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7) 서울에서 평양까지

[세상엿보기] (57) 서울에서 평양까지
 
분단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렸다. 2000년 6월13일. 한반도 통일로 가는 새길이 열린 날이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첫대면은 김대통령이 평양땅을 밟는 순간 이뤄졌다. 김대통령이 탑승한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27분. 김위원장은 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통령을 영접했다.

좀처럼 외부에 노출되지 않던 김정일위원장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날의 공식석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냈다. 김위원장은 공항에서 오전 10시 36분부터 13분간 의전행사를 주도했다. 김위원장이 공항에 직접나와 외빈을 영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은 이 사실을 파격적인 의전에 최고의 예우라고 전세계에 긴급 타전했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이 탄 리무진 승용차에 함께 올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가는 한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직후 27분간 정상회담을 갖았다.

분단 반세기. 불신 55년의 벽을 헐고 남북 정상이 악수를 나눈 이날 한반도 7천만 겨레는 하나가 되었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우리 민족 우리 겨레는 두손을 맞잡은 정상을 TV로 지켜보면서 열렬히 환호했다.

참으로 기적같은 일이다. 두정상이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예상을 뒤엎고 공항까지 직접 나와 김대통령을 영접한 김정일위원장도 멋있어 보였다.

서로 등돌리고 지내온 냉전의 상처가 두정상의 상봉으로 한꺼번에 녹아내린 기분이다. 오늘의 악수가 통일로 이어지길 바란다.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고 힘을 합치면 한반도에서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루어 내야 한다.

행여 작은 불신이라도 생긴다면 오늘처럼 서로 만나 훌훌 털어버리면 되리라. 보아라 두사람이 환한 얼굴로 악수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가를… 김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38도선을 넘어 북측 영공으로 들어갔다는 사실도 경사가 아닐수 없다. 남북간의 막힌 하늘길이 5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순간이기 때문이다.

TV에 비친 평양의 시가지는 너무도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김정일위원장의 활기넘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전세계를 이끌어간다는 초강대국앞에서도 위풍당당하게 맞서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적극적인 자세는 우리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세기만 거슬러 올라가면 남과 북은 머리를 맞대고 뜨거운 피를 나눈 한형제요 한동포요 한나라가 아니었던가. 지금도 휴전선만 걷어내면 우리는 다시 피를 나누는 형제의 모습으로 돌아갈수 있다.

평양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민들의 환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김대통령도 멋있어 보였다. 남북의 정상이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보다 더 기쁠수가 없다.
 
김명수
 
2000/06/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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