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댄스이야기] (92) 페이소스(Pathos)

강신영 | 입력 : 2015/12/09 [08:55]
[강신영의 댄스이야기] (92) 페이소스(Pathos)

페이소스란 그리스어 pathos(파토스)의 영어식 발음입니다. '파토스'는 '일시적인 격정이나 열정, 또는 예술에 있어서의 주관적‧감정적 요소'를 뜻합니다. '비애'와도 통하는 말인데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페이소스가 묻어나온다” 라고 얘기합니다. 원래는 '고통'을 뜻하지만 관객 또는 독자에게 '동정심이나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작품의 요소'를 의미합니다. 에토스(ethos)는 파토스(격정)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간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습관을 말합니다. 에토스가 고정적이고 지속적인 데 반해서 파토스는 변화무쌍하고 일시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댄스스포츠에서 페이소스와 가장 가까운 춤이 파소도블레와 탱고 인 것 같습니다. 파소도블레의 행진곡풍 현란한 음악을 들으면서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의 장렬한 최후를 예고하는 것 같아 고통과 비애를 느끼게 됩니다. 화려한 것이 있으면 그 뒤편에는 언제나 그 반대되는 요소가 있는 법입니다.

탱고를 추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점잖은 풍의 모던댄스 탱고보다 거칠지만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역시 비애를 느낍니다.

어스레한 저녁 무렵 하루의 거친 들판 목장 일을 마치고 먼지와 땀 냄새에 절은 카우보이가 도심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 문을 열어 제치며 들어서는 장면, 그리고 숱한 거친 사내들의 시선이 새로운 손님이 반갑지 않은 듯이 입구 쪽으로 경계하듯 모이는 장면, 그리고 여자가 숫자적으로 귀하기도 하지만 본능을 끓어오르게 하는 술집 여자를 안고 홀 안에서 날카로운 시선과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시위하듯 춤을 추는 장면 등, 탱고는 페이소스적 색다른 특성이 분명 숨어 있는 춤입니다.

어둠컴컴한 술 집 안에서 언제라도 돌변하여 폭력을 휘두를 것 같은 거친 뭇 사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 이 여자는 내 여자다!”라는 비장한 시위 같은 춤, 사실 좋아서 사내의 품에 안기지는 않았지만 장사를 위해서 할 수없이 땀 냄새나는 낯 선 사내의 품에 안겨 코를 뒤로 젖히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에로스적, 음악적 본능에 젖어 기꺼이 같이 춤을 추는 술집 여자에게서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나는 슬픔 대신 춤을 춘다”라고 말한 회원이 있었습니다. 얼핏 듣기에는 자이브나 차차차, 삼바 같은 발랄한 라틴춤이 맞을 것 같지만 페이소스적 측면에서는 탱고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페이소스적 춤은 그 자체가 비애를 발산해버리는 요소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 에토스적인 요소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에토스적인 춤으로는 왈츠, 비에니즈 왈츠, 폭스트로트 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0-03-12 10:06
   
<닉네임 캉캉 / 댄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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