 교수님의 제자로 미국 국제 무용 페스티발(American Dance Festival)이 서울에서 열릴때마다 정식 통역 요원으로 활동했다. 그때 많은 외국인 교수들을 접하고 한국 공연 예술 문화 행정에 대해 갖게 된 관심이 미국유학 결심을 굳힌 동기가 된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해본 착하신 아버지와 칼멘과도 같은 강한 성격의 어머니는 그녀가 유학 생활을 무사히 이끌어 갈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된다. 택시비 몇 천원이 아까워 늦은 밤에도 항상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젊은 나이에 무엇인들 못할까 하는 뚝심으로 맨땅에 헤딩하기 시작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그녀에게 유학은 별을 따는 일과도 같았다. 남의 나라 말처럼 들리던 유학꿈을 접지않은 이유가 있다. 학창 시절 무용과 선생님의 공연이 열릴 때마다 제자들에게 공연 티켓 20-30장씩을 왜 강매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항상 가족 파티로만 끝나는 해프닝이 이해가 안갔다. 선생님의 공연이 학부모의 주머니 돈으로 치루어 진다는 사실도 불만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한국 공연 문화 실정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된다. 공연 문화에도 기업 경영과 같은 운영 체계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예술 행정이란 듣도 보도 못했던 단어가 가슴속을 파고 들기 시작한다.

대학졸업반때 유학 준비를 하며 여러 외국 대학에 편지를 보낸다. 여기저기서 입학 원서를 받는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뉴욕 대학에서도 일차 합격 통지서가 날라온다. 졸업이 가까워 지면서 실기 시험과 면접을 봐야 한다는 편지 한장이 집으로 도착한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현대무용단 탐의 정식멤버가 되어 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그녀에게 부모님 몰래 준비해온 유학 사실에 대해 고백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 실기시험은 보고 싶은데 비행기표를 구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학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은 그녀를 무색하게 만든다. 하지만 용기를 낸다.

"앞으로 일주일 뒤에 있을 실기시험에 꼭 가고 싶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부모님과 그녀 사이에는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께서 어렵게 비행기 표를 구해주셨다. 면접을 위한 3일간의 짧은 뉴욕 행은 꿈만 같았다. 면접과 실기 시험을 본 한달 후 1993년 4월 최종 합격 통지서가 뉴욕 대학으로부터 날아온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합격통지서를 접었다 폈다 하며 많이 울었다. 돈없는 사람은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한다고…

합격만으로 더이상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포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설득시킨다. 첫학기 등록금만 마련 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끝 말은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진다.

뉴욕 대학 학기 시작 일주일 전. 아버지께서 조용히 불러 하얀 봉투를 건네 주신다. 그렇게도 원하던 등록금 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슬픔과 기쁨의 사이를 오가며 어떤 아픔이 닥쳐도 이겨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어렵게 구해 주신 생명수와도 같은 등록금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하겠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던 절망의 시간은 지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식기 젓가락 수저 담요 등 생존을 위한 모든 도구를 어머니가 직접 챙겨 가방에 꼭꼭 눌러 싸준 짐가방을 가지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다. 첫날밤 묵을 숙소를 찾아 엘로우 택시를 잡아 탔다.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영한 사전 속 사이 사이에 끼워 넣어 준 용돈 3백불. 빠르게 올라가던 택시의 미터기와 함께 심장도 뛴다. 과연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지 궁금했다.

호텔 문을 들어서자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호텔 프론트의 한국인 아저씨께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저, 지금 한국에서 막 도착한 유학생인데 가진 돈의 여유가 없으니 어디 눈이라도 붙일 곳이 없을까요?"

같은 한국인이라 도움을 기대했던 어린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도록 큰 목소리로 질타하던 아저씨 덕분에 다른 한국 관광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키를 받아 방으로 향했다.

부모님을 떠나 혼자와의 싸움이 시작된 뉴욕 도착 이틀째. 호텔 옆에 있던 한아름 슈퍼에서 1불 짜리 김치 사발면을 첫 끼니로 생존 게임은 시작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다른 유학생과는 달리 어학 연수없이 곧 바로 대학원 수업에 임한다. 어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시간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큰 짐을 덜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욕을 먹으며 한 영어공부가 이제야 제 값을 한다고 내심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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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4 1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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