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330) 베트남원정 합동국제결혼식 올리고 새신랑 되어 돌아온 18인의 한국총각들

[클릭이사람] (330) 베트남원정 합동국제결혼식 올리고 새신랑 되어 돌아온 18인의 한국총각들

지난 5월 20일 베트남 원정길에 올라 합동국제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 한국의 노총각 18명이 두 달이 넘도록 피를 말리는 기다림 끝에 마침내 지난 8월9~18일 입국한 베트남신부를 맞아 꿈에 그리던 가정을 이루고 달콤한 신혼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한국에서 구하지 못한 영원한 반쪽 ‘피앙새’를 찾아서 베트남으로 출국하여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이들과 동행하여 베트남 원정 국제결혼 프로젝트 전 과정을 밀착취재 했다.

전국에서 올라온 한국의 ‘외로운 솔로’ 노총각 18명이 2006년 5월 20일 오후 6시 인천 국제공항에 모였다. 결혼정보회사 두리안의 주선으로 베트남 여성과 현지 맞선을 통해 국제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6박7일의 베트남 원정 결혼프로젝트 일정표를 보니 출국→ 맞선→ 계약서 작성→ 결혼식→ 신혼여행→ 귀국으로 한치의 쉴틈이 없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공항 대기실 노총각들 틈에는 유독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베트남아내와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안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베트남 처가를 방문하는 한국인 남편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외로운 싱글’들의 눈길에는 그를 닮고 싶어하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원정결혼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밀려오는 긴장감을 떨쳐내려는 듯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병상련의 입장이 되어 서로 객쩍은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처음에는 어수선하고 서먹서먹하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나마 풀어졌다.  

맞선을 보러가는 18명의 ‘솔로’ 가운데 3명은 재혼. 그 가운데 중증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40대 후반도 있었다.

동생과 함께 온 52살의 노총각은 국제결혼이 내키지 않았으나 동생이 권하는 바람에 ‘끌려나오다시피’ 왔다고 한다.

반대로 형의 손에 이끌려 맞선 원정 대열에 합류한 ‘이혼남’도 있었다. 이번 맞선원정 결혼프로젝트 대장정에 나선 18명의 구성원들을 보면 30 ~ 40대 농촌총각이 대부분이다.

노총각 일행을 태우고 저녁 8시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는 5시간을 넘게 날아 목적지인 베트남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5월21일 호치민에서의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예비신랑들을 태운 봉고차가 맞선 장소로 향했다.

한꺼번에 맞선을 보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아 9명씩 1, 2팀으로 나눠 1팀은 오전에, 2팀은 오후에 맞선을 보기로 하고 1차로 1팀을 태운 차가 맞선장인 대형 레스토랑 앞에 멈췄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맞선을 보러 온 베트남 여성 70여명이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힐끔힐끔 바라본다.

▲     © 피플코리아

교통편이 안 좋은 베트남 시골 오지 마을에서 배→ 오토바이→ 자동차로 운송수단을 갈아타면서 8~12시간씩 걸려 호치민 맞선 현장에 도착한 18~24세의 앳된 베트남 여성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신부감이 될지도 모르는 꽃다운 여성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예비신랑들도 초조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생면부지의 여성들로부터 쏟아지는 낯 뜨거운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식당 안의 가라오케룸에 들어설 때부터 식은땀이 흘렀다.

예비신랑 1명씩 맞선 현장인 가라오케 룸으로 들어갔다. 룸에는 신랑 옆에 결혼정보회사 베트남 지사장과 통역자 그리고 맞선여행에 동행한 신랑의 가족이 함께하고 맞은편엔 한국인 총각과 결혼을 꿈꾸는 베트남 여성이 3명씩 들어와 일렬로 앉았다.

맞선 방식은 왼쪽에서부터 앉은 순서대로 1번, 2번, 3번 번호를 매기고 통역이 아가씨의 나이와 가족관계를 이야기하면 예비신랑이 마음에 드는 번호를 말한다.

제대로 된 프로필도 알 수 없는 맞선장에서 생전처음 만나는 이국 여성들을 상품 진열대처럼 일렬로 세워놓고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단순 느낌만으로 4지선다형을 풀듯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신부감을 고른다는 자체가 어쩌면 너무나도 웃기는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이 자리 이 순간에서만큼은 예비신랑의 눈에서 반짝 반짝 빛이 난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신부감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사장은 통역자를 통해서 예비신랑이 지목하는 아가씨의 번호를 적게 한 다음 이들을 내보내고 다시 3명을 들여보내는 식으로 70명이 모두 들어오고 나가면 1차 맞선은 끝난다.

1차에서 선택된 15명 안팎의 예비신부들이 다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신랑의 맞은편에 일렬로 섰다. 사장은 그들을 세워놓고 신랑의 신상명세와 직업, 가정환경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상황에서 아가씨들에게는 상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신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걸어 나가는 여성도 있다.

2차로 걸러진 10명의 여자가 남아 또 한 번의 선택을 기다리고 그 중에서 3명을 고른 다음 다시 1명을 선택하면 맞선을 통해 최종 배우자로 낙점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된다.

▲     ©피플코리아

예비신랑은 다음날 6~12시간씩 걸리는 먼 거리를 밤새 달려온 신부의 부모로부터 결혼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고 계약서를 쓰고 지참금 1000 달러를 신부의 부모에게 지불하고 결혼식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측은 가족동반이 없는 나홀로 상태에서 말도 안 통하는 나이어린 신부와 역시 말도 안 통하는 신부가족들이 결혼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희대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결혼식은 노래와 춤을 곁들인 축하 공연이 벌어지고 신부가 베트남 전통 아오자이를 비롯하여 웨딩드레스를 세 번이나 갈아입는 등 제법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특이한 것은 신랑신부 한쌍당 전속 비디오 촬영기사 한명씩 따라붙어서 러브스토리 영화 속의 주인공을 촬영하듯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놓치지 않고 열심히 동영상을 찍는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부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신부와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신부는 신랑의 숙소로 와서 첫날밤을 함께 보낸다.

다음날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처음만나서 맞선을 보고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단 4일이면 끝나버리니 아무리 인스턴트 시대라지만 이보다 더한 초스피드결혼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현지 지사장은 아가씨 한 명을 결혼시키기 위해 3단계의 마담이 개입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원정마을을 돌면서 아가씨들을 ‘모아오는’ 마담, 아가씨들에게 숙식과 교육을 제공하는 마담, 마지막으로 중매업체들과 연결해주는 마담이다.

35세 이상의 노총각이 250만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제결혼은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만 해도 베트남 여성이 외국으로 시집을 간 숫자는 대만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미국, 우리나라, 일본 순이라고 한다.

최근 중매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이 심각할 정도로 사회문제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결혼알선 업체에 의해 이뤄지는 국제결혼 자체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     © 피플코리아

이러한 상황에서 아가씨들을 사고파는 현지 불법 브로커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신부감을 찾아서 중매업체가 돈으로 물건을 고르듯 신부를 사온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먼저 수없이 난립해 문제를 일으키는 결혼정보업체와 ‘마담 뚜’들을 규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여성들의 인권이다.

이번 18인의 노총각 결혼 프로젝트를 주선한 두리안은 베트남 전문 결혼정보회사다. 두리안 김욱영 강북지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두리안은 베트남 결혼만 전문으로 6년째 해오고 있다. 2006년 6월 현재 두리안을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한 한국인은 3000명에 이른다.

농촌총각 가정 이루기 업무 주관으로 국제결혼을 지원하는 충북 단양군에서도 두리안업체를 선택할 정도로 공신력이 높은 메이저 업체라고 한다.

단양군은 이번에도 8명의 농촌총각들이 단체로 두리안에서 주선하는 결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단양군내 거주 35~40대 전업농민 초혼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8명을 선정하여 1인당 780만원을 지원하였다.

단양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산모가 임신하면 출산전 3개월간 하루에 3만3000원씩 지원을 해주고 있다. 파격적인 지원이다.

그리고 서봉수 프로9단도 두리안의 주선으로 2004년 29살 연하의 참하고 아리따운 베트남 신부를 아내로 맞아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 ‘만리장성’을 쌓은 한국신랑, 베트남신부들은 합동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하룻밤을 더 보내고 마지막 날 함께 호치민 시내관광을 한다.

그리고 밤마다 ‘자신의 반쪽’을 보고 싶은 그리움을 삭이며 들춰볼 결혼식 앨범 한권씩을 나눠들고 이별의 시간을 맞는다. 결혼하자마자 이산의 아픔을 느끼는 순간이다.

말도 안 통하는 그 짧은 시간에 몸짓 발짓 눈짓으로 ‘부부일심동체’가 되어 정이 흠뻑 든 신부는 신랑을 떠나보내기가 아쉬워 먼발치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함께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까.

신랑을 태운 차가 눈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손을 흔드는 신부들이 안쓰럽고 측은하여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이도령을 떠나보내는 춘향이가 따로 없다. 신랑들도 목이 메어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신랑을 태운 여객기는 금요일 새벽 1시 호치민 공항을 출국하여 아침 8시 인천공항에 착륙하여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두리안이 주선한 결혼 프로젝트에 참여한 18명의 원정대원들은 노총각으로 떠나서 모두 귀엽고 예쁜 어린 신부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신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이제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신부가 수속을 마치고 여권을 발급받고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자신의 나이의 갑절에 가까운 20살 안팎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베트남 신부들은 한국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

한국에서 신부감을 구하지 못해 평생을 싱글로 살아온 한국의 노총각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선물한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복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출국할 땐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이들 18인의 외로운 싱글들은 베트남에서 맞선을 통해 신부감을 골랐을 때도,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도, 그리고 두 달이 넘는 기다림 끝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하는 신부를 맞이하는 순간에도 넘치는 행복감에 입이 귀에 걸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신부를 얻은 기쁨에 충만한 39세의 노총각이 던진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생애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기분은 처음 느껴봅니다.” 로또복권 당첨의 기쁨이 이보다 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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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6년 08월20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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