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대화] (1) 난 말(馬)이야 … 그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에게 할 말 있소.

[소통&대화] (1) 난 말(馬)이야 … 그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에게 할 말 있소.

난 말이야. 난 말이란 말이야. 난 ‘말’이라고. 인간 여러분들! 그래도 내 말 못 알아듣겠어요? 이거야 말로 소귀에 경 읽기지.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과의 소통이 이리도 힘들고 어려워서야!

▲     © 피플코리아

다시 한 번 말하리라. "나는 돈이 걸린 인간들의 베팅에 놀아나는 경주마(馬)라고요." 돈독 오른 인간들이 돈 놓고 돈 먹는 경마장에서 생목숨 내놓고 뛰는 바로 그 경주마!

말은 천성이 서있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오. 참 지질이 복도 없는 마생(馬生)이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 말이 틀렸습니까? 마생이라는 단어가 좀 생소하고 낯설긴 하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잖소? 인간들의 삶을 인생(人生)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말이유. 경주마가 트랙에서 달리다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 줄 아시우? 한 마디로 미친다우. 암 미치구 말구. 아무리 아파도 서있어야 하니까 말이우. 그래서 우리네 말끼리 하는 말이 있다우. 그럴 땐 차라리 빨리 죽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네발로 서 있어야 할 우리 말 팔자에 한 다리가 똑 부러져서 세 발로 서 있으려면 그것보다 더 큰 고문은 없다우. 그러니 차라리 한 시 빨리 죽어야 낫다는 뜻이라우. 몸무게나 가볍나. 자그마치 600Kg이나 나가는데…

이보시오 사람들! 말들이 하는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소? 아픈 다리 놔두고 세발로 서 있어야 하는 고통을 인간들이 알아? 안 당해 보면 모른다우.

그리고 말들은 서서 자는 습성이 있지라우.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벌렁 바닥에 누워 서 자는 말도 많다우. 그거야 개성 따라 틀리지라우. 사람도 다 자기 개성대로 살아가듯 말이우.

그리고 말들이 경주하고 나서 피곤하면 잠잘 때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기도 하지라우. 어떤 녀석들은 얼마나 심하게 코를 고는지 과천벌이 쩌렁 쩌렁 울릴 지경이라우.

하루 잠자는 시간이 고작 두세 시간 될까말까 할 정도로 말들은 잠이 없다우. 그나마 늘어지게 자는 긴 잠이 아니라 짤막짤막 토막잠을 잔다우.

인간 같으면 하루 두세 시간 밖에 안 자고 살 수 있겠소? 그러면 잠 못 잤다고 난리부루스를 칠텐데 말이요.

난 말이우. 신경이 예민한 말이라서 옆에 있는 친구말들이 심하게 코를 골면 그나마 통 잠을 못 잔다우. 그런데 어쩌겠수.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리고 인간들에게 부탁하나 하겠소. 제발 우리같이 힘없고 ‘빽’없는 말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시오. 기왕 말이 나왔으니 넋두리나 실컷 합시다.

인간들이 얄미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오. 가장 속이 뒤집힐 때는 1등으로 들어오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죽어갈 때 당신들 입에서 고래고래 쌍욕을 바가지로 해대는 소리를 들을 때요.

어찌 그리 인정머리가 한 푼어치도 없단 말이요. 당신들 베팅한 돈 몇 푼이 날아간다는 이유로 다리가 부러져 죽어가는 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해대다니 그러고도 인간이란 말이오?

수 만 명의 인파가 지켜보는 앞에서 찍 소리 한번 못하고 죽어가는 불쌍한 말들의 찢어지는 고통을 어찌 그리 몰라준단 말이오. 티끌만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어디 한번 변명이나 들어봅시다.

심지어 폭설이 내려 주루가 빙판으로 걷기도 힘든 최악 상황에서도 경마를 취소한다고 구름떼같이 인간들이 몰려와서 경마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당신들이 도대체 인간이란 말이오? 인간의 탈을 쓰고 우리 힘없고 빽없는 말들에게 어찌 그리 모질게 할 수가 있단 말이요. 우리는 죽거나 말거나 당신들 돈만 따면 그만이라는 바로 그 ‘비뚤어진 심뽀’가 정말 밉습니다.

말이 인간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주는지 알기나 하시오? 일 년에 자그마치 7조나 벌어들이고 있지요.

그리고 혈통 좋은 경주마 한번 교배 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줄 아시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혈통 좋은 숫 말과 거시기 한번 하는데 자그마치 3억 엔이나 들어간다우.

우리 돈으로 30억이 넘으니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딱 한 번 교배하는데 30억이면 장난이 아니지요.

그 큰 돈 들여 교배하고 나서 새끼 안 들면 어쩌나? 주인마님 본전생각 날텐데… 거시기 한번 하는데 무려 30억원이나 들어가면 도대체 혈통좋은 말 한마리 가격은 얼마나 비싼지 말안 해도 머리 잘 돌아가는 인간들이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외국에선 명마 한 마리에 몇 백 억짜리도 있다우. 물론 종빈마 말이요. 종빈마가 뭔지는 아시겠지요. 씨숫말을 그렇게 부른다오. 씨숫말은 알아듣겠지요. 그것도 모른다면 정말 경마팬 될 자격이 없으니 더이상 상대하지 않겠소이다. 아시겠소이까?

그런데 참 웃기고 똥싸 자빠지는 것이 있는데 이건 너무 하는 거 아니오? 그게 뭐냐고? 아 무리 비싼 말도 왜 다리가 부러져서 폐마가 되면 똥값이 된단 말이요?

일 년에 수억 원씩 벌어들이는 명마라도 일단 다리라도 부러져 경주마로서의 생명이 다하면 왜 보험금 하나 없이 그냥 똥값으로 처리하느냔 말입니다.

명마가 하루아침에 똥값이 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그리고 왜 우리 경주마들은 생명보험도 안 들어 줍니까? 외국에서는 경주마들이 모두 생명보험에 들어있는데 말입니다.

왜 한국에 있는 경주마들은 생명보험을 안 들어 주는지 그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말 숫 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럼 우리 말들은 뭡니까? 말들은 뭐냐구요? 죽어라고 여러분들을 위해서 달리다가 죽으면 그 순간 바로 폐기처분 되는 우리는 뭐냐구요? 어디 양심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서 속 시원하게 말 좀 해보시라요?

죽을 때 죽더라도 딱 한 마디만 하고 죽겠소.

에이 인간들아! 어찌 그리 세상을 당신들 인간 중심으로만 살아가냐?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어디 인간들만 있냐? 그러고도 인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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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10년 11월05일 15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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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