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582) 360억원 날리고 도박추방운동 나선 전국도박피해자모임 대표 정덕

김명수기자 | 입력 : 2015/06/15 [08:37]
[클릭이사람] (582) 360억원 날리고 도박추방운동 나선 전국도박피해자모임 대표 정덕 
  
평생 사업으로 모은 재산 360억원을 카지노에서 3년6개월만에 모두 탕진했다. 우연히 손을 댄 카지노에 빠져 도박중독자로 전락한 자신을 확인하고 뒤늦게 도박추방 운동에 나섰다.


전국도박피해자모임인 세잎클로버 정덕(69) 회장은 합법이던 불법이던 국민을 망가뜨리는 망국병이 도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잘나가던 그는 어느 날 후배 지인이 주최한 강원랜드 바자회에 초청 받아 갔다가 우연히 도박에 손을 댔다.

강원랜드 호텔에 묵으면서 호기심에 카지노에 들러 카드게임인 바카라를 했다. 첫 베팅에서 400만원이 굴러들어왔다. 그게 화근이었다. 이후 가끔 강원랜드에 들렀다.

왕창 잃고 찔끔 따기를 반복하면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 결국 전 재산을 몽딸 털리고 말았다.

그에게도 인생 황금기가 있었다. 카지노에 드나들기 전까지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부러울 게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죽의류제조 수출업자로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채가 1원도 없던 최우량 상장 기업을 가지고 있었다. 강남에 빌딩을 소유하고 1998년 2월 MBC-TV 성공시대에 출연할 정도로 잘나갔다.

대통령, 국무총리, 서울시장 표창과 상(賞)을 수상하고 피혁수출조합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 3월 강원랜드 카지노에 첫 발을 잘못 디디면서 부와 명성을 양손에 거머쥔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해본 첫 베팅에서 터뜨린 잭팟이 그를 도박 중독자로 유인하는 미끼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하루 18억원을 따기도 했지만 40억원까지 잃었다. 많이 잃고 적게 따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잃은 기억은 안중에도 없고 따는 기억만을 떠올린다.

잭팟 10번만 터뜨리면 지금까지 잃은 돈을 깨끗하게 만회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고액베팅을 고수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중독자로 전락한다.

강원랜드 VIP 고객으로 지내면서 2006년 10월까지 3년 6개월만에 그는 그렇게 금쪽같은 전재산 360억원을 털렸다.

완전 패가망신하고도 모자라 해결해야 할 세금 체납액만 28억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잭팟을 터뜨리고 싶은 욕심에 사채업자에게 20억원을 꿨다. 그 돈마저 잃으면 자살하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자살 기도로 이어졌고 사망 직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의 주변에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중독자들이 많다. 많게는 600억원, 700억원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귀띔한다. 모두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가족들이 눈치를 못 챘는지 아니면 알고도 그냥 넘어갔는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가족들에게는 전국으로 강의를 다닌다고 둘러댔습니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유명세를 타면서 초청강의가 쏟아져 들어와 지방을 자주 간다는 그의 말을 가족들은 철석같이 믿었으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그의 수중에 더 이상 베팅할 돈이 없으면서 카지노와의 질긴 악연은 끝이 났다. 이후 그는 자신과 같은 도박중독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행산업 문제에 눈을 돌렸다.


1인 베팅 한도액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대리베팅 병정 등 강원랜드 불법영업 실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 2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2014년 7월 25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도박중독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강원랜드는 불법을 묵인한 죄밖에 없다는 게 대법이 내린 패소판결의 이유다.

“불법영업은 강원랜드가 해놓고 우리는 이용한 죄 밖에 없는데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는 비록 소송에서 졌지만 대법 판결에 절대로 승복할 수가 없다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때늦은 후회지만 그는 도박을 좋아하는 DNA가 몸속에 흐르고 있는 모양이라며 그걸 모르고 호기심에 당겨본 생애 첫 카지노 베팅에서 잭팟 미끼를 덥석 물었으니 사단이 수밖에 없었노라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분에 못 이겨 자살을 기도한 그가 마음을 비우고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잘 나가던 때보다도 행복지수는 오히려 지금이 더 높습니다”

기자의 눈에 비친 그의 얼굴 표정에서 도박추방 시민운동가로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경마, 카지노, 경륜, 경정 등 합법도박장 하루 이용객은 어림잡아 8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불법도박장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25만 명으로 합,불법을 모두 합치면 무려 33만여 명에 이른다.

“도박장 이용객의 유병률이 2014년 기준 5.6%로 100명당 5~6명의 중독자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잘나가던 시절 못지않게 요즘 들어 하는 일도 많아졌고 강의도 자주 나간다.

도박하기 전에는 회사 운영에 ‘올인’하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도박피해자 모임 대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을 위한 삶이 아니다. 그래서 겁날게 없다고 말한다. 도박퇴치에 열정을 쏟는 시민운동가로 그를 통해 도박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많다. 취직도 많이 알선해줬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예 첫 발을 들여놓지 말라. 삶을 송두리째 파괴시키는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뼈져리게 체험한 그의 조언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의 연간 매출이 18조원에 이르고 불법 도박장의 매출은 8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합법 사행산업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간 6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78조원 규모로 오히려 폐해가 훨씬 더 크다.

도박장에서 도박중독자 예방과 치유를 한다며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병 주고 약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도박의 폐해가 후손에게 대물림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행산업을 뿌리 뽑는 전담기구를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고 그는 촉구한다.

“도박은 망국병입니다. 한 사람의 도박중독자는 주변의 7~8명에게 피해를 줍니다. 도박공화국으로 전락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대로 외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욱 염려스러운 건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행산업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그가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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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5년 06월15일 0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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